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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장관 직위해제·정보관리들 가택연금·특사 사임…러 내부 분열 가속화

등록 2022.03.24 12:2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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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병력 손실·우크라 반격으로 수세 몰려

FSB·국방부 등 러 지도부 '책임론' 가열 돼

최측근 국방장관도 공식석상에서 안 보여

푸틴, FSB 제5국 국장 가택연금 직접 지시

'우크라전 반대' 추바이스 기후 특사 사임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원격으로 각료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2.03.11.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원격으로 각료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2.03.11.


[서울=뉴시스]최영서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면서 러시아 지도부를 중심으로 균열의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당초 예상과 달리 러시아군의 병력이 약화하고 우크라이나군이 대대적인 반격을 가하는데다 국제사회의 압박은 연일 거세지면서다.

23일(현지시간) 가디언 등 외신을 종합하면 러시아 국방부, 연방정보국(FSB) 고위급 인사들이 최근 공식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들 대부분은 우크라이나 침공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다는 점에서 내부적으로 분열이 일어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러시아 병력의 20% 가량이 손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관계자는 러시아군 사망자수가 최대 1만5000명에 이를 것이며, 부상자까지 합친 사상자는 4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처럼 러시아군의 기세가 수그러들자 우크라이나군은 반격에 나섰다. 이날 CNN은 키이우로 향하던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저항에 후퇴했다고 보도했다. 또 우크라이나군은 마카리우에서 러시아군을 격퇴, 탈환했으며 주요 도시인 헤르손과 마리우폴을 막고 있다.

국제사회도 대러 제재 신호를 분명히 하고 있다. 서방은 역대 최강의 경제 제재로 러시아를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게다가 백악관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4일 유럽 순방 때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교역 중단, 화폐 가치 폭락으로 러시아 경제는 이미 파산 직전이다.

러시아에 불리한 이런 국내외적 배경으로 이번 전쟁을 주도한 국방부 및 러시아 연방정보국(FSB) 고위급 관리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러시아 국방장관 세르게이 쇼이구와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 참모총장은 약 2주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러시아 국민들은 지난 11일 훌루시 아카르 터키 국방부 장관과의 회담을 끝으로 그들을 볼 수 없었다.

지난 18일 러시아 국영방송은 쇼이구 장관이 러시아 군병원을 방문했다고 보도했으나, 당시 보도에 쓰인 쇼이구의 영상은 그로부터 2주 전에 방영된 자료화면이었다.

이를 두고 쇼이구 장관이 건강 문제로 공식 업무를 보지 못한다는 추측도 제기됐으나,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사태 책임자격인 그가 직위해제 위기에 놓였다고 전했다.   

쇼이구는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을 포함, 2014년 크름반도(크림반도) 합병, 이듬해 시리아 내전 개입 등에 적극 개입한 인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과는 개인적으로 여가 시간을 보낼 만큼 친밀해 최측근으로 분류되며, '푸틴의 후계자'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다마스쿠스=AP/뉴시스] 세르게이 쇼이구(왼쪽) 러시아 국방장관이 지난 달 15일(현지시간) 시리아 다마스쿠스에서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쇼이구 장관은 러시아 해군의 지중해 훈련 시찰 차 시리아를 방문했다. 그는 이번 훈련이 15척의 군함과 30여 대의 항공기가 참여한 해상 훈련의 일부라고 전했다. 2022.02.16.

[다마스쿠스=AP/뉴시스] 세르게이 쇼이구(왼쪽) 러시아 국방장관이 지난 달 15일(현지시간) 시리아 다마스쿠스에서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쇼이구 장관은 러시아 해군의 지중해 훈련 시찰 차 시리아를 방문했다. 그는 이번 훈련이 15척의 군함과 30여 대의 항공기가 참여한 해상 훈련의 일부라고 전했다. 2022.02.16.


러시아 국방부와 함께 우크라이나 침공을 주도한 러시아연방정보국(FSB) 고위급 관리들도 위기에 처했다. 외신에 따르면 FSB에서 해외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제5국 인사들은 가택연금 조치를 받았다. 세르게이 베세다 제5국 국장, 아나톨리 볼류흐 부국장은 푸틴 대통령에게 직접 가택연금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혐의는 '부적절한 자금 운용'이지만, 사실상 정보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을 물은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러시아군의 진입 경로 등 전쟁과 관련한 군 내부 정보가 해외로 흘러들어갔다고 본 것이다.

올렉시 다닐로프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NSC) 장관은 9일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의 실패로 최소 8명의 장성을 교체한 것으로 추정했다. 앞서 미 전쟁연구소도 푸틴 대통령이 FSB 정보요원과 군 장교 등을 숙청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의 시장경제 개혁을 이끌었던 아나톨리 추바이스 전 경제부총리도 최근 러시아를 떠났다.

추바이스는 보리스 옐친 대통령 시절 경제 부총리, 대통령행정실장, 재무장관 등을 거쳐 푸틴이 집권한 이후에는 기후 특사를 지냈다. 가디언은 "추바이스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직책에서 물러난 가장 고위급 인사"라고 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추바이스의 사임을 확인했지만 출국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추바이스는 자발적으로 사임했다"며 "(그 결정은) 그에게 달려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추바이스는 특별히 영향력 있는 정부 직책을 맡고 있지 않다. 안보 문제에도 발언권이 없다.

다만 그의 이름 자체가 대부분 러시아인에게 널리 알려져 있고, 추바이스를 비롯한 고위급 인사들이 연이어 러시아 대중 앞에서 모습을 감추며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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