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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3억 아프리카서 코로나 사망자수 22만명?…"사실 숨겨"

등록 2021.11.05 15:2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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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 대통령 '코로나는 악마의 신앙'이라 부정하다 사망

아프리카 14개국 사망원인 기록 전체 사망의 10분의 1 불과

WSJ,, 개도국 공식 사망자 수 적게 나타나는 이유 집중 분석


[서울=뉴시스]탄자니아는 코로나19를 부정하며 '중증 폐렴' 치료를 위해 사우나 요법을 권장했다. (출처=WSJ) 2021.11.05.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탄자니아는 코로나19를 부정하며 '중증 폐렴' 치료를 위해 사우나 요법을 권장했다. (출처=WSJ) 2021.11.05.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들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자국에서 진행중인 것을 부정하면서 인구 13억명의 아프리카 대륙에서 공식 사망자수가 22만명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된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공직자 6명이 숨졌는데도 사망원인이 코로나가 아니라고 발표한 탄자니아 등의 사례를 들어가며 아프리카의 부실한 코로나19 방역실태를 고발했다. 다음은 WSJ 기사 요약.

인구가 5800만명인 탄자니아의 수도 다르에스살람 북부 교외의 콘도 공동묘지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자원봉사자들이 지난해보다 세배나 넓어진 공동묘지 확장을 위해 구덩이를 파고 나무를 잘라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공동묘지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팬데믹이 시작된 초기 방역복을 입은 당국자들이 밤에 몰래 와서 시신을 묻고 갔다고 했다. 지금도 몇 사람만이 공동묘지에 와서 서둘러 장례식을 끝내곤 한다.

콘도 공동묘지 근로자들은 지난해부터 이런 식으로 장례를 치르는 것이 매우 많아졌다고 했다. 모두 코로나바이러스로 숨진 사람들이지만 이들이 코로나19에 걸렸다는 기록은 전혀 없고 가족들이나 지방 공무원들로부터 코로나 때문에 숨졌다고 들었다는 것이다.

이곳 공동묘지에서 오래 일해서 별명이 미스터 공동묘지인 알리 살룸은 "이곳은 정부가 운영하는 코로나바이러스 공동묘지지만 그렇게 부르는 건 금지돼 있다"면서 "팬데믹 이전엔 일주일에 시신을 한 사람 정도 묻었는데 지난해부터 하루에 17명을 묻고 있다"고 말했다.

세렝게티 사파리와 청록색 해변으로 유명한 탄자니아에서 시작된 코로나19를 부인하는 어두운 실험이 국경너머로 확산하고 있다. 개도국에서 팬데믹이 확산하는데도 제대로 통계가 잡히지 않는 이유중 하나다.

지난해 탄자니아의 존 마구풀리 대통령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제국주의자 강국들이 퍼트린 "악마의 신앙"이라고 규정했다. 이웃국가들이 국경을 봉쇄하는데도 인구 5800만의 탄자니아는 개방을 유지했다. 정부는 의사들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사망원인으로 기록하는 것을 금지했고 마스크를 쓰는 사람들을 비애국적이라고 비난했다.

선거를 앞두고 경제를 유지하고 민족주의 정서를 부추기기 위해 마구풀리 대통령은 외국 기자들이 입국하는 것을 막았고 백신을 거부하고 세계보건기구(WHO)에 자료 제공을 거부했다. 코로나에 대해 보도하는 언론사는 "유언비어를 퍼트린다"는 이유로 폐쇄됐고 기자들은 투옥 위협을 받았다.

지난 봄까지 대통령 본인이 숨졌고 다른 고위 정치인 6명과 군장성 여러명이 숨졌다. 그러나 마구풀리 대통령의 공식 사인은 심장마비다. 상세한 내용은 비밀에 부쳐졌다. 외교관, 분석가, 반대 지도자들은 그의 사인이 코로나19라고 말한다. 

바이러스 통계 수집을 거부하는 탄자니아의 사례는 극단적이지만 아프리카의 대부분 국가들이 환자와 사망자수를 제대로 제시하지 않는다. 인구가 13억명에 달하는 아프리카 대륙전체의 사망자수가 22만명에 불과한 이유다. 인구 3억3000만명의 미국에서 75만명이 숨진 것과 대조된다.

과학자들은 평균연령이 적고 환기가 잘되는 환경을 환자발생이 적은 이유로 들기도 한다. 직격탄을 맞은 서방에 비해 아프리카가 잘 버티고 있다고 하더라도 공동묘지와 영안실의 실태는 사망자가 공식 숫자보다 월등히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간다의 수도 캄파라의 부카사 공동묘지 근로자들은 일평균 매장자수가 지난해 6명에서 30명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사망자 가족들이 코로나 19 때문이라는 걸 알려줬다고 했다. 잠비아 수도 루사카의 중앙 영안실에는 지난 6월 전체 시신 가운데 코로나19 사망자가 87%였다고 미 보스턴대학교 과학자들이 최근 연구에서 밝혔다.

