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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추모와 애도의 시간 차분한 문학계

등록 2022.11.04 14:4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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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추모와 애도의 시간 차분한 문학계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뉴스를 보다가 어느 순간 견딜 수가 없어 채널을 돌린다. 하나의 몸은, 어떤 상처는 완료되고 어떤 상처는 진행 중인 하나의 흉터 덩어리 같다. 우리 모두 트라우마가 누적된 공간으로서 존재한다는 사실이 이상하다."(김선오 에세이 '미지를 위한 루바토' 중에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최다 사상자를 기록한 이태원 압사 참사가 지난 일주일을 붙잡았다. 추모와 애도의 시간, 문학출판 담당 기자로서 그렇다면 책은 우리에게 위로가 될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행사 취소 축소가 잇따르고 추모의 발길이 이어지는 가운데 당장 문학계는 말이 없다. 하지만 책은 분명 우리에게 위로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최근 만난 한 작가는 "이태원 참사는 분명 어떤 방식으로든 작가들의 글을 통해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벌써 증명된 바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서점가에는 애도와 위로가 책으로 쏟아졌다. ' 눈먼 자들의 국가'(2014), '금요일엔 돌아오렴'(2015), '다시 봄이 올 거예요'(2016), '노래를 불러서 네가 온다면'(2020)까지 등 참사를 기록하고 기억하며 영혼을 위로하는 수많이 책들이 나와 살아있는 자들의 슬픔을 다독였다.

이연실 이야기장수 출판사 대표는 16년의 편집자 생활 중 '노래를 불러서 네가 온다면'를 가장 마음에 남는 책으로 꼽는다. 최근 10년 만에 시집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를 펴낸 진은영 시인이 이번 시집에서 가장 애정하는 시는 세월호 유족과 단원고 2학년이었던 예은이를 위해 쓴 것이다.

'아버지의 해방일지' 작가 정지아는 이렇게 말했다. "작가는 지금의 슬픔을 겪는 개인이자 상황을 조금 더 예민하게 견디는 관찰자"다. 국가 애도 기간이 끝난 뒤 오는 7일부터 '문학주간'이 시작된다. 현대사의 굴곡진 시절을 살아낸, 살고 있는 130여명의 문학인과 예술인이 참여해 삶에 대해 소통한다. "문학은 가슴 졸이며 지켜보고 슬퍼하고 천천히 반응한다"는 한 작가의 말 처럼 이태원 참사로 정치사회가 분열된 가운데 문학계는 차분하게 화합의 무대로 애도의 장을 넓힌다. "창작 활동이 애도가 될 수 있다"는 은유 작가의 말이 와닿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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