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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은 이별을 다루는 직업"...국립무용단 '다녀와요, 다녀왔습니다'

등록 2021.11.04 17:3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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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림굿에서 영감받은 신작 무대

손인영 안무·장영규 음악·윤재원 연출

오는 11~13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서울=뉴시스]장영규 음악감독, 손인영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윤재원 연출 및 미술감독. (사진=국립극장 제공) 2021.11.0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장영규 음악감독, 손인영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윤재원 연출 및 미술감독. (사진=국립극장 제공) 2021.11.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샤먼은 동시대에 분명히 존재하는 직업이죠.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재연하는 건 그 직업에 대한 존중이 없는 게 아닐까요. 오랫동안 인류와 함께한 직업이고, 지금도 계속 존재하죠.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이 직업을 다루는 게 지금 시대에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내림굿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국립무용단의 신작 '다녀와요, 다녀왔습니다' 연출을 맡은 윤재원은 이번 공연에 샤먼(무당)을 중심 소재로 다루는 데 대해 이같이 밝혔다.

'다녀와요, 다녀왔습니다'는 샤먼을 소재로 삼지만, 굿의 연희적인 특성을 재연하지는 않는다. 인간이 마주하는 소명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감정을 내림굿에 빗대어 무용으로 펼쳐낸다.

공연은 '지금 이 시대에 샤먼은 어떤 존재인가'라는 화두를 던지며, 샤먼을 특별한 사람이 아닌 현재를 함께 살아가는 직업인으로 바라본다. 자신의 인생에서 각자 역할을 묵묵히 해내는 모든 이들을 이 시대의 샤먼이라고 봤으며, 제목처럼 모든 사람에게 안부를 묻고 안녕을 전하는 마음을 춤으로 담아낸다.

윤재원 연출은 4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굿에 대한 자료를 많이 찾아봤다. 내림굿을 가져오되 연희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좁혀가면 다른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했다. 샤먼의 내밀한 개인적인 이야기나 무당으로서 첫발을 내딛는 순간 등을 키워드로 개개인에 대한 이야기로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일상적인 인사인 '다녀와요, 다녀왔습니다'를 제목으로 한 까닭도 이와 맞닿아 있다. 그는 "인사가 주는 힘이 있다"며 "무당이란 직업은 이별을 다루는 직업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이별이나 미해결된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찾아가서 해답을 구하잖아요. 곁에서 얘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 해소되기도 하죠. 다른 사람의 의지와 마음을 오가는 일이고, 스스로에게 하는 인사일 수도 있어요. 안부를 묻는 걸 키워드로 작업을 진행하게 됐죠."
[서울=뉴시스]장영규 음악감독, 손인영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윤재원 연출 및 미술감독. (사진=국립극장 제공) 2021.11.0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장영규 음악감독, 손인영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윤재원 연출 및 미술감독. (사진=국립극장 제공) 2021.11.04. [email protected]

연출 겸 미술감독을 맡은 윤재원은 넷플릭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의 콘셉트 작가, 일렉트로닉 듀오 '해파리' 뮤직비디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약했으며, 국립무용단과는 이번에 처음 호흡을 맞춘다.

그는 "문득 보이지 않는 세계에 맞서는 안은영도 샤먼 같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가상의 세계를 어떻게 펼칠까 생각했다면, 지금은 가상의 세계가 더 큰 사람들을 현실에 발붙인 인물들로 어떻게 보이게 할까 고민했다. 일상성을 살려줄 수 있는 소재들의 특징을 최대화했다"고 설명했다.

그 일환으로 샤먼의 도구인 방울과 부채를 사용했다. 그는 "안은영에서 칼이 중요한 도구였다면, 이번에도 샤먼을 일상적 직업으로 바라봄에 있어 중요한 도구를 살렸다. 방울은 신을 빠르게 부를 수 있는 역할을 하고, 부채는 신과 연결된 도구다. 더욱이 부채는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부분을 가리는, 땅에 발붙인 나의 존엄성을 지켜주는 도구로 활용된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의 음악은 밴드 '이날치'의 수장이자 영화 '곡성', '부산행' 등에 참여한 장영규가 책임진다. 굿 음악의 독특한 리듬을 차용한 그는 무속을 다루지만 전혀 다른 느낌의 단순하고 일상적인 음악이 될 거라고 예고했다. 그는 "굿 음악에서 리듬만 가져왔다"며 "기대하는 에너지가 넘치는 굿 음악은 없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여러 가지 전통음악 작업을 했는데 가장 어렵다고 생각한 부분이 굿 음악이었어요. 다행히 제가 음악을 잘 만들도록 해석해줬죠. 지금 만들어진 음악은 굿에서 하는 음악의 역할을 하나도 안 해요. 이 공연에서는 내림굿 의식에 참여하는 무용수들이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들려줄 수 있는 음악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또 무대에는 가사가 있는 노래도 등장한다. 윤재원 연출이 가사를 쓰고 장영규 음악감독이 멜로디를, 이날치 멤버 등이 직접 노래를 불렀다. 내림굿 과정에서 목소리가 갖는 힘을 담아내고자 무대의 시작과 끝맺음을 장식한다.
[서울=뉴시스]국립무용단 신작 '다녀와요, 다녀왔습니다' 포스터. (사진=국립극장 제공) 2021.11.0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국립무용단 신작 '다녀와요, 다녀왔습니다' 포스터. (사진=국립극장 제공) 2021.11.04. [email protected]

46명의 무용수는 내림굿 의식에 참여하는 입무자(入巫者)·조무자(助巫者)·주무자(主巫者) 세 그룹으로 나뉘어 무대에 오른다. 입무자는 예기치 않은 소명을 맞닥뜨려 선택의 갈림길에 선 사람, 조무자는 무당이 되는 길을 먼저 걸어왔고 입무자가 소명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사람, 주무자는 오래전 무당의 삶을 받아들여 내림굿 의식을 주관하는 사람이다.

안무는 손인영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을 필두로 4명의 무용수 김미애, 박기환, 조용진, 이재화가 조안무로 함께한다. 손인영 예술감독은 "샤먼을 보통사람이라고 하는 생각지 못한 연출의 생각이 신선했다. 이 작품을 만들 수 있었던 요인"이라며 "이 작품은 몸 자체가 이야기하는 것들이 많다"고 말했다.

"무용을 상당히 다른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어요. 국립무용단으로서 처음이 아닌가 싶죠. 늘 춤만으로 무대를 꽉 채우게 되는데, 이번엔 음악 듣는 시간도 많고 몸을 자제하기도 해요. 독특한 분위기와 에너지로 무용수 개개인의 이야기를 잘 보여주죠. 물론 춤도 농밀하고 내밀하게 만들었어요. 무대를 마치면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야 할 것 같은, 영화를 한 편 본 듯한 총체 예술이에요."

'다녀와요, 다녀왔습니다'는 오는 11일부터 13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초연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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