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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보는 K아트&책]선택의 날...독백·'타인이라는 가능성'

등록 2022.03.09 05:00:00수정 2022.03.15 09: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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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윤위동 그림 'Monologue 357'

영국 철학자 윌 버킹엄 신간

[서울=뉴시스]2022화랑미술제에 출품한 윤위동 작가 그림. Monologue 357, 2021, Acrylic, sand on canvas, 162.2 x 130.3 cm. 사진=갤러리반디트라소 제공.

[서울=뉴시스]2022화랑미술제에 출품한 윤위동 작가 그림. Monologue 357, 2021, Acrylic, sand on canvas, 162.2 x 130.3 cm. 사진=갤러리반디트라소 제공.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낯선 세상을 맞이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데쓰밸리(죽음의 계곡)'에 있는 '돌이 움직이는 비밀'을 유튜브 동영상으로 봤다. 스스로 돌이 걸어가기라도 한 듯 사막을 가로지르는 자국이 선명했다. 300kg에 육박하는 돌이 수십미터를 쭉쭉 뻗어 이동한 흔적은 외로운 몸부림처럼 보였다. 하지만 일명 ‘항해하는 돌’(sailing stones)덕분에 '죽음의 계곡'은 관광객으로 활기가 넘쳤다. 외계인이나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돌이 옮겨졌다며 지구상에서 가장 특이한 곳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100년 동안 미스터리였다. 

【데스밸리 국립공원=AP/뉴시스】미국 데스밸리 국립공원이 제공한 사진으로 캘리포니아주(州) 데스밸리 국립공원 내 마른 호수에 돌들이 저절로 움직이고 있다.뉴시스DB. 2014.08.31

【데스밸리 국립공원=AP/뉴시스】미국 데스밸리 국립공원이 제공한 사진으로 캘리포니아주(州) 데스밸리 국립공원 내 마른 호수에 돌들이 저절로 움직이고 있다.뉴시스DB. 2014.08.31




무엇이 이 돌을 움직였을까?

미국 스크립스 해양과학연구소 과학자들이 2013년 원인을 밝혀냈다. "'죽음의 계곡’에 겨울이 오자 돌은 얼어 얼음 속에 갇혔고, 봄이 오면 호수가 서서히 녹아 진흙처럼 변하자 사막의 거센 바람을 타고 돌은 진흙을 가로질러 나갔다. 얼음으로 마찰력이 줄어든 돌은 남실바람으로도 충분히 이동할 수 있다"는 것. 바람과 물의 전략적 투자속 돌은 그렇게 수백 미터로 나아간 것.

'극사실화의 끝판왕' 화가 윤위동도 그런 '자연의 힘'을 화폭에 담는다. 하얀 모래를 밀어내고 이동한 돌멩이는 사진처럼 보이지만, 붓으로 완성한 유화다. 순환하는 자연의 섭리를 이해하고자 하는 자연철학에 대한 작가의 진지한 연구로 탄생했다. 낯섦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수채화 기법으로 인체를 극사실로 묘사해 주목 받아온 그는 익숙함을 버려야 했다. 여성의 몸에서 벗어나 자연으로 빠져들었다. 2019년부터 돌, 물방울, 모래 등 '모노로그(독백)'시리즈를 천착하고 있다.

“모래알이든 바윗덩이든 물에 가라앉는 건 마찬가지다”(영화 ‘올드보이’)라는 말처럼 윤위동의 '독백'(monologue)은 순환적 에너지를 만드는 자연의 이치를 전한다. 곱고 하얀 모래가 있어 돌멩이가 멋지게 움직일 수 있는 것처럼.

억지로 안된다. 혼자 살 수 없다. 모든 것은 저 스스로 될 수 없다.

“우리는 외로울 때 타인을 가장 불신하는 경향을 보이며, 타인을 불신할 때 가장 큰 외로움에 휩싸인다. 관계를 맺을 가능성은 낮아지고, 위험을 회피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영국 철학자 소설가 윌 버킹엄이 최근 출간한 책 '타인이라는 가능성'을 통해 말했다. 그는 점점 심화하는 사회적 배제, 전 세계적 난민 사태 등을 전하며 "언젠가부터 우리는 타인을 환영하기보다 의심하고 안전을 위해 단절을 마다하지 않는다. 낯선 사람과 마주하는 능력, 새로운 관계를 맺고 공동의 미래를 열어 젖히는 힘을 서서히 잃어가고 있다"고 우려한다.

타인을 경계하라는 경고음만이 울려 퍼지는 시대다. 낯선 사람들은 언제나 우리에게 불확실성을 안긴다. 천사일까, 악마일까? 가능성일까, 위협일까?

윌 버킹엄은 "이 질문들에는 힘이 있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상황을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낯선 사람은 뜻밖의 가능성과 상상 못한 미래를 열어주리라는 기대감을 선사하기도 한다"고 긍정의 미학을 전한다.

낯선 이가 가져다주는 가능성에 더욱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방법, 고독과 불신, 적대를 해소하는 방법은 '환대'다.

"우리가 망가졌음을 인정할 때, 취약함 속으로 낯선 이가 다가와 우리를 안아줄 수 있으며, 이 포옹 안에 새로움으로 향하는 다리가 놓여 있다. 낯선 이와의 관계가 곧 미래와의 관계다."

[아침에 보는 K아트&책]선택의 날...독백·'타인이라는 가능성'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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