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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발 먹자" 이집트 정부 제안에 뿔난 국민들…왜?

등록 2023.03.21 10:23:17수정 2023.03.21 14:3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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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상승에 닭발 섭취 권하자 국민 반발

이집트서 닭발, 개·고양이 사료로 쓰여

"닭발 먹자" 이집트 정부 제안에 뿔난 국민들…왜?



[서울=뉴시스]권서영 인턴 기자 = 경제난을 겪고 있는 이집트 정부가 국민에게 닭발 섭취를 권했다가 국민들의 비난을 받았다.

19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은 경제 사정이 악화한 이집트는 국민들에게 닭발 섭취를 권했다. 일반 가정의 식탁이 부실해진 와중 '단백질을 풍부하게 섭취할 수 있다'는 이유다.

그러나 해당 정책은 큰 반발에 부딪혔다. 한국 등 아시아권과 달리 이집트에서 닭발은 식재료보다 반려견이나 반려묘의 사료 등을 만드는 데에 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이에 BBC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물가가 올라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닭발을 단백질이 많은 부위라고 홍보한 것이 국민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고 평했다.

현재 이집트에서는 식용유, 치즈 등 기본 식자재의 가격이 지난 몇 달 사이 2~3배 인상됐다. 특히 육류의 가격이 많이 올라 국민들 사이에서는 식탁에 고기를 올릴 수 없다는 반발이 높아진 상태다.

이러한 상황은 식료품 수입에 대한 높은 해외 의존도에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집트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밀을 많이 수입하는 국가였던 탓에, 세계 밀 수출량의 약 29%를 차지하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전쟁이 발발하자 그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외환 위기가 닥친 것도 원인으로 추정된다. 작년 1월 기준 달러당 15이집트파운드였던 환율은 1년 만에 달러당 32.1이집트파운드까지 떨어지면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20일 현재 달러당 이집트파운드 환율은 30.3이다.

매달 5000이집트파운드(약 21만원)를 연금으로 받는 웨다드(60)씨는 1년 전만 해도 스스로를 중산층으로 여겼지만, 현재는 먹고 사는 것조차 빠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닭고기를 사기 위해 잔돈을 긁어모았다"며 "한 달에 한 번 고기를 먹거나 아예 사지 않는다”며 “달걀도 요즘은 한 알에 5이집트파운드(약 208원)씩이나 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이집트는 지난 6년간 국제통화기금(IMF)에 4차례 걸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현재 이집트는 정부 세입의 절반가량을 부채 상환에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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