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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보안 중요하다고?…현실은 저평가·인증 지옥으로 운다"

등록 2023.02.2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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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 '2023 차세대 정보보호 스타트업 간담회'

보안 스타트업 20여 대표자 참석…그들의 눈에 비친 보안 현실

VC들의 이유있는 외면…기술 저평가가 기업 저평가로 이어져

규제 허들 낮춘 신속확인제 "환영"…"실효성 있는 후속대책 이어져야"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 '2023 차세대 정보보호 스타트업 간담회'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 '2023 차세대 정보보호 스타트업 간담회'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송혜리 기자 = "현장에서 보면 보안은 여전히 관심 밖이다. 클라우드는 하는데 보안은 안 한다고 한다."

22일 판교 정보보호 클러스터 컨퍼런스룸. 이곳에 모인 20여명의 보안 스타트업 대표들은 보안 업계의 현실을 이같이 성토했다. 이날 간담회는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가 보안 분야 스타트업 성장 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마련한 자리다. 저평가되고 있는 보안 산업의 가치를 제고할 방안에 대해 보안 스타트업 대표들이 머리를 맞대보자는 취지다.

전 산업분야의 디지털 전환 추세와 맞물려 정보기술(IT) 투자는 활발하지만, 보안 투자만은 '털리면 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는 게 참석자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솔직히 현장에 나가보면 보안투자를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란 소릴 자주 들어요. 최근에 만났던 금융기관 최고보안책임자(CISO)에게 클라우드를 도입하면서 보안은 신경 안쓰냐고 했더니 별로 할 게 없다는 답변까지 들었습니다."

이날 참석한 A 스타트업 대표의 말이다. 그는 "보안의 중요성을 각인시킬 수 있는, 아울러 보안 기술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방안들이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기술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니 기업 가치 또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적정 투자를 유치해 기술 개발과 인력채용에 나서야 할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속이 탄다.

"보안 업종과 기술에 대한 벤처투자(VC)계의 선입견이 크다 보니 투자 받기가 녹록지 않습니다."

 B 스타트업 대표는 "투자기관들의 시각에서 보안은 돈이 안되는 업종으로 비치는 것 같다"며 "보안 상장사들의 시가총액이 이를 말해주지 않느냐는 말까지 들었다"고 아쉬워 했다.

신속확인제=규제 허들 낮췄다

그간 보안 분야 스타트업들의 성장 발목을 잡는 가장 큰 걸림돌을 꼽으라면 단연 제품 인증 제도다. 공공기관에 납품하려면 일정 제품 분류에 따른 제품 적합성 평가인증(CC)을 받아야 한다. 스타트업 입장에선 인증을 받는데 시일이 1년 이상 오래 걸릴 뿐 아니라 인증 카테고리에 없는 융복합 제품의 경우 출시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0월 정부가 '정보보호 제품 신속확인제'를 시행하면서 이같은 불편이 상당부분 해소됐다는 평이다. 기존 보안제품 인증 제도로는 마땅한 기준이 없어 인증 신청을 못했던 신기술 및 융·복합 보안 제품들을 위해 마련된 제도다. 신청부터 확인서 발급까지 시일을 약 1.5~2개월로 단축할 수 있다.
 
기술 스타트업들은 환호했다. 이 날 참석한 C 스타트업은 신속확인제 제품 인증과 GS인증을 동시 진행 중이다. 이 회사 대표는 "기존 보안 인증을 따내기 위해선 각종 서류들을 준비하는 전문 인력이 필요했다"며 "그 자체로의 인건비 부담도 만만치 않지만, 인증을 따내면 이들 인력에게 줄 보직이 없어 망설였는데 정부 지원 프로그램으로 이제 그럴 필요가 없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신속확인제를 통과한 제품들이 시장에 적기 공급돼야 제도의 실효성을 갖출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동범 KISIA 회장은 "하나의 길이 날 때, 그 길에 사람들이 많이 다니면 결국 길이 되는 것이고 아무도 다니지 않으면 폐쇄가 되는 것"이라며  "신속확인제를 활성화 하기 위해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범 KISIA 회장 *재판매 및 DB 금지

이동범 KISIA 회장 *재판매 및 DB 금지


"시장 역동성과 다양성 가져갈 것"…사이버보안 펀드 조성 박차

올해 KISIA는 보안 스타트업 성장을 위해 해외진출 지원, 신속확인제 신청 지원, 투자유치 등의 프로그램 운영할 예정이다.

우선, 국내 우수 정보보호 스타트업의 글로벌 역량 강화와 차세대 글로벌 보안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해외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미국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파트너와 연계해 2주간 현지 체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글로벌 역량 강화 멘토링 교육도 지원할 방침이다. 또한 이스라엘 시장 진출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 및 정보보호 스타트업 세미나를 추진해 유망 정보보호 스타트업과 이스라엘 간 사업 협력 모델을 마련할 계획이다.

아울러 정보보호제품 신속확인제에 기업들이 어려움 없이 도전할 수 있도록, 일대일 컨설팅부터 수요처 홍보까지 종합적으로 지원한다. 특히, 인증 획득 제품을 공공발주자협의회에서 홍보해 실질적인 수요 확보가 가능하도록 도울 예정이다.

투자유치 프로그램도 지원한다. 각 분야 전문가 진단과 수요 분석을 통한 성장단계별(초기·성장·글로벌) 성장 방안을 제시하고 IR 교육 및 맞춤형 피칭 훈련, 투자상담회, 전문가 컨설팅 등을 제공한다. 이밖에 보안 정보보호 스타트업 지식재산권 등록 및 출원 비용 지원, 대·중견기업과 '오픈 이노베이션 데이' 참여 지원, 우수 정보호보 스타트업 제품 및 서비스 홍보를 위한 국내외 전시회 및 컨퍼런스 참가를 지원한다.

이동범 KISIA 회장은 "우리 보안 시장이 그간 많은 성장을 했지만, 다양성과 역동성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새로운 스타트업과 기술이 가진 기업들이 등장하지 못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우리 사장에 악영향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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