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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금융 아닌 상업적 해결"…UBS-CS 인수·합병, 시장 안정될까?

등록 2023.03.20 1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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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최대 은행 UBS, 32억달러에 인수합의

합병 총자산 1조7000 달러...골드만삭스 '추월'

'블랙먼데이' 모면한 듯…아시아 증시 하락세

[취리히=AP/뉴시스]19일(현지시간) 스위스 최대 은행 UBS가 유동성 위기에 빠진 스위스 두 번째 규모 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를 인수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사진은 18일 취리히에서 스위스 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와 UBS의 모습. 2023.03.19.

[취리히=AP/뉴시스]19일(현지시간) 스위스 최대 은행 UBS가 유동성 위기에 빠진 스위스 두 번째 규모 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를 인수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사진은 18일 취리히에서 스위스 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와 UBS의 모습. 2023.03.19.


[서울=뉴시스] 유자비 기자 = 스위스 최대 은행 UBS가 유동성 위기에 빠진 스위스 두 번째 규모 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를 인수·합병(M&A)하기로 전격 합의하면서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금융 불안이 다소 진정될 지 주목된다.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미국의 금리 결정과 UBS의 CS 인수 과정이 순탄하게 이뤄질 지에 대한 우려도 남아 있다. 코스피지수와 상하이종합지수 닛케이225지수 등 아시아 증시가 하락세를 보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19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UBS는 CS를 30억 스위스프랑(약 32억 달러, 4조2000억원)에 인수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이날 합의는 인수 가격 등을 둘러싼 치열한 물밑 협상 끝에 극적으로 이뤄졌다. 스위스 정부의 강한 의지 속에 아시아 시장 개장 전 타결을 위해 시간적인 압박도 받았다.

합의에 따라 CS의 주주들은 22.48주당 UBS 1주를 받게 된다. 지난 17일 종가 기준 CS 주가는 주당 1.86스위스프랑(약 2달러, 2627.19원)이었다.

아울러 스위스 정부는 UBS가 CS를 인수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일부 손실을 막기 위해 90억 스위스프랑(12조7000억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또 스위스 국립은행은 거래를 촉진하기 위해 UBS에 1000억 스위스프랑(1080억 달러, 141조2000억원)의 유동성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알랭 베르세 스위스 대통령은 "현 상황에서 UBS의 CS 인수가 최선의 방법"이라고 밝혔다. 카린 켈러 서터 스위스 재무장관은 "이것은 상업적 해결책이지 구제금융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스위스 정부의 지원과 스위스국립은행의 유동성 제공을 의식한 발언이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즉각 성명을 내고 이번 합의를 환영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인수 합병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요 글로벌 은행간 첫 대규모 합병"이라고 평가했다.

스위스 정부가 수일간 긴박하게 중재한 이 거래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한때 스위스 자존심의 상징이었던 166년 역사 CS의 놀라운 몰락"이라며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가장 전면적인 글로벌 은행 부문의 개편"이라고 진단했다.

1856년 설립된 CS는 세계적으로 손 꼽히는 유럽의 대표 투자은행으로 역할해왔다. 스위스에서 두번째로 큰 은행 CS는 지난해 말 기준 전세계에 5만명이 넘는 직원을 두고 있다. UBS가 CS를 합병할 경우 총자산 규모가 1조7000억 달러에 이르게 된다. 골드만삭스(1조4400억 달러)를 넘는 수준이다.

그러나 영국 그린실캐피털과 아케고스캐피털 투자 실패 등 각종 금융 스캔들과 경영 격변을 겪으며 위기설을 겪었다. 이달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 불안이 위기를 더욱 증폭시켰다.

특히 미국 중소은행 SVB와 달리 CS의 충격파는 차원이 다른 파장을 불러올 것이란 우려가 컸었다. CS는 지난해 국제결제은행(BIS)이 뽑은 40대 '글로벌 시스템에 중요한 은행(GSIB)'에 속해 있다.

CS 주가는 지난 2년간 84% 폭락했고 지난해 79억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UBS는 지난해 76억달러의 순이익을 냈으며 주가는 같은 기간 15% 상승했다.

지난주 SVB 사태 파장으로 전세계 은행주 주가가 큰폭으로 하락한 가운데 CS는 주가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며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이번 합의는 UBS에 있어 스위스 최대은행의 지위를 확고히 하고 핵심 자산관리 사업을 강화할 수 있어 이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동시에 UBS는 경쟁사의 투자은행을 대부분 폐쇄해야 하는 임무를 맡고 있으며 CS 직원들을 대대적으로 해고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UBS가 인수 관련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울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전세계 주요 6개 중앙은행들이 세계 금융 시스템을 통해 달러 유동성 공급을 강화하기 위한 공동 노력을 발표했다. 미 달러 자금을 제공하는 스와프 라인의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20일부터 최소 4월 말까지 7일 만기 운용 빈도를 매주에서 매일로 늘리기로 했다.

합의 발표 후 열린 아시아 증시는 하락세를 보였다.

코스피지수는 등락을 거듭하다 결국 하락 마감했다. 하락 출발한 이날 코스피지수는 장 초반 반등에 성공해 오전 장중 2400선을 회복했으나, 다시 하락세로 전환해 전 거래일 대비 0.69% 내린 2379.20에 장을 마쳤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날 전장 대비 0.48% 내린 3234.91로 거래를 마쳤고, 닛케이225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388.12포인트(1.42%) 하락한 2만6945.67로 장을 마감했다.

미국의 금리 결정을 앞두고 불안 심리가 아직 남은데다, UBS가 CS를 인수했지만 그 과정에서 보유채권 가치의 하락 등을 어떻게 처리할 지 등에 대한 불안감도 작용했다는 것이 시장의 분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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