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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증권사 지점 신풍속도.."어르신 아니면 VIP"

등록 2020.04.1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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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개미 주력 2030세대, 비대면 계좌라 지점 찾지 않아

방문객은 비대면 불가능한 노인 혹은 VIP룸 직행가능 고액자산가로 양극화

생애 첫 주식계좌 많아..쏠림현상 우려도

[서울=뉴시스]류병화 기자 = 장 마감을 앞둔 오후 2시께 서울 여의도 투자자산관리센터 모습. 2020.04.08. hwahwa@newsis.com

[서울=뉴시스]류병화 기자 = 장 마감을 앞둔 오후 2시께 서울 여의도 투자자산관리센터 모습. 2020.04.0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류병화 기자 = #.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사는 최모(77)씨는 신문을 매일 읽는다. 신문에서 '주식투자 열풍', '삼성전자에 올라탄 동학개미' 류의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한 지난달 중순부터 평생 해본 적 없던 주식에 투자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지난 8일 처음으로 집근처 증권사 지점에 방문해 '지금 삼성전자 주식을 사도 괜찮겠냐'고 문의했지만 아직 때가 아니라는 조언을 들었다. 적기에 투자하지 못한 그는 "아무래도 다음 기회에 투자해야겠다"며 돌아갔다.

언론 기사를 통해 뒤늦게 주식 투자 행렬을 접한 '늦깎이 투자자'들이 증권사 지점에 방문하고 있다. 기자가 지난 8~10일 서울 서초구, 용산구, 영등포구에 위치한 증권사 지점 5곳을 돌아다닌 결과 지점 내방 고객 가운데 20~30대를 찾기 쉽지 않았다.

LS용산타워에 있는 KB증권 용산지점은 지난 10일 낮 12시30분께 방문 고객 없이 한산한 모습이었다. 인근에 아모레퍼시픽빌딩이 들어서 있고 같은 건물에 LS그룹 계열사 등이 입주해 있어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 지점이지만 점심시간 30여분 동안 찾는 고객은 보이지 않았다.

이수역 인근 구산타워에 있는 NH투자증권 방배WM센터도 지난 8일 노년층만 방문을 이어갔다. 지점 방문 후 낮 12시30분께 기자와 만난 최씨는 "신문에 난 걸 보니까 삼성전자 주식이 6만원까지 올랐다가 많이 떨어졌다고 해서 방문해봤다"며 "기업들 위기가 얼마나 오래갈지 모르겠어서 지금 투자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하더라고. 기자님은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말했다.

고유순(72·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씨는 수년 전 묵혀둔 주식을 팔고 은행 계좌로 이체하기 위해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미래에셋대우 여의도 투자자산관리센터와 삼성증권 여의도WM지점을 방문했다. 고씨는 "몇 년 전에 웅진코웨이, LG전자에 투자해놓은 걸 좀 찾아서 동생 딸 축의금으로 주려고 한다"며 "LG전자는 조금 더 기다렸다가 사볼까 하지만 나이를 먹으니 (당산에서 여의도까지) 움직이기가 힘들어 너무 늦게 찾게 될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김모(56·경기 의왕)씨도 최근 삼성전자를 사러 증권사 지점을 찾았다. 지난달 주식 투자를 처음 시작한 그는 "삼성전자는 망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 3년을 보고 투자했고 셀트리온헬스케어 같이 바이오주도 주식 투자방에서 이야기를 들어 사봤다"며 "증권사 직원 이야기는 믿지 않는 편"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전 연령대에 걸쳐 만들어진 투자 열기를 놓고 '묻지마 투자'에 대한 경계감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도 지난 7일 코로나19로 촉발된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는 과거 금융위기와 달리 예측이 어려워 '묻지마 투자'나 '몰빵 투자'를 투자자 유의사항으로 꼽은 바 있다.
[서울=뉴시스]류병화 기자 = NH투자증권 방배WM지점, KB증권 용산지점, 한국투자증권 방배PB센터 전경. 2020.04.10. hwahwa@newsis.com

