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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터뷰] 선지자 고양이 vs 극장 고양이 "28년간 경쟁했지만 절친"

등록 2023.02.20 05:00:00수정 2023.03.20 15: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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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지자 고양이' 브래드 리틀· '극장 고양이' 이안 존 버그

뮤지컬 '캣츠' 내한 공연 2017년부터 세 시즌 연속 출연

1984년 데뷔…'오페라의 유령'으로 만나 우정 이어와

브래드 리틀, 2700회 유령 연기 '세계 최다 팬텀'으로 유명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뮤지컬 '캣츠' 올드 듀터러노미(Old Deuteronomy) 역의 배우 브래드 리틀(Brad Little·왼쪽)과 버스토퍼 존스·거스·그로울타이거(Bustopher Jones·Gus·Growltiger) 역의 배우 이안 존 버그(Ian Jon Bourg)가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2023.02.20.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뮤지컬 '캣츠' 올드 듀터러노미(Old Deuteronomy) 역의 배우 브래드 리틀(Brad Little·왼쪽)과 버스토퍼 존스·거스·그로울타이거(Bustopher Jones·Gus·Growltiger) 역의 배우 이안 존 버그(Ian Jon Bourg)가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2023.02.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나에게 눈을 뗄 수 없는 이유가 뭔지 알아요?"

회색빛 털에 거대한 몸집을 가진 선지자 고양이 '올드 듀터러노미' 역의 배우 브래드 리틀(59)이 환한 미소로 유쾌한 농담을 던졌다. "다들 옛날에 집에 있었던 카펫이라며 반가워하죠. 그 카펫을 온몸에 두르고 있는 고양이니, 어떻게 눈을 떼겠어요.(웃음)"

세계적인 뮤지컬 스타 브래드 리틀은 뮤지컬 '캣츠' 내한 공연에 2017년부터 올해까지 세 시즌 연속 출연하고 있다. 그와 30년 가까운 우정을 이어오고 있는 베테랑 배우 이안 존 버그(63)도 극장 고양이 '거스' 역으로 2017년에 이어 다시 돌아왔다. 팀의 '맏형'격인 두 배우를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났다.

두 배우는 1984년 같은 해에 데뷔했다. '캣츠'뿐만 아니라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명작인 '오페라의 유령'과 오랜 인연을 맺어온 공통점이 있다. 둘의 인연도 1995년 '오페라의 유령'으로 시작됐다. 다른 역할로, 또 같은 역할로 무대에 서왔다.

브래드 리틀은 2700회 이상 오페라의 유령을 연기한 기록을 세워 '세계 최다 팬텀'으로 유명하다.

이안 존 버그도 미국, 독일, 아시아 전역 30개 이상 극장의 약 300만명 관객 앞에서 유령 역을 연기한 전 세계 몇 안 되는 배우 중 한 명이다.

"저희는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왔음에도 평행선 같은 모습이 있어요. 비슷하거나 같은 역할도 해왔죠. 어쩌면 평생 경쟁자의 길을 걸어왔다고 볼 수 있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가까운 베스트 프렌드죠."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뮤지컬 '캣츠' 올드 듀터러노미(Old Deuteronomy) 역의 배우 브래드 리틀(Brad Little·오른쪽)과 버스토퍼 존스·거스·그로울타이거(Bustopher Jones·Gus·Growltiger) 역의 배우 이안 존 버그(Ian Jon Bourg)가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인터뷰 하며 깊은 우정을 보여주고 있다. 2023.02.20.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뮤지컬 '캣츠' 올드 듀터러노미(Old Deuteronomy) 역의 배우 브래드 리틀(Brad Little·오른쪽)과 버스토퍼 존스·거스·그로울타이거(Bustopher Jones·Gus·Growltiger) 역의 배우 이안 존 버그(Ian Jon Bourg)가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인터뷰 하며 깊은 우정을 보여주고 있다. 2023.02.20. [email protected]


브래드 리틀 "고양이들과 관객들 교감 부활해 '천국'…큰절은 내 아이디어"

이번 시즌엔 '캣츠'의 백미인 젤리클석(1층 통로석)이 부활했다.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엔 메이크업 마스크를 썼고, 객석 동선에 제약을 뒀다. 3년 만에 돌아온 고양이들은 다시 1층 객석 통로에 자유롭게 출몰해 관객들과 눈을 맞추고 장난을 치고 있다. 본래 연출로 되살아난 모습에 브래드 리틀은 "천국"이라고 한마디로 답했다.
[서울=뉴시스]뮤지컬 '캣츠'에서 선지자 고양이 올드 듀터러노미 역을 맡은 배우 브래드 리틀. (사진=에스앤코 제공) 2023.02.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뮤지컬 '캣츠'에서 선지자 고양이 올드 듀터러노미 역을 맡은 배우 브래드 리틀. (사진=에스앤코 제공) 2023.02.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전엔 이 시간을 빼야 해서 슬펐죠. 관객들이 즐거워하는 반응이 들리면, 무대 위에서 저도 같이 즐거워져요. 감사함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밖에 없어요."

플레이타임 외에도 관객과의 교감은 곳곳에서 이뤄진다. '캣츠'의 명곡인 '메모리' 가사 중 일부를 아기 고양이 제마이마가 한국어로 부르는 장면은 특별한 감동을 안긴다. 지난달 개막 첫 주에 맞은 설 연휴엔 올드 듀터러노미가 객석에 큰절을 올리는 깜짝 선물도 했다. 이 아이디어는 브래드 리틀이 직접 냈다.

