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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풍속 담긴 블랙박스…'기산 풍속화' 특별전

등록 2020.05.19 16: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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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적 죄인 형벌하는 모양.(사진=국립민속박물관 제공) 2020.5.1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적 죄인 형벌하는 모양.(사진=국립민속박물관 제공) 2020.5.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정규 기자 =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1745∼?)와 혜원(蕙園) 신윤복(申潤福·1758∼?)이 그랬던 것처럼, 19세기 말의 우리나라 풍속을 그렸던 화가가 있었다. 기산(箕山) 김준근(金俊根·생몰년 미상)이다.

그는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활동하면서 당시 생업과 의식주, 의례, 세시풍속, 놀이 등 전 분야의 풍속을 그려 당대의 모습이 담긴 작품들을 남겼다.

이 같은 기산의 풍속화와 그 속에 기록된 우리 민속의 흔적과 변화상을 찾아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오는 20일부터 10월 5일까지 '기산 풍속화에서 민속을 찾다' 특별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밭 갈고 부종(付種)하는 모양', '여인 방적(紡績)하고', '행상(行喪)하고', '추천(鞦韆)하는 모양' 등 기산 풍속화와 '두부판', '씨아', '시치미', '대곤장' 같은 민속자료 등 총 340여점이 소개된다.

기산 김준근은 조선시대 대표 풍속화가인 단원과 혜원처럼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마찬가지로 삶의 전 분야의 풍속을 그린 화가였다. 부산의 초량을 비롯해 원산, 인천 등 개항장에서 활동했으며 우리나라 최초로 번역된 서양 문학작품인 '텬로력뎡(천로역정·天路歷程)'의 삽화를 그렸다.

[서울=뉴시스] 여인 방적하는 모양. 독일 MARKK 소장.(사진=국립민속박물관 제공) 2020.5.1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여인 방적하는 모양. 독일 MARKK 소장.(사진=국립민속박물관 제공) 2020.5.19 [email protected]

기산의 그림은 당시 우리나라를 다녀간 여행가, 외교관, 선교사 등 외국인에게 많이 팔렸으며 현재 독일, 프랑스 등 유럽과 북미 박물관에 주로 소장돼있다.

1부 '풍속이 속살대다'는 19세기 말 20세기 초의 풍속이 국립민속박물관과 독일 MARKK(Museum am Rothenbaum–Kulturen und Künste der Welt·옛 함부르크민족학박물관) 소장품을 중심으로 150여점에 이르는 풍속화와 나무기러기, 종경도, 거북점구 등 민속품이 생활공간과 시간의 흐름에 따라 펼쳐진다. 이번에 전시되는 두 박물관의 소장품은 대부분 국내에 최초로 공개되는 것이다.

사람과 물산(物産)이 모이는 시장과 주막, 그 시장에서 펼쳐지는 소리꾼, 굿중패, 솟대장이패의 갖가지 연희와 갓, 망건, 탕건, 바디, 짚신, 붓, 먹, 옹기, 가마솥 만드는 수공업 과정을 볼 수 있다. 또 글 가르치는 모습과 과거, 혼례와 상·장례 등 의례, 널뛰기와 그네뛰기 등의 세시풍속과 놀이, 주리 틀고 곤장 치는 혹독한 형벌제도 등이 소개돼 한 세기 전 생활모습을 엿볼 수 있다.

2부 '풍속을 증언하다'는 19세기 말 20세기 초 기산 풍속화와 그 속에 등장하는 기물(器物)을 통해 변하거나 변하지 않은 민속의 변화상을 찾아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그림 속에는 사라진 기물도 있고 모양과 재료, 사용 의미가 변하면서 기능이 남아있는 것 등도 있다.

[서울=뉴시스] 시집가고.(사진=국립민속박물관 제공) 2020.5.1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시집가고.(사진=국립민속박물관 제공) 2020.5.19 [email protected]

'수공업(갈이장이, 대장장이)', '식생활(맷돌, 두부, 물긷기), '놀이(바둑, 장기, 쌍륙), '연희(삼현육각, 탈놀이), '일생 의례(혼례)', '의생활(모자, 다듬이질), '사회생활(시험, 합격)' 등 7개 주제를 중심으로 기산 풍속화, 사진엽서, 민속자료, 영상을 통해 쇠퇴하거나 변화하고 지속하는 민속의 특성을 소개한다.

이번 전시에서 주목되는 그림은 독일 MARKK 소장 기산 풍속화 79점(원본 71점·복제본 8점)이다. 특히 외교관이자 인천에 세창양행(世昌洋行)을 설립한 상인인 에두아르트 마이어(Heinrich Constantin Eduard Meyer·1841~1926)가 수집한 61점은 그림 주제가 다양한데다 대부분 인물과 배경이 함께 그려져 있어 예술적·학술적인 가치가 높다.

이 그림은 우리나라를 떠난 지 126년 만에 다시 한국 땅을 밟게 되는 것으로 전체 실물이 공개되는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또 12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 채색이 그대로 살아 있어 당시 시대상을 잘 보여준다.

국립민속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미술사, 민속학 등 관련 분야 연구자들에게는 관심 대상이었지만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기산 김준근의 존재와 그의 풍속화 세계를 널리 알리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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