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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터뷰]엘리자베스 브라이트 "한국 관객 열정 화려한 함성에 깜짝"

등록 2023.01.17 10:55:45수정 2023.03.21 11:5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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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부터 지브리 공식 라이선스 얻어 연주

'이웃집 토토로' 등 내달 지브리 명곡 콘서트

[서울=뉴시스]피아니스트 엘리자베스 브라이트. (사진=롯데콘서트홀 제공) 2023.01.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피아니스트 엘리자베스 브라이트. (사진=롯데콘서트홀 제공) 2023.01.1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피아노 버전으로 편곡된 지브리의 곡은 자신의 방에 장식하는 소중하고 아담한 수채화 같아요. 오케스트라 버전은 대형 벽면의 화려한 유화 같죠. 듣는 사람의 마음에 자연스럽게 다가가는 음악이 됐으면 좋겠어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웃집 토토로' 등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지브리 애니메이션 명곡을 피아노로 만나는 콘서트가 열린다. 스튜디오 지브리로부터 공식 연주 라이선스를 얻은 일본 피아니스트 엘리자베스 브라이트(본명 유미 나나츠타니)가 오는 2월1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 오른다.

최근 서면으로 만난 그는 "어린 시절부터 영화 음악과 지브리 음악을 좋아했다"며 "지브리 음악은 어떤 사람의 마음에도 부드럽게 스며 들어가는 심플함이 있다"고 말했다.

스튜디오 지브리와의 인연은 2009년 발매한 '피아노 지브리' 앨범으로 시작됐다. "지브리 명곡을 모은 앨범을 피아노 솔로로 작업해달라는 의뢰를 받았고, 이를 계기로 지브리 음악의 편곡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15년여간 지브리와 작업을 계속 이어온 원동력으로는 "그 영화와 음악의 훌륭함 때문"이라고 답했다. 피아노 선율로 이야기가 있는 지브리의 음악을 담아내며 "원곡 하나하나가 가지고 있는 본질이나 핵심을 정확하게 표현하려 한다"고 말했다. "곡 본래의 빛을 놓쳐 버리지 않도록 담백하게 연주하려고 해요."

클래식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라고 했다. "클래식 음악은 인간이 가진 모든 감정을 망라한 세계"라며 "다만 심연한 면이 있어 누군가는 그 훌륭함을 바로 알아채지만, 그렇지 않은 이도 있다. 지브리 음악은 깊고 풍부한 클래식 음악을 가공하고 압축해 누구나 맛볼 수 있게 하는 게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는 '마녀 배달부 키키'에 수록된 '따스함에 안겨진다면'을 꼽았다. "사실 지브리 영화에 사용되기 전부터 매우 좋아하는 곡이었어요. '커튼을 열고 조용한 햇빛의 따스함에 안겨진다면 분명 눈에 비치는 모든 것은 메시지'라는 가사의 첫 시작부터 영적인 세계를 느꼈죠. 10대 때부터 들었던 곡인데, 언제 들어도 신선해요."
    
테마곡과 잘 어울리는 인상 깊은 작품으로는 '이웃집 토토로'의 '산책'을 택했다. "일본에서는 3살 정도 아이도 모두 이 곡을 알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밝혔다. '모노노케 히메'(원령공주)도 힘이 넘치며 영화의 신비로운 분위기와 잘 어우러지는 곡이라고 언급했다.
[서울=뉴시스]피아니스트 엘리자베스 브라이트. (사진=롯데콘서트홀 제공) 2023.01.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피아니스트 엘리자베스 브라이트. (사진=롯데콘서트홀 제공) 2023.01.1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오랜만의 한국 무대엔 기대감을 전했다. 그는 지난 2016~2017년에 '피아노 지브리' 콘서트로 한국 투어를 진행했고, 2017년 MBC 문화콘서트 '난장'에도 출연했다. 2019년 롯데콘서트홀 등 공연으로 한국 관객들을 꾸준히 만나왔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가 확산된 후 한국 관객들 앞에서 연주할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슬펐다. 이번 공연을 하게 돼 정말 기쁘다"며 "그 마음과 제가 좋아하는 한국 땅을 다시 걸을 수 있는 행복을 담아 진심으로 연주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관객들은 열정적으로 지브리 음악을 사랑하는 게 한결같이 느껴져요. 일본에선 록이나 팝 외의 콘서트에선 박수만으로 화답하는데, 한국에선 제 공연에서도 화려한 함성을 들려줬던 게 감명 깊었죠. 예전에 '인생의 회전목마'를 연주한 후 록 콘서트 같은 함성을 받았을 때 깜짝 놀랐어요. 너무 기뻤고 마치 제가 록 가수가 된 기분이 들었죠.(웃음)"

한국에서 지브리 음악이 크게 사랑 받는 이유도 답했다. "지브리는 인간이 살아가는 본질, 지구에서의 인간의 역할 등 깊은 주제를 작품의 이면에 갖고 있어요. 그건 지금 이 시대에 중요한 일이라고 느껴요. 감정에 솔직하고 동시에 섬세한 한국 분들은 풍부한 감성으로 그 본질을 꿰뚫는 힘을 갖고 있기에 지브리의 세계를 포착하고 공감하지 않나 생각해요."

이번 공연에선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천공의 성 라퓨타', '하울의 움직이는 성', '벼랑 위의 포뇨' 등 다양한 곡을 들려준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덕우, 퍼커셔니스트 김미연이 트리오로 함께한다.

"'바다가 보이는 거리'(마녀 배달부 키키)는 클래식 음악과 같은 분위기로 바이올린 파트를 멋지게 편곡했고, '바람이 지나는 길'(이웃집 토토로)에선 숲의 신비로운 소리를 타악기로 표현했어요. 오직 이 공연에서만 들을 수 있는 특별한 트리오 연주죠. 밸런타인 데이를 기념할 서프라이즈 곡도 준비하고 있으니 많이 기대해주세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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