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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힐' 정의제의 욕망…"잘할 때까지 끝을 봐요"

등록 2022.04.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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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배우 정의제. 2022.04.25. (사진= HB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배우 정의제. 2022.04.25. (사진= HB엔터테인먼트 제공) [email protected]*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박은해 기자 = "뭐든 시작하면 잘할 때까지 끝을 봐요."

어느덧 데뷔 7년 차에 접어든 배우 정의제(32)는 욕망이 가득하다. 더 잘하고 싶고, 이루고 싶은 일이 무궁무진하다. 남이 보면 피곤하다 싶을 정도로 시간을 투자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 때까지 몰두한다. 연기와 음악은 간절히 욕망하는 대상이었다. 최근 종영한 tvN 수목극 '킬힐' 역시 그와 닮은 작품이었다. 홈쇼핑 회사를 배경으로 세 여자들의 끝없는 욕망과 처절한 사투를 그렸다. 30대 중반, 입사 6년 차 과장급 PD '준범'을 연기했다. 입사 동기 중 최고의 승진 속도를 자랑하지만 성공을 향한 욕망으로 전무 '기모란'(이혜영)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인물이다.

"준범이의 목표가 뭐길래 이렇게 욕망이 가득할까 했어요. 어떤 걸 꿈꿨길래 부적절한 행동까지 할까. 준범이를 이해하기 위해 그 전의 사연을 상상했어요. 조직 체계를 보며 준범 또한 열심히만 해서는 원하는 위치까지 못 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잘나가는 입지를 유지하기 위해서 상사에게 더 잘 보이려 하다 보니 그렇게 되지 않았을까. 처음에는 쉽지 않아서 작가님도 따로 만나 뵙고 준범이에 관해 물어봤어요. 차근차근 준범이 겪었을 일을 떠올리며 캐릭터를 만들어갔어요."

준범은 직장 동료이자 선배, 짝사랑하는 '우현'(김하늘)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다. 해고당할 위험까지 감수하고 우현의 복귀 방송을 준비했다. 그러나 우현은 이미 딸이 있는 유부녀인데다 사장 '현욱'(김재철)을 좋아하고 있었다. 준범이 속마음을 털어놓자 우현은 그를 차갑게 내쳤다. 영원히 보답받을 수 없는 사랑이었다. 준범은 왜 그렇게도 우현에게 헌신적이었을까. 정의제는 그 이유를 '동질감'과 '연민'이라고 했다.

"준범이 우현을 봤을 때 자기도 모르게 비슷한 느낌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어떤 욕망이 가득한 사람에게서 나오는 모습이에요. 우현의 초조한 감정, 내몰린 상황에 대한 공감과 연민이었어요. 그 외에는 준범이 좋아하는 성격이나 외형이 우현일 수도 있어요. 무엇보다 가정이 있기 때문에 쉽게 다가서지 못했어요. 좋아하는 티는 났지만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일은 적었어요. 오히려 극 후반 우현이 엇나간다고 느꼈을 때 더 단호하거든요."

'킬힐'은 홈쇼핑 업체 근무 경험이 있는 신광호 작가가 극본을 집필했다. 쇼호스트, MD, PD, 협력 업체 직원 등 직업군의 리얼한 이야기를 담았다. 근무 환경, 상품 판매·브랜드 론칭 과정, 쇼호스트의 이적과 위상 등 업계에서 직접 부딪히며 얻은 지식으로 몰입감을 더했다. 정의제 역시 PD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실제 홈쇼핑 회사를 방문해 방송 제작 과정을 공부했다.

