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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송이 1430만원 日고급 포도 '루비로망' 묘목, 한국에 유출

등록 2022.11.07 16:58:33수정 2022.11.09 11: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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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송이에 1400만원 넘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프리미엄 포도

이시카와현이 1995년부터 독자적 개발…일부 농가에만 묘목 보급

기시다 총리, 코로나 확진 때 즐겨 먹어…아베도 좋아했던 포도

한국에 묘목 유출돼 서울 백화점, 고급 슈퍼마켓 등에서 팔려

[서울=뉴시스] 루비로망 자료 사진. (사진출처: 아사히 신문) 2022.11.07.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루비로망 자료 사진. (사진출처: 아사히 신문) 2022.11.07.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이시카와현(石川県)산 고급 포도인 '루비로망(Ruby Roman)'의 묘목이 해외로 유출된 사실이 드러났다고 일본 아사히 신문이 7일 보도했다. 세계에서 가짱 비산 포도로 불리는 루비 로망의 묘목이 유출된 국가는 다름 아닌 한국이다.

보도에 따르면 루비로망은 올해 7월 첫 경매에서 한 송이에 150만엔(약 1430만원)이나 하는 가격이 매겨진 고급 포도로 해외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루비로망의 해외 유출이 알려지게 된 계기는 지난해 8월 한국에서 팔린다는 TV 보도가 계기였다.

올해 8월 이시카와현은 한국에서 현지 조사를 실시, 서울 시내 백화점과 고급 슈퍼마켓 등 총 3개 점포에서 루비 로망으로 팔리던 포도를 구입해 3송이를 구입했다. 국가 연구기관에서 DNA 감정한 결과 이시카와현산 루비로망과 유전자형이 일치했다.

생육 기간으로 미뤄볼 때 5년 이상 전에 묘목이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아사히가 전했다. 이에 이시카와현은 농가를 상대로 묘목 관리에 대해 조사했지만 한국으로 묘목이 유출된 경위나 원인은 파악하지 못했다. 현은 고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엄격한 계약을 맺은 현내 농가에 한정해 묘목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한국에서 팔리던 '가짜' 루비로망은 일본 현지에서 생산된 것에 비해 모양이 고르지 않고 색깔이 나쁘다고 신문이 보도했다. 입자도 작고 당도는 16.7도로 높지만, 이시카와현이 기준으로 하는 18도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루비로망은 한 알의 무게가 20g 이상, 당도가 18도 이상인 알갱이가 크고 단맛이 나는 특징이 있다. 1995년부터 14년에 걸쳐 이시카와현이 개발한 독자 브랜드로 2012년부터 해외 수출이 시작됐다. 판매액은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에서 약 6000만엔(약 5억7200만원)에 달했다.

총리 관저에도 종종 납품되고 있다. 올해 8월에는 신종 코로나로 요양 중인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시식해 "매우 풍부한 맛"이라고 평가했고, 2015년에는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즙이 많다면서 "주시(juicy)"라고 맛을 표현한 바 있다.

아베 전 총리는 2020년 시정방침 연설에서 루비로망을 거론하며 "농가 여러분의 오랜 노력의 결정인 일본 브랜드를 해외 유출 위험으로부터 확실히 지키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해외 농산물 유출을 막는 방법으로는 품종 등록을 하면 된다.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국제적으로 신품종을 보호하는 '유포프 협정'에 가입한 나라에서는 품종을 개발한 육성자(루비 로망의 경우에는 이시카와현)가 각 나라에서 품종을 등록하면 그 나라에서 허가 없이 다른 생산자가 재배하거나 증식한 경우 등에 이를 금지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유출을 막는 또 다른 방법은 국제상표 등록이다. 각국이 권리를 인정하면 상표권을 침해당한 경우 판매금지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시카와현은 상품 가치를 지키기 위해 각국에서의 상표 출원을 서두르고 있다.

대만에서는 이미 등록을 마쳤으며 한국 등 모두 47개 국가와 지역에서 상표 등록을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다.

다만 품종 등록은 국가별로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도 '장벽' 중 하나다.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등록 비용은 1개국당 수십만엔(수백만원)에서 200만엔(약 1900만원) 정도로 등록까지의 기간은 45년이 걸리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명품 농산품의 해외 유출은 일본의 오랜 과제이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2016년께 유출된 고급 포도 샤인머스캣에 대해 국내 육성자가 품종 등록했다면 받은 허가료는 연간 100억엔(약 953억원) 이상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샤인머스캣은 중국에서 급속히 보급되어 현재 재배면적은 일본의 약 30배에 이른다고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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