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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지원중단' 계기로 본 WHO 예산·조직·기여금

등록 2020.04.16 11:19:54수정 2020.04.16 12: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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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올해 예산 57억 달러…회원국 분담금으로 구성

미국 분담률 22%, 회원국 최고…2월께 삭감 논의 마쳐

유럽매체 "트럼프, WHO에 사태 책임 돌리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정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이 정점을 지났다며 '경제 활동 재개' 의지를 강력히 피력했다. 그는 "16일 국가 재개방(경제활동 재개)에 관해 기자회견 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0.04.16.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세계보건기구(WHO)의 잘못된 대응이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이어졌다고 비난하며 관련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WHO에 대한 자금 지원 중단을 지시했다. 사진은 15일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TF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인 트럼프 대통령. 2020.4.16.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세계보건기구(WHO)의 잘못된 대응이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이어졌다고 비난하며 관련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WHO에 대한 자금 지원 중단을 지시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다음날인 15일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입장을 내놨고, 유럽연합과 유럽 여러 나라들도 각각 비판과 반대 성명들을 쏟아내고 있다.

◇WHO, 어떤 기관인가?

WHO 홈페이지에 따르면 WHO는 1948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정부의 보건 부문 발전을 위한 원조제공, 전염병과 풍토병 및 기타 질병 퇴치, 보건관계 단체간의 협력관계 증진 등을 목적으로 발족됐다.

콜레라, 황열병, 페스트 등과 같은 세계적인 전염성 질환과 싸우기 위해 설립된 국제공공위생사무소(Office of International Public Hygiene)·국제연맹보건기구(League of Nations Health Organization)의 임무를 이어받았다. 현재는 유엔개발그룹 산하에 있다.

조직은 세계보건총회(WHA), 이사회, 사무국 등으로 구분된다. WHA는 194개 가맹국의 대표로 구성된 최고 의결기관으로 5년마다 사무총장을 선출하고, WHO의 목표와 우선 순위를 정한다. WHO의 예산과 활동도 여기서 승인한다.
 [제네바=신화/뉴시스]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1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가상 언론 브리핑 중 발언하고 있다. 2020.03.17.

[제네바=신화/뉴시스]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1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온라인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03.17.



이사회는 34명의 보건전문가로 구성되며 3년마다 새롭게 선출한다. 사무국은 가맹국에 설치된 지역사무소와 각 분야별 행정 인력이 소속된 곳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도 여기에 소속돼 있다.

WHO의 운영자금은 가맹국의 의무 분담금과 자발적인 기여금, 민간 단체 혹은 개인의 기부금으로 운영된다. 가디언에 따르면 2018-2019년 WHO의 예산은 48억 달러(약6조원)로 대부분 가맹국의 분담금으로 충당됐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비상자금이 추가되며 57억 달러로 규모가 커졌다.

◇트럼프 칼날, 왜 WHO 향했나?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중국 중심 주의'에 대한 불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WHO가 중국으로부터 나오는 보고들을 제대로 조사했더라면 코로나19가 보다 더 억제되고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며 WHO가 코로나19에 대한 중국의 허위 정보를 방치해 광범위한 확산을 초래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비난은 그저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의 화살을 WHO에 돌리기 위한 작전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또한 미국 행정부는 이미 지난 2월7일 예산안을 논의하며 약 30억 달러에 달하는 글로벌 보건 분담금을 단계적으로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미 행정부는 미국의 WHO 기여금 중 절반에 해당하는 4억 달러 규모의 예산 삭감을 의논했다.

 [랜싱=AP/뉴시스]15일(현지시간) 미 미시간주 랜싱의 미시간 의사당 계단에 시민들이 그레첸 위트머 미시간주지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내린 자택 체류 명령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며 모여 있다. 수백 명의 시위대는 깃발을 흔들고 경적을 울리며 의사당 앞에 모여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집에 머물라는 위트머 주지사의 명령에 불쾌감을 나타냈다. 2020.04.16.