"현장에서 직접 보니 쇼호스트분들의 순발력이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어떤 쇼호스트와 PD가 진행하느냐에 따라 전혀 분위기가 달라졌어요. 어떤 쇼호스트는 재기발랄하고 에너제틱한데 다른 분은 조용히 끌어가지만 듣다 보면 사야 할 것 같았어요. 집에서 홈쇼핑 방송을 쉽게 접했는데 과정을 직접 보니 존경하게 됐어요. 또 PD와 쇼호스트, 제품의 궁합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어요. 각자 성향에 따라 방송에도 색깔이 입혀지더라고요."
[서울=뉴시스] 배우 정의제. 2022.04.25. (사진= HB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배우 정의제. 2022.04.25. (사진= HB엔터테인먼트 제공) [email protected]*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비슷한 시기 김동욱 주연 티빙 오리지널 '돼지의 왕'에서 강력팀 막내 형사 '진해수' 역을 맡았다. '돼지의 왕'은 20년 전 친구의 메시지와 연쇄살인사건으로 폭력의 기억을 꺼낸 이들의 이야기다. 팀의 선배 '강진아'(채정안)을 옆에서 도우며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돼지의 왕'은 파격적인 전개와 잔혹한 묘사, 높은 수위로 화제가 됐다. 살인은 물론, 모자이크 됐지만 신체가 훼손된 장면도 있었다. 정의제는 "연출이지만 관련 사건을 많이 찾아보고 생각하다 보니 심적으로 힘든 부분도 있었다. PD님과도 현장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가슴이 아팠고 많이 배웠다"고 털어놨다.

'킬힐'에서는 김하늘, '돼지의 왕'에서는 채정안과 가장 많은 분량을 촬영했다. 두 선배 배우와 호흡하면서 한층 성장할 수 있었다. 그는 "김하늘 선배는 섬세하게 챙겨주고 리드해주려고 한다. 캐릭터 간 케미를 생각해 제가 고민하는 부분을 많이 물어봐 줬다"고 회상했다. "채정안 선배는 털털한데 세심한 성격이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스태프들도 잘 챙겨주고 현장의 분위기메이커였다. 두 선배의 성향이 다르지만 정말 배울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정의제는 2016년 싱글 앨범 '다른 우연'으로 데뷔했다. 지금은 연기에 집중하고 있지만 가수 활동을 먼저 시작했다. 이후 단편 영화 '이상'(2017), 웹드라마 '세상 잘 사는 지은씨'(2018) 드라마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2019) '복수해라'(2020)에 출연하며 내공을 쌓았다. 뛰어난 노래 실력을 살려 뮤지컬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2018) '랭보'(2019) '여명의 눈동자'(2020) 무대에도 올랐다. 가수, 배우, 뮤지컬까지 활동 영역을 넓인 만능 엔터테이너다.

"어릴 때는 음악과 연기의 꿈이 모두 있었어요. 교내 클럽 활동으로 연극반도 해봤고, 밴드부도 오래 했어요. CJ ENM에서 먼저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고 연기 레슨도 받았어요. 감사하게도 중화권에서 활동할 기회가 주어졌어요. 대만 아티스트 뮤직비디오를 찍었고, 한국 신인 남자 배우들이 주인공인 리얼리티에도 출연했어요. 대학교를 늦게 들어갔는데 다시 입시를 시작한 이유는 연습생을 오래 하다 보니 만나는 사람만 만나게 되더라고요. 새로운 곳에서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친구들과 만나고 싶었어요."

30대에 접어든 정의제가 꼭 출연하고 싶은 장르는 청춘물이다. 그는 "스무살 때부터 이 얼굴이었다. 어릴 때는 노안이었는데 이제는 동안 소리를 더 많이 듣는다. 촬영 감독님은 제가 20대 중반인 줄 알았다"며 "다들 젊게 봐주시고 청춘물을 해도 잘 어울리겠다더라. 밝은 청춘 로맨틱코미디 작품을 원한다"고 했다. "'돼지의 왕' 김동욱 선배, '추적자' 하정우 선배처럼 센 역할도 해보고 싶다. 정말 힘들 것 같은데 그만큼 내공을 쌓아 해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욕심이 많아 시키지 않아도 연습실에 가고 레슨 받았어요. 연기와 노래를 너무 잘하고 싶었던 시기가 있었어요. 지금은 솔직하게 더 다양한 작품,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어요. 열심히 일하고 많은 작품에 출연해 점점 더 나은 배우가 되는 게 지금 제 욕망이에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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