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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버블 떄보다 더 비싼 日아파트값…"올해 더 오른다"

등록 2023.01.27 12:04:46수정 2023.01.27 13:5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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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수도권 입지 좋은 곳 매수 욕구 증가

물량 감소 속 자재비, 인건비 상승 등도 영향

[도쿄=AP/뉴시스]일본에서 가장 높은 구조물인 도쿄 스카이트리가 2021년 7월 도쿄에서 두 개의 아파트 건물 사이에서 보이고 있다. 2023.01.27.

[도쿄=AP/뉴시스]일본에서 가장 높은 구조물인 도쿄 스카이트리가 2021년 7월 도쿄에서 두 개의 아파트 건물 사이에서 보이고 있다. 2023.01.27.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일본 수도권의 신축 아파트값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다. 2년 연속 버블기를 넘어서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올해는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7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도시지역 아파트 가격이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 부동산경제연구소가 26일 발표한 2022년 수도권(도쿄도, 가나가와현, 사이타마현, 지바현)의 신축 맨션 판매 가격은 전년대비 0.4% 상승한 평균 6288만엔(약 6억원)으로, 2년 연속 사상 최고가를 갱신했다. 도심에서는 중고 매물이 1억엔(약 9억5000만원)에 육박해 일반 소비자에게는 "높은 산봉우리의 꽃"으로 비유되고 있다.

그 중 JR 야마노테선 메구로 역(도쿄도 시나가와구) 부근 고급 주택가에 들어서는 32층짜리 타워맨션의 가장 저렴한 시세가 약 7600만엔으로 책정돼 있다. 방 2개, 거실, 식당, 부엌을 갖춘 60㎡대는 1억엔이 넘는 고급 매물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1월 분양을 시작한 이후 연말까지 전체 301채 중 250채 이상이 계약을 완료해 계획을 크게 웃도는 속도로 팔리고 있다. 편리성이 높은 데다 곡선형 발코니에 높은 천장 등이 특징인 방이 고소득 맞벌이 가구나 회사 경영자를 끌어들이고 있다고 한다.

일본 부동산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 수도권에서 판매된 신축 아파트  2만9569채 중 2491채가 '억션'이었다.  최고는 11억5800만엔(약 110억원)에 달했다. 억션(億ション)은 일본에서 1억엔 이상의 분양 맨션 아파트를 뜻하는 신조어다.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의 선수촌으로서 사용된 후 대규모 맨션군으로 재건축 공사가 진행 중인 도쿄도 주오구의 '하루미 플래그'도 지난해 높은 수요의 상징물이 됐다. 도심에 있으면서 넓은 방을 갖춘 매물로 2019년 판매 이후 매수 희망자가 몰렸다. 지난해 9~11월에 판매된 230호에는 약 7000쌍의 신청이 있었다. 평균 추첨 경쟁률은 약 30대1로, 개중에는 191대1의 경쟁률을 기록한 물량도 있었다고 한다.

수도권에서는 재개발 지역 타워아파트의 대형 공급이 예정돼 있어 올해는 한층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이 아파트 시세의 상승 원인 중 하나는 건설자재의 급등 때문이라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일본건설업연합회 추계로는 2021년 1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자재 가격이 27% 오르는 등 건설비용은 평균 13~16% 상승했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사태의 여파로 건설자재 조달 전망을 세우기 어렵다는 점에서 판매를 억제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지난해 수도권에서의 판매 호수는 전년 대비 12.1% 감소로 크게 떨어졌다. 공급 물량이 적은 것이 가격 상승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수요는 왕성하다. 국내 파워커플(パワーカップル·고소득 맞벌이 가구)뿐 아니라 외국인 투자 수요도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아사히는 "원래 해외 주요 도시에 비해 도심 아파트는 싸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한때 엔화 약세로 더욱 저렴해졌다"며 "한 부동산회사에 따르면 도심 아파트를 내놓을 때 외국인의 투자목적 매입만 하지 않도록 일정한 범위를 정해 놓은 곳도 있을 정도"라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도 "도시지역에서는 아파트에 적합한 토지가 줄고 있어 부동산회사들은 확실한 매각이 예상되는 좋은 입지로 개발을 추진하는 추세"라며 "이 때문에, 최근에 판매 가격이 높아지고 있었고, 여기에 더해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도 겹치면서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금 일본의 부동산업체들이 주시하는 것은 일본은행이 계속 고수하는 이차원의 금융완화책의 향방이다.

스미토모부동산이 올해 1월 맨션 구입 희망자 약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향후 금융완화책의 재검토로 주택 구매 계획에 변경이 있는지를 물었더니, '변경 없다'라고 응답한 사람이 80%나 됐다. 주택 융자 이용자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변동 금리가 그다지 상승하지 않는다고 하는 견해가 강한 탓이다.

한 부동산 컨설턴트는 아사히신문에 "변동금리는 변하지 않기는커녕 오히려 금융기관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마인드가 조금은 달라지겠지만 시장 자체에 별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만 1990년대 일본 경제 버블기와 다른 점은 아파트 구매의 대부분을 실수요가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요미우리가 보도했다. 고가 아파트 구매자는 파워커플로 불리는 맞벌이 가구가 중심이다. 다소 무리해서라도 갖고 싶다고 하는 마인드가 계속 되고 있다고 한다. 신용도가 높은 부부가 둘이 함께 대출을 받는 '페어론'은 대출 규모도 커져 가격 폭등에도 대응하기 쉽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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