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규제 '풍선효과'…투기판 된 지식산업센터
취득세·재산세 혜택에 대출·전매 규제 無…"투기 수요 자극"
성수동 지식산업센터 3.3㎡당 매매가격 3000만원 '급등세'
일부 지역 공급과잉·수익률 하락…"묻지 마 투자 지양해야"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지식산업센터(옛 아파트형 공장)가 부동산 투기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아파트 등 주택에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지식산업센터에 투자 수요가 대거 유입되면서 과열되고 있다.
정부의 대출 규제와 기준금리 인상 등 금융 규제로 기존 주택 거래가 경색되면서 갈 곳 잃은 유동자금이 지식산업센터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신산업센터의 성지로 불리는 서울 성수동 지식산업센터의 3.3㎡당 매매가격이 3000만원을 돌파하는 등 몸값이 급등하고 있다. 기업을 운영하지 않으면서 지신산업센터를 분양받아 임대하거나 전매를 통한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몰린 탓이다.
특히 주택과 달리 대출 및 전매제한 등으로부터 자유롭고, 각종 세제 혜택까지 누릴 수 있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실제 지식산업센터는 사업자등록을 하면 개인이든 법인이든 누구나 쉽게 분양받을 수 있고, 분양가의 70~8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소기업에게 보다 저렴하게 사무 공간을 공급하겠다는 도입 취지와 달리 투기판으로 변질되면서 실수요자인 중소기업의 경제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식산업센터 매매가격이 급등했다. 스타트업 기업이 몰린 서울 성수동의 지식산업센터의 3.3㎡당 매매가격이 3000만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데이터 기업 알스퀘어가 한국산업단지공단을 통해 전국 지식산업센터 현황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말 기준 전국에 총 1309개의 지식산업센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서울 363개 ▲경기 605개 ▲인천 77개로, 80%가량이 수도권에 몰려있다.
특히 주택 규제로 인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의 유도자금이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지식산업센터로 옮겨가면서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서울 성수동 지식산업센터 '서울숲포휴'는 지난해 11월 3.3㎡당 3000만원이 넘는 가격에 매매됐다. 5년 새 3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이는 강북구 아파트 평균 매매가(지난해 12월 기준 3.3㎡당 3023만원)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지식산업센터가 몰려있는 가산디지털단지도 상황은 비슷하다. 2019년 현대건설이 선보인 '현대지식산업센터 가산 더 퍼블릭'은 분양가가 3.3㎡당 1050만원 정도였으나, 최근에는 3.3㎡당 150만원 이상의 프리미엄까지 붙었다.
지식산업센터가 비교적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는 임대 상품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일부 지역에서 공급 과잉 문제가 생기는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또 부동산 시장이 위축 될 경우 수익률 하락 등의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입지와 공급량 등에 따라 희비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지식산업센터에 대한 '묻지마식'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아무리 좋은 위치에 있는 지식산업센터라도 공급이 많으면 임차인을 확보하지 못하거나 임대 수익이 낮아지거나 손해를 볼 수 있다"며 "기준 금리 인상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는 데다, 부동산 시장 침체 우려도 있는 만큼 과도한 대출을 통한 지식산업센터 매입 등은 신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높은 수익률만 믿고 투자를 했다가 수익이 나지 않아 손실을 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며 "최근 들어 일부 지역에서 공급 과잉에 따른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묻지 마식 투자는 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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