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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시대 문화현장]하루 650명~750명이 먹고 갔다...노숙자 '명동밥집'

등록 2021.09.25 06:01:00수정 2021.09.25 09:2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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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재)천주교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서 운영
사회적 취약계층 돕는 나눔 활동 '노숙인 위한 밥집'
지난 1월부터 '소상공인 온기 배달 프로젝트' 추진
매주 수요일 금요일 일요일 도시락 제공
거리두기 단계 상향속 실내 급식 금지→운동장에 천막치고 배식
평신도·성직자자등 자원봉사 활동...홀서빙·설거지 등 도와
김정환 신부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들에 관심 사랑" 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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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명동밥집' 찾은 시민들이 24일 오전 서울 중구 옛 계성여고에 위치한 급식소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명동밥집은 천주교서울대교구에서 노숙인을 위해 운영하는 무료급식소이다. 2021.09.25.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수지 윤준호 인턴 기자 =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사회는 물론 가톨릭교회 역시도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습니다."

노숙자 무료급식소 '명동밥집'을 운영하는 (재)천주교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 본부장을 맡은 김정환 신부는 "각 본당들에서도 신자들을 볼 수가 없고, 신앙의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각종 우려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 속에서 명동밥집의 지난 시간은 이 어려운 시기에 우리 교회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 확산세에 종교 활동은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12월 시작된 3차 대유행과 올해 7월 시작된 4차 대유행에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상향하면서 종교시설은 비대면 종교 활동만 가능해졌다.

코로나 19 사태속에 성당 문은 닫아도 '명동밥집'은 계속 문을 열었다. 코로나19 확산에 종교 활동은 위축돼도 사회적 취약계층을 돕는 나눔은 활성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 있다.
 
24일 오전 10시 찾아간 '명동밥집'은 활기찼다. 싸늘해진 가을바람이 부는 한산한 명동대성당과 달리, 명동 옛 계성여중고에 자리한 '명동밥집'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환영합니다!' 노숙인을 위한 명동밥집!'이라고 쓴 현수막이 먼저 반겼다.

명동밥집은 지난 1월 코로나 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으로부터 도시락을 구매해서 노숙인 등 사회제도 취약계층에 나눠주는 '소상공인 온기 배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1월6일부터 매주 수·금·일요일 오후 3시 노숙자들에게 도시락을 제공했다. '남촌상인회' 소속 6개 업소에서 매주 1400여 셋트씩 명동밥집에 보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상향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옛 계성여중고 샛별관(학생식당 자리)에서 실내 급식이 금지되면서 현재는 운동장에 천막을 치고 배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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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명동밥집' 자원봉사자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옛 계성여고에 위치한 급식소에서 식사를 마친 자리를 소독하고 있다. 명동밥집은 천주교서울대교구에서 노숙인을 위해 운영하는 무료급식소이다. 2021.09.25. pak7130@newsis.com


◇ 조용하지만 바쁘게 움직이는 명동밥집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명동밥집에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몰려왔다. 운동장 한쪽에 있는 계단형 스탠드는 체온 확인을 거쳐 질서 정연하게 대기표를 받아들고 배식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점점 채워졌다.

야외 천막 급식소와 샛별관 앞에는 봉사자들이 배식준비로 분주했다. 본격적인 배식 전 방역도 철저히 진행했다. 차바우나 신부는 마이크로 방역 지침을 설명하면서 "마스크 착용 잘 좀 부탁드리며 대화도 가급적 줄여주세요"라고 당부했다.

이후 배식이 시작되고 대기표 호출과 함께 사람들은 일정 거리를 두고 순서대로 천막 안으로 들어왔다. 천막에는 1인용 접이식 식탁은 4줄로 10개씩 총 40개가 한 방향으로 놓였다.

홀서빙 담당 봉사사자들은 음식들이 담긴 식판을 식탁에 올려놓았다. 반찬이나 밥이 부족한 사람들은 방역 지침에 따라 말할 수 없어 손을 들어 표시하면 배식 보충카트를 밀고 있던 봉사자들이 식판에 밥이나 반찬을 채웠다.

