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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처음 발표된 유전자편집 기술 어디까지 왔나

등록 2022.06.28 12:4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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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각종 희귀병·유전병 치료제 개발 임상 실험 활발히 진행중
병충해 강하고 물 덜 사용하며 특정 비타민 생성 작물도 개발
유전자 워드 프로세서 격인 프라임 편집기술까지 발전
인간 배아 실험도 활발하나 아직 전면 확대는 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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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자료사진]최초로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기술을 개발한 미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제니퍼 두드나 박사가 중국 허젠쿠이 박사가 유전자 조작 신생아를 출생했다는 발표에 대한 윤리적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10년전인 2012년 6월28일 사이언스 저널에 박테리아 유전자에 대한 실험관 실험결과 논문이 실렸다. 미국 버클리대 제니퍼 두드나와 동료들이 작성한 이 논문은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저자들은 획기적인 내용이지만 논문 제목을 잘못 정한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제목은 "이중 RNA로 만든 DNA 절단효소 조절을 통한 박테리아 면역력 변화"였다.

극히 소수만이 주목했던 이들의 연구 결과는 인간 유전자 변형이 가능한 최초의 새로운 유전자 편집기술을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이후 10년이 지난 현재 크리스퍼(CRISPR; 유전자가위) 기술은 현대 생물학에서 가장 주목받는 발견이 됐다고 미 뉴욕타임스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의학분야에서 연구자들은 암 세포의 취약점을 찾아내려고 노력하게 됐고 유전병 치료에 적극 도입되고 있다. 의학분야를 넘어 진화생물학자들은 네안데르탈인의 뇌를 연구하며 유인원 조상의 꼬리가 떨어지게 된 과정을 추적한다. 식물학
자들은 비타민을 생성하거나 병충해에 강한 작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크리스퍼를 발명한 제니퍼 두드나 박사와 베를린 세균학 막스 플랑크 연구팀의 에마누엘레 차르펜티어 박사는 지난 2020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두드나 박사는 유전자 편집기술이 까다로운 윤리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인식했으며 10년이 지난 지금 윤리문제는 더욱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유전자 편집 작물이 전세계 식량난을 해결할 것인지 아니면 소수 거대 농업기업들 배만 불릴 것인지, 유전자 편집으로 만들어낸 의약품이 질병치료에 도움이 될 지 아니면 수백만달러에 팔릴지 등등이 윤리문제의 하나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것은 인간 배아에 유전자편집 기술을 어떻게 적용하느냐는 문제다. 중국의 생물물리학자인 허젠쿠이가 2018년 면역결핍증(H.I.V.)에 걸리지 않도록 유전자를 편집한 배아를 중국 선전의 한 여성에 이식한 끝에 "불법 의료행위"로 투옥됐다. 그는 최근에 석방됐지만 유전자편집으로 출산한 세쌍둥이에 관한 소식은 아직 전해지지 않고 있다.

이후 크리스퍼 기술은 발전을 거듭해 인간 배아를 안전하게 편집해 각종 질병을 치료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실험실에서 배아를 편집해 질병을 고치는 문제를 넘어 부모가 자녀의 키와 눈색깔, 지능 등 특징을 결정할 수 있게 하게 될 경우 어떨까?

캐나다 노바스코시아의 달하우지 대학교 생물윤리 교수 프랑세즈 베일리는 아직 이런 문제들이 제대로 논의되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이 무엇이 문제인지를 잘 모르는 상황"이라며 "사람들을 개발하는 것과 발전된 사람을 만들어내는 일은 분명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두드나 박사와 차펜티어 박사가 처음부터 유전자 편집기술을 개발하진 않았다. 그들은 박테리아의 유전자가위를 가져다 썼다.

1980년대 미생물학자들이 박테리아 DNA에 있는 특이한 유전자 배열을 찾아냈고 뒤에 크리스퍼(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 박테리아와 고세균에서 발견되는, 일정한 간격으로 분포하는 짧께 반복되는 DNA 염기 서열)로 명명했다. 이에 대한 추가 연구결과 크리스퍼 배열이 바이러스 퇴치 무기로 사용되는 것이 확인됐다.

박테리아가 크리스퍼로 RNA를 생성하면 이것이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가서 달라붙는데 RNA에 포함된 단백질이 유전자 가위 역할을 해 바이러스 유전자를 토막냄으로써 감염을 막는 것이다.

두드나와 차펜티어 박사는 크리스퍼를 활용해 임의의 유전자 서열을 잘라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크리스퍼가 RNA를 생성하도록만 하면 된다고 믿었다. 이들은 이 가설을 실험으로 증명하기 위해 똑같은 DNA 쌍을 만들어 RNA 분자를 만들어 DNA의 동일한 장소에 부착되도록 프로그래밍했다. 그 결과 여러 가지 DNA 분자에서 동일한 장소에 절단이 이뤄지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두 사람은 몇 달 동안 실험관이 아닌 생체 세포에서 크리스퍼가 작동하는 지를 확인했다. 이들만이 이런 연구를 한 것이 아니었다.

2013년 다섯개 연구팀이 크리스퍼를 동물과 사람 세포에 사용해 성공한 실험결과를 발표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팀과 미국 MIT대 및 하바드대 공동연구팀이 두드나 박사 등보다 빠르게 성공했다.

