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18세기 팝 '판소리', 21세기로"...이날치 1집 '수궁가'

등록 2020.05.29 12:35:35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 이날치. 2020.05.29. (사진 = 매니지먼트사 잔파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날치. 2020.05.29. (사진 = 매니지먼트사 잔파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얼터너티브 팝 밴드 '이날치'가 29일 정규 1집 '수궁가'를 발표했다.

이날치는 영화 '타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곡성', '부산행'의 음악감독이자 '어어부프로젝트' '씽씽'에서 활약한 베이스 장영규가 주축이 됐다.

'장기하와 얼굴들' 출신 베이스 정중엽, '씽씽'의 드럼 이철희, 개성 넘치는 소리꾼으로 활약한 권송희·신유진·안이호·이나래로 구성돼 있다. 

'이날치'라는 팀명은 조선 후기 판소리 명창 이날치(1820~1892)에서 따왔다. 후기 팔명창에 속하는 인물이다. 본명은 이경숙으로, 날치는 예명이다. 줄타기를 하던 젊은 시절, 날치 같이 날쌔게 줄을 잘 탄다고 해서 얻었다.

장영규는 "이날치가 날치처럼 줄을 잘 탔는데, 노래도 잘 하고 고수도 잘 했다고 한다. 이름의 어감과 뉘앙스가 마음에 들어 따왔다"라고 했다.

재작년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양정웅 연출의 의뢰로 '수궁가'를 작업한 것을 계기로 결성됐다. 음악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음악가들끼리 교감이 생겼고, 즐겁게 작업을 했다.

작년 초부터 홍대 소규모 클럽에서 몇 차례 쇼케이스 형태의 라이브 공연을 하며 입소문이 났다. 그해 5월18일 서울 이태원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첫 번째 단독공연 '현대카드 큐레이티드 53: 들썩들썩 수궁가'가 정식 데뷔 무대다. 이후 서울인기페스티벌, 잔다리페스타 등 다양한 무대에서 부지런히 공연해왔다.

두 대의 베이스와 드럼, 네 명의 판소리 보컬이 만들어 내는 오묘한 하모니와 주술과도 같은 가사,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의 현란한 몸짓이 어우러진 네이버 온스테이지 '범 내려온다' 영상은 조회수 130만뷰를 넘기며 주목 받았다.

이날치는 무대에서 '수궁가'를 노래해 왔다. '수궁가'는 용왕(龍王)이 병이 들자 약에 쓸 토끼의 간을 구하기 위해 나서는 자라의 이야기다. 자라는 세상에 나와 토끼를 꾀어 용궁으로 데리고 가고, 토끼는 꾀를 내어 용왕을 속여 살아 돌아온다는 이야기를 판소리로 짠 것이다.

이날치 매니지먼트사 잔파는 "동물들을 주인공으로 바다 세계의 신의와 배신을 주로 다루고 있는 수궁가는 동시대에도 크게 공감될 갑질횡포, 사내정치, 살기 위해 속고 속이는 서스펜스와 반전이 펼쳐진다"고 소개했다.

[서울=뉴시스] 이날치 정규 1집 '수궁가' 앨범 커버. 2020.05.29. (사진 = 매니지먼트사 잔파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날치 정규 1집 '수궁가' 앨범 커버. 2020.05.29. (사진 = 매니지먼트사 잔파 제공) [email protected]

판소리 수궁가는 전 바탕을 노래하는데 약 세 시간이 걸린다. 원작이 워낙 길고 한자가 많아서 가사를 보고 읽어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이날치는 이런 판소리를 대중음악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일념으로, 수궁가의 인상적인 장면을 골랐다. 목소리로만 구성된 송라인에다 베이스와 드럼, 신시사이저로 살을 붙였다.

1980년대 신스-팝과 뉴 웨이브가 엿보이는 드럼과 베이스의 리듬 위로 판소리 솔로와 합창이 교차, 반복되며 신선한 사운드를 연출한다.

이번 앨범 '수궁가'에는 지난해 12월부터 차례로 발표한 네 장의 싱글 '어류', '토끼', '호랑이', '자라'에 수록된 8곡과 신곡 3곡 등 총 11곡이 실렸다.

타이틀곡 '범 내려온다'는 별주부가 육지로 올라와 토끼를 발견하고 반가움에 토끼를 "토생원~"하고 부른다는 게 그만 턱에 힘이 빠져 "호생원~"이라고 호랑이를 불러버려 난데없이 호랑이가 내려오는 장면을 다룬다. 별주부에게 닥친 위기를 생생하게 묘사한 노래다. 도입부의 심상치 않은 베이스 라인이 범의 걸음걸이와 자태에 위엄과 호쾌함을 더한다. 

서브 타이틀곡 '별주부가 울며 여짜오되'는 간을 육지에 두고 왔다는 토끼의 말에 넘어간 용왕이 토끼의 환심을 사기 위해 잔치를 열어주는 걸 본 별주부의 이야기다. 별주부는 답답한 마음에 토끼에세 속지 말라며 충언을 한다. 펑크의 기운을 뿜는 간주가 곡을 고조시키고, 팽팽한 긴장감과 두 주인공의 절실함이 끊임없는 리프와 하이톤으로 노래된다.

이수정 잔다리페스타 사무국장 겸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기획운영팀장은 "이날치. 조선 시대 명창. 요즘으로 치면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 정도 되려나. 바꿔 말하자면, 아리아나 그란데 같은 팝스타가 조선 시대에는 이날치였다"면서 "감히 팝스타의 이름을 밴드명으로 건 발칙한 그룹 이날치는, 18세기 팝인 판소리를 21세기로 데려와 대중음악으로서의 본질을 전면에 내세운 얼터너티브 팝 밴드"라고 봤다.
 
이번 앨범은 내달 9일 LP로 발매된다. 이날치는 7월 11일 국립극장 '여우락페스티벌', 같은 달 19일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에 출연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