"설날이니까 당연히 큰절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관객들이 생각보다 더 좋아해줘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한국을 제2의 고향'으로 꼽는 그는 2005년 '오페라의 유령' 내한공연을 시작으로 꾸준히 한국을 찾았고, 2017년엔 한국인과 결혼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뮤지컬 '캣츠' 올드 듀터러노미(Old Deuteronomy) 역의 배우 브래드 리틀(Brad Little)이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02.20.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뮤지컬 '캣츠' 올드 듀터러노미(Old Deuteronomy) 역의 배우 브래드 리틀(Brad Little)이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02.20. [email protected]

작품은 1년에 한 번 열리는 축제 '젤리클 볼'에서 새롭게 태어날 고양이를 선택하는 이야기다. 각기 다른 특색과 인생 경험을 가진 고양이들은 그들의 삶을 하나씩 풀어놓는다. 최종 결정은 최고 연장자이자 지도자 올드 듀터러노미의 몫이다.

브래드 리틀은 올드 듀터러노미를 '등대'라고 표현했다. 움직임은 거의 없어도 고양이들을 보듬으며 묵직한 존재감으로 시선을 잡아끈다. 인터미션에 홀로 무대에 남아있는 것도 자리를 계속 지키며 고민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를 상징하는 단어는 현명함"이라며 "저는 한계까지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인데, 이 캐릭터를 통해 과유불급을 배웠다"고 말했다.

"'캣츠'를 한국에서 공연할 때 가장 인상적이에요. 한국적인 요소가 많죠. 어려움이 있거나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연장자를 찾아가요. 연장자를 존중하는 문화가 닮아있죠."

이안 존 버그 "나이든 극장 고양이 '거스'…연기할 때마다 아버지 떠올라"

[서울=뉴시스]뮤지컬 '캣츠'에서 배우 이안 존 버그가 연기하는 (왼쪽부터) 극장 고양이 거스 역과 부자 고양이 버스토퍼 존스 역. (사진=에스앤코 제공) 2023.02.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뮤지컬 '캣츠'에서 배우 이안 존 버그가 연기하는 (왼쪽부터) 극장 고양이 거스 역과 부자 고양이 버스토퍼 존스 역. (사진=에스앤코 제공) 2023.02.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극장 고양이 '거스'는 유명 배우였던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달콤한 꿈에 젖는다. 하지만 현실은 나이가 들어 중풍으로 앞발을 덜덜 떠는 신세다. 이안 존 버그는 거스를 설명하는 세 가지 단어로 '우울감(melancholy)', '깨지기 쉬운(fragile)', '심통부리다(grumpy)'를 꼽았다.

"고양이들이 자기소개를 하는데 거스는 처음엔 늙은이 얘기를 들어서 뭐하냐고 사양하다가 입을 연 후엔 멈추지 않아요. 누구나 화려한 전성기가 있는데, 머릿속 여정을 끝내고 돌아오면 결국 현실이죠. 그래도 한순간 꿈이었다고 슬픔이나 비극으로 여기지 않길 바라요. 가슴속에 아련하고 좋은 기억으로 남겨지길 바라죠."

거스를 연기할 때면 자신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면서도 배우였던 아버지가 유독 더 생각난다며 눈가가 촉촉해졌다.

"아버지가 아마추어 배우였는데 지역사회의 작은 공연장에 많이 섰어요. 배우 생활 끝물엔 저보다 더 공연을 많이 했을 정도였죠. 거스는 나이든 목소리를 내잖아요. 제가 본래 아버지랑 목소리가 비슷한데, 그때 더 생각이 많이 나요. 아버지를 떠올리면서 연기하죠."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뮤지컬 '캣츠' 버스토퍼 존스·거스·그로울타이거(Bustopher Jones·Gus·Growltiger) 역의 배우 이안 존 버그(Ian Jon Bourg)가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02.20.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뮤지컬 '캣츠' 버스토퍼 존스·거스·그로울타이거(Bustopher Jones·Gus·Growltiger) 역의 배우 이안 존 버그(Ian Jon Bourg)가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02.20. [email protected]


그는 거스 외에도 젊은 시절 연극의 주인공 그로울타이거 그리고 부자 고양이 버스토퍼 존스까지 1인3역을 맡아 바쁘게 움직인다. "가발과 분장, 의상 등을 8번이나 바꿔야 한다. 두 번 공연하는 날은 16번"이라며 "고생은 조금 필요하다"고 웃었다.

"목소리도 여섯 번을 바꿔요. 나이 든 거스의 목소리였다가 호랑이가 으르렁거리듯 그로울타이거의 힘찬 목소리가 되고, 테너나 베이스로 오페라 가수가 되기도 하죠. 한 작품에서 여러 역할을 하는 건 행운이에요. 할 게 많아서 배우에겐 즐거운 일이죠."

브래드 리틀도 가장 좋아하는 고양이로 거스를 꼽았다. "정확히 말하면 이안의 거스죠. 캐릭터에 그의 자화상을 담고 있는 게 참 좋아요."

'캣츠'는 1981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해 30개국에서 7550만명이 관람하며 흥행한 작품이다. 어느새 40살이 넘은 '캣츠'를 두 배우는 한국 관객들에게 끝까지 즐겨달라고 당부했다. "나이가 들수록 연기가 더 깊어지는 만큼, 저희 두 사람도 계속 지켜봐 주세요. 와인처럼 숙성될수록 더 좋아질 테니까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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