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법원, 성폭행피해자에 대한 처녀성 검사 금지
"피해자의 존엄성 해치고 생명권에도 위배"

【라호르=AP/뉴시스】23일(현지시간) 파키스탄 라호르에서 시민운동가들이 성폭력과 학대 등에 반대하는 시위를 열고 있다. 이들은 파키스탄에서의 자유와 평등, 차별적인 각종 법의 폐지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2019.07.24.
인권 운동가들은 라호르 법원에 처녀성 검사를 금지시킬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여성의 생식기 속으로 두 손가락을 넣어 실시하는 처녀성 검사에 대해 과학적 가치가 없다고 밝혀 왔다.
판사들은 이 관행이 "여성 피해자의 개인적 존엄성을 해치고 생명권과 존엄권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
아리프 알비 파키스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성폭행범에 대한 화학적 거세를 승인하는 새로운 성폭행방지법을 발표하면서 손가락을 삽입하는 처녀성 검사 금지 방침을 밝혔었다. 그러나 새 성폭행방지법은 손가락 삽입은 금지하면서도 육안으로 처녀막 파열 여부를 관찰하도록 하는 것은 여전히 허용했다.
라호르 고등법원은 그러나 모든 형태의 처녀성 검사를 금지한다고 판결했다. 이러한 판결은 우선 펀자브주에 적용되는데 파키스탄에서는 처음이다.
파키스탄에서 성폭행 피해자들은 사회적 오명을 뒤집어써야 했다. 명예를 중시하는 억압적 사회 체제 아래에서 성폭행 사건은 언론에 크게 보도될 수 없었다.
파키스탄 인권위원회에 따르면 파키스탄에서 매년 수백명의 여성들이 성폭행을 당하지만, 성폭행에 관대한 법률과 복잡한 기소 절차로 인해 성폭행범들이 처벌받는 일은 많지 않다.
성폭행 피해 여성들 역시 대부분 보수적 사회에서 수치스러운 여성으로 지목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경찰에 성폭행 사실을 신고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고 있다.
소송을 제기한 운동가들은 "라호르 법원의 판결이 수사 및 사법 절차를 개선하고 성폭행 피해자들에 더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올바른 방향으로의 필요한 단계"라며 라호르 법원의 판결이 전국적인 금지의 선례가 되기를 기대했다.
한편 인도는 2013년 손가락 삽입에 따른 처녀성 검사를 금지했고, 방글라데시 역시 2018년 그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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