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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중국산 태양광 모듈이요? 효율성 고려하면 국산이 낫습니다"

등록 2020.11.0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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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규모 '솔라시도 태양광발전소' 찾아

부지만 48만평 달해…6만 세대 1년 치 전력 생산

공사비 기준 국산화율 92%…모듈은 41%로 적어

"생산 일정 차질로 수급 고충…중국산 사용 불가피"

"선적·이송 기간·하역 비용 고려하면 국산이 효율적"

[세종=뉴시스]전남 해남군 산이면 구성리 일원에 위치한 '솔라시도 태양광발전소' 전경. (사진=에너지정보문화재단 제공)

[세종=뉴시스]전남 해남군 산이면 구성리 일원에 위치한 '솔라시도 태양광발전소' 전경. (사진=에너지정보문화재단 제공)



[해남=뉴시스] 이승재 기자 =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국내 태양광 시장이 커졌지만 관련 부품은 중국산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싼 가격을 앞세워 공격적인 진출 전략을 펼치는 탓에 실제 점유율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국내 최대 규모인 '솔라시도 태양광발전소'도 당초 중국산 모듈만 사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바뀌었다. 국산 태양광 모듈을 사용하기 위해 설계를 변경했고, 제조업체 생산 일정을 맞춰 물량을 최대한 뽑아내기 위해 건설 기간도 3개월 연장했다.

발전사업은 공적인 측면이 많지만 그래도 사업자 입장에서는 이윤을 추가하는 것이 먼저다. 그럼에도 비교적 싼 중국산 대신 국산 모듈을 40% 이상 사용한 이유가 내심 궁금했다.

그러던 차에 기회가 생겨 지난달 30일 전남 해남군 산이면 구성리 일원에 위치한 '솔라시도 태양광발전소'를 찾았다.

목포역에서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를 가니 넓은 들판에 끝없이 펼쳐진 태양광발전 설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48만평에 달하는 부지를 가득 채운 태양광 패널과 이를 둘러싼 억새가 함께 물결치는 모습이 장관을 이뤘다.

철새 도래지인 영암호를 들른 이름 모를 새들도 패널 위를 날아다닌다. 말 그대로 자연과 신기술이 공존하는 모습이다.

단지 내부에는 아스팔트가 아닌 자갈로 도로를 냈다. 양옆으로 늘어선 태양광 패널을 천천히 지나 단지 중앙쯤 도착하면 잘 가꿔진 동산이 봉긋하게 솟아있다. '태양의 정원'이라고 이름 붙인 이곳은 곧 민간인에게 개방된다고 한다. 이 정원 부지만 4만5000평이다.

'솔라시도 태양광발전소'는 분산형 재생에너지 발전소로 지난 3월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태양광발전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설비용량은 각각 98㎿, 306㎿h다. 연간 전력 생산량은 129GWh로 발전소 주변 지역인 해남군과 영암군 인구 6만2848세대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세종=뉴시스]전남 해남군 산이면 구성리 일원에 위치한 '솔라시도 태양광발전소' 내 '태양의정원'. (사진=에너지정보문화재단 제공)

[세종=뉴시스]전남 해남군 산이면 구성리 일원에 위치한 '솔라시도 태양광발전소' 내 '태양의정원'. (사진=에너지정보문화재단 제공)



이런 대규모 발전 시설은 지역주민들의 동의 없이는 들어설 수 없다. 어렵사리 완공시킨다고 해도 혐오 시설로 낙인찍히기 십상이다. 발전사업자가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다.

김동하 솔라시도태양광발전사업소 현장소장은 "자연 친화적인 발전소를 만들기 위해 굉장히 노력했다"고 입을 뗐다.

그러면서 "기초 구조물을 콘크리트가 아닌 파일로 해서 나중에 철거할 때는 그냥 뽑으면 되는 구조"라며 "태양광 모듈 세척은 약품이 아닌 빗물로 대체하고 심지어 제초 작업에도 약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인력이 투입된다"고 설명했다.

태양광 설비 아래에서 함초, 마, 버섯 등을 수확할 수 있는 '영농형 태양광' 부지도 약 4만2000평을 확보해뒀다. 다른 곳보다 구조물을 높여 장비와 사람이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 것이다. 경작물을 보관할 수 있는 창고도 발전소 한쪽에 마련돼 있다.

김 소장은 "이 사업에는 인근 마을 세대 기준으로 35%의 주민이 참여해 관련 수익을 나누고 있다"며 "발전소 내에 조성한 녹지 공간도 지역주민들이 만족스러워한다"고 전했다.

[세종=뉴시스]전남 해남군 산이면 구성리 일원에 위치한 '솔라시도 태양광발전소' 에너지저장장치(ESS)동. (사진=에너지정보문화재단 제공)

[세종=뉴시스]전남 해남군 산이면 구성리 일원에 위치한 '솔라시도 태양광발전소' 에너지저장장치(ESS)동. (사진=에너지정보문화재단 제공)



이 발전소는 공사비 기준 국산화율이 약 92%에 이른다. 기자재를 기준으로 하면 87% 수준이다. 특히, ESS 관련 장비를 삼성SDI가 담당하면서 국산화율을 높였다.

태양광 모듈은 중국 업체인 진코솔라와 국내 업체인 한솔테크닉스의 제품을 나눠 썼다. 중국산과 국산 사용량은 각각 58㎽, 40㎽로 국산 비율은 41% 정도다. 국산 태양광 모듈을 100% 다 쓰려고 했지만 생산 일정 차질로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김 소장은 "짧은 기간에 많은 물량을 투입하다 보니 납품할 수 있는 업체가 많지 않았다"며 "기한 내에 공사를 마치려면 중국산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알려진 바와 달리 가격 경쟁력 면에서 중국산 태양광 모듈이 국산을 크게 앞서지 않는다는 견해도 나왔다. 업계에서는 통상적으로 국산 모듈을 100원이라고 치면 중국산 모듈은 90원 정도로 보고 있다.

김 소장은 "선적과 이송에 걸리는 기간과 하역비용 등을 고려할 때 효율적인 측면에서는 국산이 더 낫다"며 "하역 작업을 할 때 대량으로 건너온 컨테이너를 한 번에 정리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세종=뉴시스]전남 해남군 산이면 구성리 일원에 위치한 '솔라시도 태양광발전소' 내 154㎸ 변전소. (사진=에너지정보문화재단 제공)

[세종=뉴시스]전남 해남군 산이면 구성리 일원에 위치한 '솔라시도 태양광발전소' 내 154㎸ 변전소. (사진=에너지정보문화재단 제공)



앞으로 거대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한국에너지공단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국내 태양광 모듈 시장의 국산 점유율은 67.4%로 전년 대비 12.4%포인트(p) 하락했다. 중국산 모듈 수입액은 올해 들어 지난 7월까지 2억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는 3억7000만 달러어치를 사들였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 성과가 국내 태양광 업계까지 이어질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에너지공단 관계자는 "세계 최고효율 차세대 태양전지 기술 개발 등 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경쟁력 향상 노력을 지속해서 추진해야 한다"며 "RE100, 그린뉴딜 등 정부에서 추진 중인 신규 시장 확보 계획에 맞춰 기업 투자 확대 등 규모의 경제 확보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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