사람들이 식사를 마치고 식판을 두고 나가면 봉사자들은 직접 식판을 치우고 그 자리를 철저하게 소독했다. 1인당 식사 시간은 5~10분가량 소요됐다.

이날 홀서빙을 담당한 도봉구에 사는 송 모씨(52·여)는 "코로나19 확산에 노숙자 실내무료급식소가 문을 닫았다는 뉴스를 보고 명동밥집에서 봉사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뉴스와 SNS에서 실내급식소가 문을 닫으면서 급식을 받는 분들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근데 그런 분들을 위해 명동밥집이 운영을 시작하고 봉사자들을 모집한다고 해서 지원하게 됐어요. 코로나 확산으로 명동밥집이 도시락 배달부터 시작했었어요. 그때는 조리 봉사만 했었다가 봄 이후 야외 급식소가 오픈하면서 홀서빙도 하게 됐어요."

같이 봉사하는 부부도 있다. 암사동에 사는 김 모씨(39·여)와 장 모씨(43·남)는 이날 각각 홀서빙과 대기번호 호출을 맡았다. 

김 모씨는 "남편이랑 같이 봉사 활동하고 싶어서 봉사 활동 할 곳을 찾다가 우연히 명동밥집을 알게 됐어요. 야외 배식이 시작된 5월부터 남편도 봉사활동을 좋아해서 같이 하고 있어요. 정기적인 봉사 활동이 우리 부부의 목표였거든요"라고 말했다.

마이크로 대기번호를 호출하던 장 모씨도 "아내가 같이 봉사활동을 하자고 해서 하게 됐다"고 했다. "매달 2번째와 4번째 금요일마다 봉사하고 있습니다. 백화점에서 일하는데 직장에서 일할 때와 달리 여기서 사람들을 만나서 봉사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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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명동밥집' 자원봉사자들이 24일 오전 서울 중구 옛 계성여고에 위치한 급식소 조리실에서 점심을 준비하고 있다. 명동밥집은 천주교서울대교구에서 운영하는 무료급식소이다. 2021.09.25. pak7130@newsis.com


총괄사제와 전담사제가 중심이 되어 운영되는 명동밥집에는 평신도들과 성직자들이 봉사자로 오전과 오후 2개조로 나눠 활동하고 있다. 이날 오전에 봉사자가 43명, 오후에는 40명이 참여했다. 조리, 대기표 나눠주기, 배식하기, 홀서빙하기, 설거지, 방역, 길 안내 등을 맡는다.

김 신부는 "600명이 넘게 시간을 내어 봉사를 해주고 있으며 2500여명의 후원자들이 총 15억이 넘는 후원금을 보내줬다"며 "아이의 이름으로, 부부의 기념일을 맞아, 고인을 기억하며 유산을 기부한 가족부터, 크고 작은 기업들, 본당 공동체, 사제 모임 등 많은 단체가 함께해주고, 또 멀리 해외에서 후원금을 보내주시는 분도 있다"고 감사함을 표했다.

이날 메뉴는 쌀밥, 얼갈이배추된장국, 무생채, 치킨너겟 겨자소스, 김치 등 다양했다. 입구에 세워진 메뉴판에는 ‘무한제공’, ‘손만 들어주세요’라는 문구도  적혀있다.

김 신부는 "명동밥집은 배식시간을 정해놓고 정해진 시간만 운영하는 다른 무료급식소들과 다르게 배식 시간제한 없이 편한 시간에 언제든 와서 먹을 수 있도록 운영한다"며 "오전 11시부터 4시까지 언제든 밥을 먹을 수 있고 얼마든지 먹고 싶은 만큼 더 먹을 수 있도록 무한으로 리필을 해준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오시는 분들 상황을 보면서 밥과 음식을 바로바로 조리해 남는 음식을 최소화하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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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명동밥집' 자원봉사자들이 24일 오전 서울 중구 옛 계성여고에 위치한 급식소에서 점심 배식을 하고 있다. 명동밥집은 천주교서울대교구에서 노숙인을 위해 운영하는 무료급식소이다. 2021.09.25. pak7130@newsis.com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많이 찾고 있었다. 이날 가장 혼잡한 시간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300명 넘게 다녀갔다.

