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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유튜브 영상 그대로 따라하라'…표절 논란 확산

등록 2023.02.20 13:41:20수정 2023.03.15 15: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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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유튜버 리뷰엉이, 표절 실태 고발

"AI 프로그램으로 제목·섬네일·대본까지 베껴"

우주고양이 김춘삼, 표절 사과하고 운영 중단

김춘삼 키운 주언규 PD도 사과 "책임지겠다"

알고리즘 선택받기 위해 '모방' 유행처럼 번져

"카피캣 그대로 방치하면 생태계에 치명적"


(왼쪽) '리뷰엉이' 업로드 영상 (오른쪽) '우주고양이 김춘삼' 업로드 영상 *재판매 및 DB 금지

(왼쪽) '리뷰엉이' 업로드 영상 (오른쪽) '우주고양이 김춘삼' 업로드 영상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찬호 인턴 기자 = 최근 한 유튜버가 자신의 영상이 '도둑질'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유튜브 상에서 표절 논란이 일파만파 확대되고 있다. 지금까지 유튜버들 사이에서는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을 참고해 비슷한 콘텐츠를 만드는게 일종의 '성장 공식'처럼 여겨진 측면이 있었다.

유튜브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아 많은 조회수를 얻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런 모방 행위의 수법은 점차 고도화되는 모습이다. 단순히 다른 크리에이터의 아이디어를 참고하는 것을 넘어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을 이용해 영상을 똑같이 베끼는 제작 기법까지 등장했다.

20일 유튜브에 따르면 과학·영화 유튜버 '리뷰엉이'는 지난 15일 게시한 '제 영상을 도둑질해서 돈을 벌고 있는 한 유튜버를 고발하려고 합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유튜버 '우주고양이 김춘삼'의 표절 행위를 폭로했다.

리뷰엉이는 영화 리뷰 영상을 올리다가 현재는 우주, 천체 등을 소재로 한 콘텐츠를 주로 만들고 있는 크리에이터다. 채널 구독자 수가 140만명을 넘고 수백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이 여럿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과학 유튜버다.

리뷰엉이는 우주고양이 김춘삼이 자신의 영상과 제목, 섬네일(대표 이미지)는 물론 대본까지 거의 유사한 영상을 만들어 왔다고 저격했다. 그는 "(우주고양이 김춘삼은) 조회수 높고 인기 많은 영상의 제목, 섬네일을 찾은 다음에 이걸 그대로 따온다는 것"이라며 "(영상 내용도) 약간의 표현법만 바꾸고 글의 순서를 섞었을 뿐이지 그냥 내 대본을 복사·붙여넣기 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리뷰엉이는 최근 경제 전문 유튜버 '주피디'가 우주고양이 김춘삼을 인터뷰한 내용을 그 근거로 들었다. 우주고양이 김춘삼은 "사람들이 이미 클릭했던 걸 조금 내 식으로 바꾸거나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면 너무 쉽게 할 수 있다"며 "우주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영상을 만드니까 전문성이 떨어질 수도 있지 않나. 논문을 실제로 읽어보니 너무 어려웠다. 요약본(다른 영상들)들을 참고했다"라고 말했다.

우주고양이 김춘삼은 해당 인터뷰에서 '노아AI'라는 영상 검색 솔루션을 이용해 조회수가 많은 영상의 섬네일을 찾고 '클로바노트'와 같은 프로그램으로 영상의 대본을 추출해 사용한다고 밝혔다. 이런 방식으로 다른 사람이 만든 영상을 약간만 각색해 비슷한 영상을 만들 수 있었다. 그는 또 "채널을 한 3~4개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향후 똑같은 방식으로 다른 나라의 영상을 각색해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이에 대해 리뷰엉이는 "인터스텔라 영상 한 편 만드는 데 3주가 걸리고, 블랙홀 시리즈는 두 달이 걸렸다. 양자역학은 말할 것도 없다.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리뷰엉이의 폭로 이후 우주고양이는 자신의 채널에 공식 사과문을 게시했다. 그는 "많은 과학 유튜버들이 피해를 입은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드린다"며 다른 유튜버의 대본을 무단 도용했음을 인정했다. 그는 모든 영상을 삭제하고 향후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불똥은 우주고양이 김춘삼을 인터뷰한 주피디에게까지 튀었다. 주피디의 운영자인 주언규 PD는 유명 경제 유튜브 채널 신사임당을 만든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신사임당 채널을 벤처 캐피털에 매각하고 유튜버 육성 강의 활동 등을 해왔다. 우주고양이 김춘삼도 주언규 PD의 수강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우주고양이 김춘삼이 표절에 사용한 노아AI는 주언규 PD가 만든 프로그램이다.

