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근 "30년 만에 무대…연극 '레드', 첫 아이 탄생 같아"
20일 개막…화가 '마크 로스코' 실화 바탕
"고전 미술사 같아…큰 산맥 찾는 과정"
정보석 "예술 소재로 인생 말하는 연극"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극 '레드' 마크 로스코 역의 배우 유동근이 2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언론시연회를 하고 있다. 2022.12.28. pak7130@newsis.com
중후한 목소리에 '왕 전문 배우'로 손꼽히는 배우 유동근이 예술가로 변신해 오랜만에 무대로 돌아왔다. 지난 20일 막을 올린 연극 '레드'에서 미국 추상 표현주의의 대표 화가인 '마크 로스코'를 연기한다.
80년대 민중극단에서 연기를 시작해 엘칸토 소극장에서 성장 발판을 다졌다. 이후 방송국 공채 탤런트로 방송에 진출해 수많은 드라마로 이름을 알렸고, 그동안 무대에 서지는 않았다.
유동근은 2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린 '레드' 프레스콜에서 "아직도 얼떨떨하다. 너무 오랜만에 무대에 서는 만큼 사실 모든 게 첫 경험"이라고 말했다. 오랜만의 무대에 그는 다른 배우들보다 3주 먼저 연습을 시작하기도 했다.
"제가 연극할 당시 명동에 포스터 붙이러 다녔던 기억이 나요. 포스터를 붙이다가 걸리면 구류(유치장에 수감되는 처분)도 살았죠. 극단 생활을 했지만 늘 무대에서 청소하고 심부름하기 바빴어요. 이번에 공연하며 뒤에서 일하는 스태프들을 보면서 옛날 생각이 많이 났죠."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극 '레드' 마크 로스코 역의 배우 정보석이 2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언론시연회를 하고 있다. 2022.12.28. pak7130@newsis.com
2019년 정보석이 연기한 '레드'를 관람한 것이 출연의 계기가 됐다. "정보석씨가 너무 멋있었어요. 마크 로스코가 객석에 던져준 그 매력에 흠뻑 취했죠. 대사가 참 좋았고, 호기심이 생겼어요. 그래서 존 로건 작가의 작품을 읽었는데, 강한 동기 부여가 됐죠. (제작사인 신시컴퍼니) 박명성 대표의 제안과 격려로 용기 낼 수 있었죠."
유동근의 마크 로스코는 "인간적"이다. "삶의 희로애락이 큰데, 비극에 너무 치우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작품은 대본 자체가 연극이 아니라 하나의 고전 미술사 같아요. 큰 산맥을 만나고, 하나하나 찾아가는 과정으로 지금까지 왔죠."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극 '레드' 마크 로스코 역의 배우 유동근과 켄 역의 연준석이 2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언론시연회를 하고 있다. 2022.12.28. pak7130@newsis.com
"이번이 세 번째인데 매번 하겠다고 한 그날부터 후회하기 시작해요. 헤어져 있으면 하고 싶은데, 하겠다고 말하는 순간 골머리가 아프죠.(웃음) 좋은 건 하나 있어요. 배우로서 내가 얼마나 부족한지 깨우치게 하고 자극하는 작품이죠."
세 번째로 만나는 정보석의 마크 로스코는 어떨까. 그는 "치밀하고 치열한, 빈틈없는 마크 로스코로 접근하고 있는 중"이라며 "조금의 허점도 용서되지 않는, 자기 삶에 철저한 예술가"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극 '레드' 마크 로스코 역의 배우 정보석과 켄 역의 강승호가 2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언론시연회를 하고 있다. 2022.12.28. pak7130@newsis.com
유동근의 연기는 이날 처음 봤다고 했다. 서로가 역할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연습이 겹치지 않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정보석은 "묘하게 빠져들었다. 역시 명불허전"이라고 치켜세웠다.
정보석은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예술을 소재로 인생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살면서 내 진리가 영원할 거라는 착각에 빠지곤 해요. 과거를 통해 새로운 걸 만들어냈다면 나 역시 과거가 될 거라는 각오가 서야 하는데, 이를 망각한다는 걸 보여주죠."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극 '레드' 프로듀서 박명성(왼쪽부터), 배우 강승호, 정보석, 유동근, 연준석, 연출 김태훈이 2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언론시연회를 하고 있다. 2022.12.28. pak713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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