아프리카연합(AU) 백신공급연합의 아요아데 알라키자 공동대표는 공식 사망자수는 "역학적으로 불가능한 숫자다. 제대로 집계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면서 "우리가 제대로 세지 않고 있다는 것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이런 통계적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일부 과학자들은 "과도한 사망률"을 참고해 추계한다.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인공지능의 기계학습을 활용해 제시한 결과는 전세계적으로 사망자가 공식집계의 3배가 넘는 1700만명에 달한다. 최근 공식 사망자 집계는 500만명을 조금 넘는다.

이 연구는 아프리카의 높아진 사망률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아프리카는 모든 사망원인에 따른 사망률 자체이 제대로 집계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은 지난 반세기동안 아프리카에서 수기로 사망기록을 남기고 있고 아프리카의 14개국이 사망자의 10%만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고 밝혔다. 통계학자들은 아프리카의 코로나19 공식사망자 기록과 최근 크게 늘어난 사망자 사이의 차이가 전세계에서 가장 크다고 말했다.

WHO의 마트시디소 모에티 아프리카 담당 국장은 지난 달 아프리카의 감염자수를 5900만명으로 추정했다고 밝혔다. 공식 기록은 850만명이다.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WHO에 따르면 아프리카에서 코로나 19 감염검사를 받은 사람은 전 인구의 5%인 7000만명에 불과하다. 미국의 경우 질병통제센터(CDC)에 따르면 전 인구의 2배에 근접하는 6억1800만명이 검사를 받았다.

백신 역시 크게 부족하다. 미국과 유럽이 추가접종을 시작하고 있지만 사하라 이남 지역 11억명의 아프리카 주민들 중 6%만이 접종을 마쳤다. 과학자들은 이 때문에 아프리카 대륙에서 더 강력한 변종이 생길 위험이 크다고 말한다.

탄자니아의 경우 공식 사망자수가 724명이지만 이코노미스트는 팬데믹 시작 이후 추가 사망자가 6만9000명이라고 추정했다.

탄자니아 정부는 자국의 공식 통계가 국가통계청이 제시한 것이라고 밝혔으나 이 수치에는 2020년 5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가 한명도 없는 것으로 돼 있다.

고위당국자, 의사, 영안실 근무자, 사망자 가족과 공동묘지에 대한 조사를 통해 추정한 사망자수는 수천명 이상일 것이다.

연초 마구풀리 대통령 내각의 장관을 포함한 고위 정치인 여섯명과 고위 장성들이 숨졌으나 정부는 호흡기질환으로 숨졌다고만 밝혔다.

3월17일 "불도저"라는 별명을 가진 마그풀리 대통령이 61세의 나이로 사망했다고 발표됐으며 정부는 심장질환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가정보국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삼엄한 경계속에 숨졌다.

고위 정부당국자, 서방 외교관, 탄자니아 야당 지도자들은 마구풀리가 코로나19에 걸렸으며 몇 주동안 의식을 잃은 채 산소호흡기를 쓰고 있다가 호흡기를 끄자 사망했다고 말한다.

마구풀리의 후임인 사미아 술룰루 하산은 국제기구들과 협조해 백신 공급을 시작했다. 그러나 코로나를 1년 넘게 공식 부인해온 탓에 백신 회의론이 널리 퍼져 있어서 접종률이 세계 최저수준인 1.6%에 머물고 있다.

하산대통령은 입장을 바꾸려 애써왔다. 자신이 백신을 맞는 장면을 TV로 공개했고 정부가 팬데믹 연구에 220만달러(약 26억원)을 배정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는 백신평등과 특허 유보를 통해 개도국이 자체 백신을 생산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모두가 안전해지기 전엔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는 걸 잊어선 안된다"며 "백신이 남아도는 나라들은 다른 나라에 나눠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자니아는 지난 7월 코백스를 통해 미국으로부터 백신 100만회분, 중국으로부터 시노백 백신 100만회분을 지원받았다.

지난해 4월 마구풀리 당시 대통령은 도도마성당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수백명의 지지자들 앞에서 TV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신의 은총으로 코로나 질병이 축출됐다"면서 "탄자니아는 코로나에서 해방됐다"고 선언했다.

성당 연설은 전국적으로 진행된 3일간의 기도회를 끝내는 순간이었으며 그는 이 기도로 바이러스가 퇴치됐다면서 남아 있는 방역조치도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5월에는 친정부 인사들이 다르에스살람에서 "코로나 축제"를 개최했다. 종합운동장에 수천명이 모여 술을 마시며 춤을 췄다.