[서울=뉴시스]류병화 기자 = NH투자증권 방배WM지점, KB증권 용산지점, 한국투자증권 방배PB센터 전경. 2020.04.10. [email protected]

◇지점은 고액자산가 혹은 노인 쉼터…고객 양극화

지점을 찾는 고객은 인터넷이나 모바일 등 비대면으로 주식 투자를 하기 어려운 노인층 고객과 PB에게 자세한 설명을 듣고 투자 전략을 세우려는 고액 자산가들로 나뉘는 것으로 파악된다.

노인층 고객들이 오랜 시간 객장에 머무르며 주가 등락이 표시되는 시세 전광판을 보고 있어 증권사 지점은 전광판을 꺼두고 있는 편이었다.

지난 8일 오후 1시께 방문한 한국투자증권 방배PB센터에는 경제신문을 읽고 있는 고객 등 노년층 2명이 앉아있었다. 해당 지점의 한 PB는 "저번 주까진 방문객이 많았지만 지수가 많이 올라 이번 주 들어 줄어들었다"며 "지점을 많이 방문하진 않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여의도 증권사 객장은 코로나19의 여파에도 적정한 활기를 보이고 있었다. 코스피지수가 1800선을 넘기며 다소 방문 고객이 줄었지만 대기줄 없이 창구 업무를 계속 보고 있는 중이었다.

미래에셋대우 여의도 투자자산관리센터에서 근무하는 심원우 매니저는 "최근에 투자를 시작하려는 분들은 자녀에게 주식을 물려주기 좋은 투자처를 알아보기 위해 지점을 방문하고 있다"며 "이미 주가가 많이 빠진 상황이기 때문에 10년 뒤를 바라보면 증여세나 배당종합소득세를 충분히 뛰어넘는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분들은 해외 우량주, 달러 투자를 많이 찾는 편"이라며 "물론 삼성전자를 찾는 분들도 계시지만 다른 투자처를 알아보시는 분도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모두 비대면으로 갔다…키움·카카오 쑥쑥

지점에 가지 않은 주식 투자자들은 모두 비대면 고객으로 유입됐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브로커리지 점유율 1위인 키움증권과 새로 사업을 시작하는 카카오페이증권이 '동학개미운동'의 수혜를 입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주식 중개시장점유율이 18.44%로 업권 1위에 해당한다. 키움증권에서는 주식이 크게 하락한 지난 한 달 동안 신규계좌 43만1000개 개설됐다.

비대면 계좌 개설 급증도 나타났다. 지난 1월의 신규 계좌는 14만3000개였으나 3월 한달간 약 43만1000개를 계좌 개설이 이뤄졌다. 3월19일에는 단 하루 동안 3만752개의 신규 계좌 개설이 있었다.

카카오페이증권 계좌 개설 수는 지난달 25일 50만개를 넘겼다. 서비스 28일 만이다. 가입자 연령대별로 보면 모바일 플랫폼 이용률이 높고 상대적으로 증권 서비스 경험이 적은 2030세대가 전체의 68.4%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점유율 1위인 키움증권, 2030세대와 접점이 많은 카카오증권 이외에도 기존 증권사들의 브로커리지 수익이 예상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3월 12만7000여개의 계좌 개설 건수를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한달동안 20만개의 계좌가 개설됐다. NH투자증권은 22만5000개의 계좌가, 삼성증권은 최근 한달간 10만건이 넘는 비대면 계좌가 개설된 것으로 파악된다.

신한금융투자는 올 1분기 비대면 계좌 개설이 전년 동기 대비 3.2배 증가했다. 계좌를 개설한 고객의 연령대는 20대 32%, 30대 28%, 40대 22%, 50대 11%로 나타났다. 메리츠증권도 1분기 주식계좌 개설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11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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