"집에 혼자 있기도 심심하고 와서 밥 한 끼 먹으려고 찾아 왔습니다."  종로에 사는 할아버지 변 모씨(82)의 첫 마디였다. 코로나 19로 인해 할아버지는 바깥 활동이 자유롭지 않다며, 3주 만에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이어 "명동밥집은 사람을 가리지 않고 받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먹을 수 있어 감사하다"며 봉사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노량진에서 왔다는 할머니 유 씨(76)도 코로나 19로 인해 밖을 나갈 수 없는 상황에 대해 토로했다. 할머니는 명동밥집을 찾은 지 2달이 됐고 매주 3회씩 꼬박꼬박 명동밥집을 방문하고 있다. "명동 밥집에서 나오는 음식들이 내 입맛에 잘 맞아 좋네요. 또 이 곳 분위기가 자유로워 편안함을 느낀다"고 했다.

경기도 광명시에서 아침 일찍부터 출발했다는 할머니 김 모씨(78)는 엄지를 치켜세우며, 명동 밥집의 코로나 19 방역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곳(명동 밥집)은 코로나 19 방역이 철저해 비교적 안심하고 식사를 할 수 있어요"

올여름부터 이곳을 알게 되어 방문했다는 할머니는 다만 "반찬이 살짝 싱거워 내 입맛에 딱 맞지는 않아요"라는 재치 있는 답변을 남겼다.

◇ 코로나 시대에도 '나눔'은 더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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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24일 오전 서울 중구 옛 계성여고에 위치한 급식소 전경. 명동밥집은 천주교서울대교구에서 운영하는 무료급식소이다. 2021.09.25. pak7130@newsis.com


운동장 또 다른 한쪽에는 대형 천막 3개가 있다. 이 천막들은 매주 일요일에만 운영되는 이동형 진료소로 6월13일 라파엘나눔재단과 함께 노숙인 자활을 돕는 활동이 이뤄지는 장소다.

이를 위해서 명동밥집과 라파엘나눔재단은 3월 이동형 진료소에 진료장비를 마련하고, 1~2차례 시뮬레이션 등 무료진료를 위한 사전 준비를 진행했다. 4월 중순 기초 의료 상담과 장비를 활용한 측정 진료를 시작해 5월부터 일요일마다 명동밥집을 찾는 노숙자를 위한 기초 진료를 진행하고 있다.

김 신부는 "모든 사람이 마땅히 누려야 할 한 끼로 생명과 사랑을 나누며 복음을 선포하고 온전한 자활을 돕고 있다"며 "이분들에게 밥 이외에도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계속해서 듣고 고민하면서 이분들의 온전한 자활을 위해 저희가 지원할 수 있는 일들을 계속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명동밥집은 목욕 및 이·미용 지원, 심리상담 등 노숙자 자활에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김 신부는 "특히 코로나 블루라고 코로나로 인한 불안과 우울증이 심해지는 시기에 누군가 함께 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과 위로를 느낀다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명동밥집은 그 설립 정신에 따라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따뜻한 식사를 기본적으로 제공하며 노숙인분들이 본래의 사회 구성원으로서 제 역할을 하며 살아 갈 수 있도록 물품지원, 목욕 및 이·미용 지원, 심리상담 및 구직 지원활동 등 자활사업도 연대 기관들과 함께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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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명동밥집' 자원봉사자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옛 계성여고에 위치한 급식소에서 배식 번호표를 받고 있다. 명동밥집은 천주교서울대교구에서 노숙인을 위해 운영하는 무료급식소이다. 2021.09.25. pak7130@newsis.com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집계에 따르면 현재 평일인 수요일과 금요일에는 약 650명이, 일요일에는 750명이 이곳을 찾것으로 나타났다. 김 신부는 소외된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당부했다.

"배고픈 사람들에게 우리가 지금 드리는 한 끼 식사는 단순하게 밥 한 끼를 제공한다는 의미를 넘어서 그들에게 생명을 전하는 일이고, 우리 사회가 내미는 사랑의 손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19 상황으로 모두가 힘들고 어려운 시기지만, 그중에서도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더 크고 깊은 피해를 보게 되는 만큼, 가난한 이들, 고통 받는 이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전해주시길 요청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suejeeq@newsis.com, delo41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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