현재 온라인 상에서는 주언규 PD가 초보자들에게 조회수가 높은 영상을 모방하라는 내용의 강의를 하면서 표절 유튜버를 키웠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그는 구독자 1000명 이하 유튜버의 경우 인기 영상의 섬네일이나 제목을 따라해도 된다고 강의해 왔다. 또 주언규 PD가 우주고양이 김춘삼의 표절 행위에 대한 문제 의식 없이 노아 AI 프로그램 홍보를 위해 인터뷰를 진행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주언규 PD는 이날 자신의 유튜브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서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 지금 상황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노아AI 엠버서더 및 경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김춘삼 표절 사건은 애초에 내가 무리해서 초대 이벤트를 기획해 벌어진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모든 영상을 지우고 자숙에 들어간 상태다.

이런 표절 행위에 대한 추가적인 폭로도 이어지고 있다.

구글 프로덕트 엑스퍼트(GPE)인 유튜버 '검은복숭아 어비'는 '지식인 미나니'와 함께 저작권 침해에 대해 조사한 결과 주피디에게 강의를 들은 유튜버들이 다른 영상을 불법으로 복제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미나니는 "유튜브의 경우 같은 대본의 영상을 다른 목소리로 읽어 내보낼 경우 이를 걸러내지 못한다"며 "주언규가 타 유튜버(우주고양이 김춘삼, 우주고라니) 등과 함께 여러 과학 유튜버들의 영상을 무단 복제했다"고 비판했다.

유튜브 상에서 많은 조회수를 올리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같은 콘텐츠 베끼기는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다. 다른 영상을 모방하는 것은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을 활용하려는 의도가 크다. 유튜브는 시청자가 어떤 영상을 보고 있을때 비슷한 주제의 영상들을 함께 추천한다. 이 때문에 어떤 영상이 인기를 얻고 있을 때 유사한 영상을 올리면 노출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유튜브는 노출 대비 조회수가 높거나 시청 지속 시간이 높은 영상을 더 많이 추천하는 경향이 있다. 조회수가 높은 영상은 이런 기준을 충족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대로 따라하려는 유혹이 생긴다. 성공한 영상의 제목과 섬네일 뿐만 아니라 대본까지 베껴 클릭률이나 시청 지속시간과 같은 지표를 좋게 만드는 것이다.

리뷰엉이는 뉴시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AI 프로그램을 이용해 다른 크리에이터가 만든 영상을 그대로 베끼는 행태를 그대로 둘 경우 유튜브 생태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크리에이터의 제작 의지가 꺾이면 영상 업로드가 줄어들거나 퀄리티가 떨어질 것이다. 시청자들은 우후죽순 생겨나는 카피캣 영상에 끊임없이 노출되다보니 영상에 대한 피로감이 생기게 된다. 자연스럽게 오리지널 크리에이터와 카피캣 모두의 영상을 시청하지 않게 되는 악순환이 생기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유튜브 측에서 적극적으로 크리에이터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악질적인 콘텐츠를 차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리고 크리에이터들이 스스로 콘텐츠 창작과 그 권리에 대한 올바른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시청자들이 오리지널 크리에이터에게 제보해주거나 신고해주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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