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중알코올농도 0.084%, 음주운전 '무죄'…왜?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 단정 어려워"

[인천=뉴시스] 이루비 기자 = '면허취소' 기준에 달하는 음주상태에서 운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이 1심에서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운전을 마친 뒤 귀가한 A씨의 집에서 음주측정이 이뤄졌는데, 이 사이에 A씨가 마신 술의 양을 단정할 수 없어 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를 0.03% 이상이라 단정하기도 어렵다는 취지다.

인천지법 형사3단독(권순남 판사)은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56)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A씨는 지난 4월14일 오후 2시15분께 경기 안양시 만안구 한 도로부터 인천 남동구에 있는 자신의 주거지까지 약 25㎞ 구간을 혈중알코올농도 0.084%의 술 취한 상태에서 승용차를 운전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A씨는 같은날 오전 7시30분부터 8시 사이에 안양시 만안구 한 건축현장에서 아침식사를 하면서 동료들과 반주로 소주를 나눠 마셨고, 오후 1시께 현장업무를 마친 뒤 귀가했다.

이후 같은날 오후 2시께 A씨는 자택에서 1.6ℓ 맥주 중 일부를 마셨고, 15분 뒤 주거지에 찾아온 경찰관의 음주측정 요구에 임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와 현장 출동 경찰관의 진술을 근거로 A씨가 주거지에서 마신 술의 양을 '800㎖'로 단정하고 위드마크공식에 대입해 A씨의 승용차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를 0.84%라 판단했다.

그러나 A씨 측은 "피고인이 마신 맥주의 양은 '1150㎖'"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권 판사는 "주거지에서 촬영된 피고인이 마시고 남은 맥주병과 맥주잔의 사진으로는 피고인이 마신 맥주의 양을 800㎖라 단정할 수 없다"면서 "피고인 측 주장대로 피고인이 마신 맥주의 양(1150㎖)을 인정해 위드마크 공식에 적용하면 피고인의 승용차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0.03% 이상이라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혈중알코올농도 0.084%의 술에 취한 상태로 위 승용차를 운전했다는 공소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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