다르에스살람에서 몇 km 떨어진 타바타의 교외지역에는 바이러스가 창궐했다. 36세의 요리사 리차드 마논고는 가족중 네 명이 숨졌고 본인도 심하게 앓았다. 마논고는 "모두 한 집에 살고 있었는데 29살부터 32살인 삼촌, 숙모와 사촌 둘이 갑작스럽게 숨졌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가 숨지면 정부에서 시신을 가져가 버렸고 사망진단서에는 '중증 폐렴"이라고 적혀 있었다"고 했다.

마구풀리 전 대통령이 코로나 해방을 선언할 당시 인접국 우간다에서는 탄자니아 트럭운전사들이 양성 판정률이 높아진 것을 확인한 뒤 국경을 폐쇄했다. 탄자니아 트럭 운전사 4명이 검사를 기다리다가 차 안에서 숨졌다.

지난해 6월 마구풀리대통령은 "시민들의 공포를 자극"한다면서 코로나 통계 공개를 금지했다. 감염자수가 늘어난 건 검사오류 때문이라면서 검사소장을 해임하고 자신의 지지자를 임명했다.

의사들은 정부가 사라졌다고 말하는 질병을 치료하느라 씨름했다. 탄자니아 최대 무힘빌리 국립병원의 한 의사는 "코로나 19라는 단어를 쓸 수 없었다"고 말했다. 보건성은 의료진에게 코로나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에 대해 중증폐렴으로 기록하도록 지시했고 다른 환자들과 함께 치료하도록 했다.

보건성은 또 마구풀리 대통령이 좋아하는 민간요법을 권장했다. 무힘빌리병원에서 5km 떨어진 키논도니병원에서는 수백명의 환자들이 줄을 서 땀을 흘림으로써 바이러스를 배출하도록 한다는 사우나실에 들어갔다. TV에서는 국영 탄자니아 산업연구 및 개발기구가 만든 '코비돌'이라는 약초 시럽을 광고했다.

7월 들어 정부의 심야 비밀 시신 매장을 폭로하는 동영상이 수천건이 소셜미디어에 오르자 마구풀리 대통령은 온라인에 코로나 관련 내용을 게시하는 개인이나 기관은 최소 1800달러(약 213만원)의 벌금 또는 징역 1년형에 처하도록 했다.

야당 성향 콴자TV가 다르에스살람 주재 미 대사관이 코로나19 감염위험의 매우 높다며 여행경고를 올린 인스타그램을 인용했다는 이유로 인가를 취소했다.

탄자니아 정치 분석가들은 마구풀리대통령이 10월의 선거에서 자신의 두번째 5년 임기 당선에 차질을 생길 것을 우려했다고 말했다.

1977년 창당 이래 탄자니아를 통치해온 집권 혁명당은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군중 집회를 열고 반식민지 운동의 기수이자 탄자니아 국부인 줄리우스 니예레레의 민족주의 지도부가 복귀했다는 선거캠페인을 벌였다.

마구풀리 대통령은 집회에서 "백신은 위험하다. 백인들이 백신을 제대로 만들었다면 지금쯤 에이즈백신이 나왔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구풀리 대통령은 선거에서 84%의 득표율로 당선했지만 동시에 2차 코로나 위기가 닥쳤다.

연말이 되면서 마구풀리 대통령의 비서실장 등 고위당국자들과 장성들이 잇달아 숨졌지만 마구풀리는 여전히 바이러스를 부인하면서 자신의 고향인 챠토로 옮겨 수도로 복귀하길 거부했다. 그러자 숨졌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스와힐리어로 유감이라는 뜻의 "폴(pole)"이라는 단어가 트위터에 붐을 이뤘다.

탄자니아 가톨릭 교구장인 칼스 키티마 신부는 탄자니아 교구에서 신부 30명과 수녀 60명이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두달새 숨졌다고 말했다.

2월초 도로시 과지마 보건장관이 TV 요리 프로그램 같은 프로에 등장해 민간요법이 최고라며 생각, 마늘, 레몬을 섞은 스무디 음료를 마시면서 "정부는 백신을 받아들일 계획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2주 뒤 세이프 샤리프 하마드 부통령이 숨지면서 마구풀리 대통령이 5개월만에 수도로 복귀했다. 집권 여당 소속이 아닌 하마드부통령은 자신이 코로나에 걸렸음을 밝힌 첫 고위공직자였다.

2월22일 마구풀리 대통령이 도도마성당 연설에서 탄자니아에 여전히 코로나가 돌고 있음을 시인했다. 처음으로 그는 국민들에게 마스크를 쓰라고 촉구했지만 "외국산은 위험하다"면서 국내산만 사용하라고 강조했다.

2월27일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대중 앞에 나타난 마구풀리는 기침을 하면서 숨진 비서실장 후임자 취힘식에서 농담을 했다. 이것이 그가 대중 앞에 모습을 보인 마지막 장면이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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