와일 코넬 의대 암생물학 루카스 도우 박사는 크리스퍼의 잠재력에 대해 공부하면서 "정말 놀랐다"고 회고했다. 도우 박사 연구팀은 인간 암세포 유전자의 한 부분을 정확히 잘라내는 방법을 찾아냈다. 도우 박사는 크리스퍼라는 단어를 동사로 사용하게 될 지 모른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걸 크리스퍼 했어?'라고 말할 때가 올 것"이라는 것이다.

암생물학자들은 암세포 유전자 중 어떤 유전자가 문제가 되는 지를 정확히 찾아내기 위해 모든 유전자를 바꾸는 실험을 하고 있다.

KSQ 테라포이틱사 연구자들은 크리스퍼를 사용해 특정 암세포 성장에 필수적인 유전자를 찾아냈 이 유전자를 찾아내는 임상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두드나 박사가 설립한 카리보 바이오사이언스사와 크리스퍼 테라포이틱사는 다른 방식으로 암 치료법을 임상실험하고 있다. 면역세포를 편집해 암을 강력히 파괴하도록 만드는 방법이다.

그외에도 수십개 회사들이 크리스퍼를 활용해 유전병 치료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 12일 보스톤의 바이오기업 크리스퍼 테라포이틱스 앤드 버텍스가 겸상적혈구빈혈증(일명 베타지중해 빈혈)을 가진 75명의 자원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골수에서 추출한 태아성 적혈구 세포를 편집해 적혈구가 헤모글로빈을 생성할 수 있도록 만든 뒤 실험대상자들에게 주입한 결과 44명 완치됐고 42명이 더 이상 수혈을 받지 않아도 되며 산소 부족으로 응급실에 실려간 경험이 있던 31명은 전혀 증상이 재발하지 않았다.

두드나 박사가 레제네론사와 공동 설립한 인텔리아 테라포이틱스사는 간에 단백질이 쌓이면서 목숨을 잃게 되는 희귀질환인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증 치료에 도전하고 있다. 환자의 간에 유전자 편집된 세포를 주입해 결함이 있는 유전자가 작동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이 회사는 지난 24일 1차례 주입만으로 1년 동안 아밀로이드 생성이 억제된 것으로 발표했다.

작물에 대한 유전자편집 기술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프랑스 국립농업연구소 밀 전문가인 캐서린 푸알레 박사는 물과 비료 사용이 적은 콩 등을 개발중이다. 영국의 한 연구팀은 비타민 D를 생성하는 토마토를 개발하고 있다.

크리스퍼 기술이 여러 산업 분야에서 활용됨에 따라 기술 특허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캘리포니아대와 MIT의 브로드 연구소 팀들은 자신들이 처음 생체세포에 사용되는 크리스퍼-Cas9 기술을 개발했다고 주장했고 브로드연구소는 2014년 특허를 획득하자 캘리포니아대가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월 미 특허청은 브로드 연구소의 손을 들었다. 이에 따라 크리스퍼 기술을 이용하는 회사들은 브로드 연구소에 특허사용료를 내야하게 됐다.

크리스퍼 기술은 현재 프라임 에디팅 기술로 발전한 상태다. 잘라내야할 부위를 정확히 잘라낼 수 있는 기술이다. 하바드대 리우 박사 연구팀은 2줄의 유전자 염기 배열 중 한 줄만 잘라내는 기초 편집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 덕분에 크리스퍼에 의한 유전자 손상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리우 박사팀이 설립한 빔 테라포이틱스사는 기초편집 약품을 개발하고 있다. 올 연말 이 회사는 약품으로 겸상적혈구빈혈증을 치료하는 최초의 치료법을 임상실험할 예정이다. 이 팀은 또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의 DNA에 자신의 DNA를 주입하는데 사용하는 단백질에 크리스퍼 분자를 부착하는데도 성공했다. 프라임 에디팅이라는 이름의 이 기술로 더 길게 이어진 유전자 물질을 변형할 수 있다. 리우 박사는 "프라임 에디터는 DNA 워드 프로세스와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장기적으로 크리스퍼 기술의 표준이 될 전망이지만 현재로선 너무 복잡해 확산되기엔 이른 시점이다.

중국 허젠쿠이박사가 사람 배아 유전자를 조작할 당시인 2018년만 해도 프라임 에디팅 기술은 나오지 않았다. 그가 사용한 기술은 CRISPR-Cas9 방식이었다. 그는 쌍둥이 여성에게 HIV 방어력을 가진 유전자를 삽입한 배아를 이식해 아기가 태어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두드나 박사 등 많은 연구자들이 크게 우려하면서 비난했다. 검증되지 않은 실험으로 아기들의 건강에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이후 4년이 지난 지금 과학자들은 크리스퍼 기술을 인간 배아에 적용하는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배아를 작은 세포덩어리로 키우는 것까지만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벨기에 켄트대 번식생물학 대학원생 비에케 베케르트는 아직 인간 배아에 크리스퍼 기술을 전면 적용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배아 세포의 유전자를 잘라냄으로써 염기서열이 크게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무슨 일이 벌어질 지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프라임 크리스퍼 기술 등이 더 발전하면 인간배아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편집할 수 있게 될 날이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5년 뒤엔 어려울 지 몰라도 내 생전에는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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