[랜싱=AP/뉴시스]15일(현지시간) 미 미시간주 랜싱의 미시간 의사당 계단에 시민들이 그레첸 위트머 미시간주지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내린 자택 체류 명령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며 모여 있다. 수백 명의 시위대는 깃발을 흔들고 경적을 울리며 의사당 앞에 모여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집에 머물라는 위트머 주지사의 명령에 불쾌감을 나타냈다. 2020.04.16.



영국의 가디언, 미국의 CNN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WHO가 코로나19의 인간 대 인간 전염을 뒤늦게 경고'했고, '확산 초기 중국의 정보 투명성에 대해 조사하지 못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보도했다.

WHO는 이미 지난 1월 지침을 발표하고 코로나19의 인간 대 인간 전염 위험성을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발 항공편을 일부 금지한다고 발표하기 하루 전인 1월30일께에는 공중보건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유럽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의 화살받이를 찾고 있다고 비판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유로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르며 이전 행정부를 이끌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비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자신을 향한 여론이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손가락질을 받을 곳을 찾고 있다는 뜻이다.

2014~2015년 에볼라 사태에 비하면 현재 WHO의 성과는 오히려 주목할만 하다. 중국(홍콩)인인 마거릿 챈 전 WHO 사무총장은 아프리카 등지에서 시작된 에볼라가 발병한 후 6개월이 지나서야 행동에 나섰다. 그는 결국 에볼라 대처 미흡 논란 속에서 지난 2017년 10년간의 임기를 마쳤다. 대부분의 보건 전문가들은 테워드로스 총장 체제가 코로나19 방역에 더 나은 성과를 거두었다는 데 동의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가자시티=신화/뉴시스]12일(현지시간) 한 팔레스타인 예술가가 가자시티의 해변에 "Stay Home, Stay Safe"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구호를 조각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은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290명, 사망자는 2명으로 집계됐다. 2020.04.13.

[가자시티=신화/뉴시스]12일(현지시간) 한 팔레스타인 예술가가 가자시티의 해변에 "Stay Home, Stay Safe"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구호를 조각하고 있다. 2020.04.13.



◇트럼프의 WHO 공격, 어떤 영향 미치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글로벌 보건 분담금을 대폭 줄일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 미국은 WHO 뿐만 아니라 세계 보건 관련 기여금에서 발을 뺄 수 있게 됐다.

미국의 WHO 기여금은 8억9300만 달러(2018∼2019년도 기준) 수준이다. 이 중 의무 기여금은 2억3691만 달러다. 미국의 의무 분담률은 22%로 WHO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다.

데비 스리드하르 에든버러대학 공중보건학 교수는 "WHO는 개발도상국의 코로나19 확산 방지 노력에 앞장서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큰 문제가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WHO는 다른 나라를 배려하고 전염병을 막기 위한 노력을 주고하고 있는 기관이다. 지금은 이곳에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한 시기다"고 강조했다.

독일의 하이코 마스 외무장관은 트위터에서 "남 탓을 하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 바이러스에는 국경이 없다.  우리는 코로나19와 싸우기 위해 긴밀하게 하나가 되어 협력해야한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 우리의 최선의 투자는 유엔, 특히 자금부족을 겪고 있는 WHO같은 국제기구에 대한 투자다. 그렇게 해서 바이러스에 대한 검사와 백신 개발같은 기능을 더욱 강화해야한다"고 반박했다.

스위스 ATS 통신에 따르면 스위스 연방보건국(FOPH)은 "WHO는 지금과 같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국제기구이다"며 "코로나19를 성공적으로 퇴치하기 위해 다자주의 정신과 국제 협력이 가장 중요하며 그 구심점은 WHO"라고 밝혔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16일 오전 10시 기준 세계 코로나19 확진 환자는 206만2485명, 사망자는 13만4354명에 달한다. 가장 많은 확진 환자가 나온 국가는 미국으로 63만7716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는 3만844명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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