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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은 없었다…푸틴, 시진핑에 초호화 극진 환대

등록 2023.03.22 10:07:44수정 2023.03.22 10: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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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예우와 격식 갖춘 의전으로 시진핑 맞아

검은 정장·갈색 넥타이 맞춰…총 10시간 넘는 만남

[서울=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 대궁전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3.03.21.

[서울=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 대궁전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3.03.21.

[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러시아 국빈방문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시 주석은 지난 20일(현지시간) 2박 3일 일정으로 러시아를 국빈방문했다. 3연임과 1인 장기 독재 체제를 확립한 뒤 첫 해외방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첫 방러이기도 하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 러시아 언론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21일 공식 정상회담이 열린 모스크바 크렘린 대궁전은 호화롭게 꾸며졌으며 격식과 예(禮)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시 주석을 처음 맞은 것은 19세기 스타일의 퍼레이드 제복을 입은 경호원들이었다. 시 주석은 궁 정문에 도착해 이들이 줄지어 서 있는 곳을 지나 주요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천천히 올라갔다. 화려한 붉은 카펫이 깔린 계단이다.

푸틴 대통령은 2층 성(聖)게오르게홀(세이트조지홀)에서 시 주석을 맞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이 홀의 벽은 18세기 러시아를 통치했던 황후 예카테리나 2세가 만든 최고 군인 상인 성게오르게상을 받은 군인과 병사의 이름이 금으로 새겨진 하얀색 대리석 명판이 뒤덮고 있다.

황제의 장엄함으로 가득찬 짜임새 있는 의식에서 양국 정상은 맞은편의 거대한 샹들리에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고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국가 소리에 맞춰 가운데서 악수를 나눴다. 두 정상 모두 검은색 정장과 짙은 갈색 넥타이를 착용했다.

이날 일정은 소인수 및 확대 정상회담과 공동성명 채택, 공동 기자회견 등으로 진행됐다. 그리고 '차르'(황제)들의 연회장이었던 15세기 파체츠궁에서 국빈 만찬을 했다. 시 주석은 건배사에서 건강과 양국 국민의 번영을 기원하며 '간베이'(乾杯)를 외쳤다. 이로써 회담 3시간 가량을 포함해 총 6시간에 걸친 이날 일정은 마무리됐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시 주석과 함께 계단을 내려가 직접 배웅했다. 시 주석은 크렘린궁 입구에서 통역을 통해 "우리는 한 세기 이상 목격하지 못했던 변화들을 보고 있고 이를 함께 추진하고 있다"면서 "친애하는 친구여, 잘 지내시게"라고 인사했다.

이들은 다시 악수를 나눴고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의 리무진이 떠나자 잠시 인도에 서서 손을 흔들었다.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의 궁전에서 열린 만찬 중 건배하고 있다. 2023.03.22.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의 궁전에서 열린 만찬 중 건배하고 있다. 2023.03.22.


푸틴 대통령의 '지각 대장' 면모는 보이지 않았다. 그는 세계 정상급 인사들과의 회담에서 최대 몇 시간씩 기다리게 하곤 해 '지각 대장'으로 정평이 나 있다.

푸틴 대통령은 2014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회담에 4시간 15분, 2018년 9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회담에 2시간 30분 늦은 바 있다. 2003년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14분 기다리게 했다. 심지어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을 처음 접견하는 자리에서도 50여 분, 2000년 교황 요한 바오르 2세 만남에서도 15분 지각해 결례를 범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최대 격식과 예우를 갖춘 의전을 준비했고 그를 맞기 위해 먼저 장소에 도착해 있었다.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의 방문 첫 날인 전날에도 4시간 30분 동안 비공식 단독 회담을 가졌다. 통역만 배석했고 장기간 진솔한 대화를 나눴을 것으로 추정됐다. 주요 의제는 우크라이나 전쟁 해법 등이었다.

이 자리에선 7가지 코스로 구성된 만찬을 대접했다. 극동 지역 해산물로 만든 애피타이저, 메추라기와 버섯을 넣은 팬케이크, 파이를 곁들인 철갑상어 수프, 석류 셔벗, 파블로바 디저트 등이다. 메인 요리는 체리 소스를 곁들인 사슴고기 또는 페초라강에서 잡은 시베리아산 흰연어와 야채로 구성했다. 음료는 러시아 디프노모르스코 에스테이트 와이너리의 2020년 빈티지 '이스트 슬로프'와 '웨스트 슬로프' 2종을 제공했다.

이 회담 후에도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을 차량까지 직접 에스코트했고 양측 정상이 함께 웃는 모습도 목격됐다.
[모스크바=AP/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만찬 후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2023.03.22.

[모스크바=AP/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만찬 후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2023.03.22.


이런 극진한 대접은 우크라이나 전쟁 교착 상태와 서방의 경제 제재로 수세에 몰린 푸틴 대통령의 처지를 보여준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 시 주석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평화 회담 지지 등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한 채 러시아가 꺼리는 '완전 철수'나 우크라이나 영토 반환은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반미 연대의 메시지를 냈고, 양국 간 광범위한 경제 유대 강화 등 더욱 결속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시 주석은 방러 기간 중 모스크바 북부 호화로운 강변 공원에 자리 잡은 중국인 소유의 새로 지은 솔럭스 호텔에 묵었다. 차량은 중국제 홍치(Hongqi) 리무진을 이용했다.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의 궁전에서 열린 공식 만찬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배웅하고 있다. 러시아를 국빈 방문한 시진핑 주석은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초특급 환대를 받았다. 2023.03.22.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의 궁전에서 열린 공식 만찬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배웅하고 있다. 러시아를 국빈 방문한 시진핑 주석은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초특급 환대를 받았다. 2023.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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