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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선을 넘은 혐오…트랜스젠더는 꿈을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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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2-08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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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민기 기자 = "성전환 수술을 받고 주민등록번호를 바꾼 트랜스젠더도 당당히 여대에 지원하고 합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또 저를 보면서 여대 입학을 희망하는 다른 트랜스젠더들이 힘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성전환(남→여) 수술을 받은 트랜스젠더 A(22)씨의 숙명여대 법과대학 최종 합격을 다룬 뉴시스의 첫 기사가 나가기 하루 전인 지난달 29일. 전화기 너머 들려오는 A씨 목소리는 떨리고 흥분돼 있었다.

A씨는 지난해 8월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았고, 같은해 10월 법원은 그의 성별정정 신청을 허가했다. 주민등록번호 앞 숫자가 '1'에서 '2'로 바뀐 것이다. 한 달 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직접 치렀고, '실력으로' 당당히 숙명여대 법과대학에 합격했다.

A씨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성 소수자의 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법조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는 통화 내내 최종 합격에 대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A씨의 꿈은 불과 며칠 만에 산산조각 났다. A씨의 합격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부 숙명여대 학생들 사이에서는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비난과 혐오와 비하와 조롱들. 물론 전부는 아니었지만 '지성의 상아탑'으로 불리는, 인권과 평등을 고민하고 우선시해야 하는 대학생과 거리가 먼 모습들이 이어졌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사회적 이해와 논의가 아직은 부족한 한국 사회에서, A씨의 여대 입학을 처음부터 모두가 환영하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그러나 반대 학생들은 A씨 입학 저지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숙명여대 학생들이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단순 조롱과 비난을 넘어 차마 입에 담을수 없을 정도의 표현을 써가며 A씨를 성적으로 희롱하는 글까지 다수 올라왔다.

A씨가 이를 보며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지, 기사가 나간 후에도 그와 연락을 주고 받았지만 감히 묻지도 못했다.

A씨를 향한 반대 학생들의 일방적 혐오를 보면서 지난달 자신의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고 '여군 재복무'를 요청했던 육군 트랜스젠더 부사관 변희수(22) 하사가 떠올랐다. 

비록 육군은 변 하사에게 '전역 결정'을 내렸지만 그와 함께 복무했던 군인들은 대부분 변 하사의 재입대를 응원했다. 소속 부대 대대장과 주임원사, 선·후임들은 "변 하사가 한 명의 여군으로서 충분한 역할을 해낼 수 있다"며 그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숙명여대 입학 등록 기간 마지막 날인 7일. 불과 9일 전까지만 해도 흥분된 목소리로 통화를 했던 A씨는 결국 입학을 포기했다. A씨는 이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입학 포기를 알리는 글을 통해 "성숙한 사람에게 있어서, 미지의 존재에 대한 공포는 더 알아가고자 하는 호기심이 되어야지, 무자비한 혐오여서는 안된다"고 했다.

A씨는 뉴시스와의 첫 통화에서 성전환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여성이 동경의 대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A씨에게 숙명여대 학생은 '동경의 대상'이었지만, 그들은 A씨를 '존중의 대상'으로 보지 않았던 것이다.

트랜스젠더 예비 법학도의 꿈, 그리고 용기는 '동경의 대상'에 의해 짓밟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mink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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