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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해 함대 침몰이든 폭격이든 "러 무능 드러내"…서방, 우크라 공격 무게

등록 2022.04.15 12:50:16수정 2022.04.15 13: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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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해함대 기함 모스크바함, 오데사 해상서 폭발 후 침몰

러 "선적 탄약 폭발 인한 화재"…우크라 "순항미사일 공격"

美관계자·전문가들 "우크라 측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 크다"

"경위 상관없이 러시아 해군 명성, 국민 사기에 심각한 타격"

[서울=뉴시스] 지난 7일 촬영한 위성사진에 크림반도 세바스토폴항에 정박 중인 모스크바함 모습. (사진= 막사테크놀로지) 2022.04.15.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난 7일 촬영한 위성사진에 크림반도 세바스토폴항에 정박 중인 모스크바함 모습. (사진= 막사테크놀로지) 2022.04.15.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 인근 해상에서 러시아 흑해함대 기함인 모스크바함이 침몰하면서, 그 경위를 두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공격', 러시아는 '사고'를 주장하는 가운데, 서방과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측 주장에 힘을 싣고 있는 모양새다.

14일(현지시간)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화재로 훼손된 모스크바함이 항구로 예인되는 과정에서 안정을 잃었으며, 폭풍 영향이 더해져 바다로 침몰했다고 밝혔다.

모스크바함은 러시아 흑해 함대 자부심으로 불리는 순양함이다. 1983년 구소련 해군에서 '슬라바'라는 이름으로 취역한 뒤, 1995년 '모스크바'로 개명했다. 배수량 1만2500t, 길이 186m, 폭 21, 규모에 500명까지 탑승 가능하다.

앞서 러시아 국방부는 모스크바함 선상에서 폭발이 발생했지만 가라앉지 않아 항구로 견인할 것이라고 밝혔었지만, 결국 함정이 균형을 잃고 침몰한 것으로 파악된다.

모스크바함 침몰 경위를 두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각기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러시아에 앞서 소식을 알린 막심 마르첸코 오데사주 주지사는 지난 13일 텔레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이 넵튠 대함 미사일을 발사해 러시아 순양함에 큰 피해를 준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순양함에 승조원 500명이 탑승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공격 사실을 확인했다.

CNN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남부 작전사령부는 이어 14일 "다른 부대가 도우려 했지만, 폭풍과 강력한 폭발로 모스크바함이 전복됐고 침몰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는 내부 사고를 주장하며 즉각 부인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측 발표 이후 곧 "모스크바함에 선적된 탄약이 폭발하면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서울=뉴시스] 러시아 흑해함대의 핵심 전함인 모스크바함. (사진=러시아 국방부) 2022.04.15.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러시아 흑해함대의 핵심 전함인 모스크바함. (사진=러시아 국방부) 2022.04.15. *재판매 및 DB 금지


서방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측 주장이 더 타당하다고 보고 있다.

미국과 서방 정보 당국에 정통한 두 소식통은 CNN에 우크라이나 측 주장이 더 믿을 만 하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우크라이나 측 (주장이) 정확하다는 데 미국이 중간 정도 신뢰를 갖고 있다"고 했다.

소식통들은 미국 정부가 아직 확실한 증거를 확보한 건 아니라고 선 그었다.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도 CNN에 "무엇이 모스크바함을 침몰하게 만들었는지 독립적으로 확인한 공식 위치에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측 주장을 반박하는 입장도 아니다"라며 "넵튠 미사일이나 그 이상으로 명중시켰다는 건 분명 그럴듯하고 가능성 있는 (주장)"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국방부 고위 관계자도 이날 흑해에 있는 다른 러시아 선박 6척이 우크라이나 해안에서 떨어진 곳으로 물러났다며, 우크라이나 측 주장에 힘을 실었다.

모스크바 기반 싱크탱크인 전략기술분석센터(CAST)도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모스크바함이 미사일 공격에 의해 침몰했을 거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연구센터(CSIS)의 마크 캔시언 선임고문은 "전시 상황과 우크라이나 대함 역량을 고려할 때, 일종의 사고이기보다 우크라이나 대함 순항미사일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워싱턴=AP/뉴시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이 14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방부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2022.04.15.

[워싱턴=AP/뉴시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이 14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방부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2022.04.15.


전문가들은 침몰 경위와 상관없이 모스크바함 침몰로 러시아 국가적 자부심은 물론 해군 핵심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 해군 함장을 지낸 칼 슈스터 전 미국 태평양사령부 합동정보센터 작전국장은 "이번 사건보다 러시아 국민 사기와 해군 명성에 더 심각한 타격을 주는 건 탄도미사일 잠수함이나 (러시아 유일 항공모함인) 쿠즈네초프 손실밖에 없을 것"이라고 비유했다.

슈스터 전 국장은 우크라이나 측 주장이 사실일 경우, 미사일로 격침된 가장 큰 군함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알레시오 파탈라노 킹스칼리지 런던 전쟁 전략 교수는 "전함은 대중 관심에서 벗어나 운항하고, 활동 내용은 거의 기사로 다뤄지지 않는다"며 "하지만 (해상에) 떠다니는 영토 일부인 만큼, 군사적 손실과 함께 정치적 상징적 메시지가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앞서 러시아 육군이 우크라이나 북부에서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철수한 데 이어 러시아 해군의 자랑인 모스크바함까지 침몰하면서, 러시아군의 무능력을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콜린 코 싱가포르 난양기술대 해양안보전문가는 "러시아 해군이 병력에 이어 기함까지 잃는 것은 러시아인들에게 더 큰 심리적 타격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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