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청사에 때아닌 경주마 행렬…"온라인 마권 발매 허용하라"
말산업 단체 19곳, 13일 경주마 30여 마리 끌고 집회
작년 2월 이후 경마 중단…2만여 종사자 생존 위협
온라인 발매 도입법 발의했지만 국회 문턱 못 넘어
경륜·경정 되는데 경마만 홀대…"투쟁 강도 높일 것"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축산경마산업비상대책위원회가 1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온라인 마권발매 입법을 촉구하며 경주마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1.07.13.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오종택 박영주 기자 = 13일 농림축산식품부가 있는 정부세종청사 앞 도로에 말 수 십 마리가 등장해 공무원들은 물론 시민들의 이목을 끌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붕괴 위기에 직면한 말 산업 종사자들이 "온라인 마권 발매를 허용하라"며 경주마 30여 마리를 이끌고 집회에 나섰다.
말산업 단체 19곳이 참여한 축산경마산업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농식품부 청사 앞에서 온라인 마권발매 입법촉구를 위한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국내 말산업은 전례 없는 위기를 겪고 있다. 작년 2월23일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경마가 중단된 뒤 1년 넘게 정상적인 경기가 열리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말 농가 등 말산업 전반에 피해가 확산됐다. 작년 한 해에만 6조5000억원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비대위는 결의문을 통해 "말 산업에 직·간접적으로 종사하는 2만4000여명의 생활은 파탄이 났으며, 생존권은 박탈됐다"며 "마사회는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유보금까지 바닥나 생계형 경마로 겨우 숨통만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경마 중단으로 마사회는 지난해 4600억원 가량의 적자를 냈다. 유보금도 대부분 소진해 경주실적과 성적에 따라 받는 경마상금에 의존하던 마주·조교사·기수·마필관리사는 물론 관련 사업장 2500여 곳도 고사 위기에 놓였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축산경마산업비상대책위원회가 1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온라인 마권발매 입법을 촉구하며 경주마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1.07.13. [email protected]
이 같은 실상을 극복하기 위해 말 산업 종사자들은 지난해 비대위를 발족하고 국회와 농식품부에 온라인 마권발매 부활을 촉구했다.
김승남·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운천·이만희 국민의힘 의원 등 국회 농해수위 소속 여야 의원 4명은 온라인 마권 발매 도입을 골자로 하는 한국마사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비대위는 "코로나19와 K-방역으로 생활 패턴 자체가 바뀌고 있지만 정부 부처 중 유일하게 농식품부만이 경마 온라인 발매를 반대하고 있다"며 "이는 오히려 방역대책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비대위는 복권이나 스포츠토토는 전국 7000여개 판매소에서 판매되고, 경륜과 경정은 심지어 온라인 발매도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경마는 경마공원 3곳과 장외발매소 28곳에서만 마권을 현장 발매한다.
비대위는 "접근성에서 도저히 경쟁을 할 수가 없는 불공정한 구조"라며 "경주마의 능력 70%, 기수의 능력 30%가 적용돼 다른 스포츠보다 사행성이 현저하게 낮아 다른 나라들에서는 '스포츠의 왕'으로 대접받는데도 대한민국에서만 홀대 받는다"고 지적했다.
비대위는 이날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 면담을 요청했으나 성사되지 않자 청사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온라인 발매가 입법화되지 않으면 김현수 장관 퇴진을 포함해 투쟁 강도를 더욱 높일 것"이라고 예고했다.
[창원=뉴시스] 렛츠런파크 부경. (사진=마사회 부경 제공). 2020.02.19.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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