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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터뷰]"서울시향은 이미 세계적" 벤스케, 시벨리우스로 작별인사

등록 2023.03.25 11:00:00수정 2023.03.25 11: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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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오스모 벤스케가 지난 21일 서울시향과 리허설을 하고 있다. 2023.03.24. (사진=서울시향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지휘자 오스모 벤스케가 지난 21일 서울시향과 리허설을 하고 있다. 2023.03.24. (사진=서울시향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골반은 완전히 부서졌고, 오른쪽 어깨도 부러졌습니다. 의사들이 회복에 6개월 정도 걸린다고 했어요."

핀란드의 명지휘자 오스모 벤스케(70)는 30여년간 세계의 유수 교향악단을 이끌며 클래식 팬들을 사로잡은 거장이다. 하지만 지난 3년간 이끌었던 서울시립교향악단에서는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일정들이 속속 틀어졌고, 지난해 말에는 낙상사고까지 당했다. 지난해 연말, 그렇게 아쉽게 임기가 끝났다.

의사들은 6개월이 걸린다고 했지만 벤스케는 병상에서 일어나 3개월반만에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이번에는 객원 지휘자 자격으로 서울시향과 고국의 작곡가 '시벨리우스'의 작품들을 들려준다. 한국에 보내는 그의 작별인사다.

벤스케는 서면 인터뷰를 통해 "지금은 조심해야 하지만 걸을 수 있다"며 "지난해 12월 초에 다쳤는데, 1월 말에 휠체어에 앉아 헬싱키와 레이캬비크에서 부상 후 처음으로 공연했고, 3주 전에는 처음으로 휠체어 없이 의자에 앉아서 지휘했다"고 했다. 이어 "부상으로 서울에서의 2주간의 공연을 취소해야 했는데, 서울시향과 공연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지휘자 오스모 벤스케가 지난 21일 서울시향과 리허설을 하고 있다. 2023.03.24. (사진=서울시향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지휘자 오스모 벤스케가 지난 21일 서울시향과 리허설을 하고 있다. 2023.03.24. (사진=서울시향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벤스케는 '시벨리우스 스페셜리스트'로 꼽힌다. 코로나19 속에서도 그는 시벨리우스 7번 교향곡을 제외한 전곡을 한국 관객에게 들려줬고, 3월 24~25일, 30~31일 공연은 '시벨리우스 사이클'을 마무리하는 무대다.

"시벨리우스는 저에게 가장 가까운 작곡가 중 한 명입니다. 살다보면 좋은 날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죠. 사고나 질병, 가족의 곤경 때문에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이 곡을 들으면 그 시기를 지나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둠에서 벗어나 빛으로 가는 방법, 그리고 희망이 존재하며,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는 곡입니다. 서울시향과 시벨리우스 사이클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윤이상-서울시향 음반 커버. (사진=서울시향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윤이상-서울시향 음반 커버. (사진=서울시향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벤스케는 서울시향 임기 중 가장 잘한 일로 윤이상의 음반을 녹음한 것을 꼽았다. "윤이상의 음악은 매우 독창적이에요. 그런데 윤이상의 곡을 녹음한다고 했을 때 주저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지금 이 음반은 정말 필요했고 훌륭한 녹음이라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이 작품들을 세계에 소개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고, 서울시향이 어려운 음악을 잘 연주해줘서 자랑스럽습니다. 윤이상을 선택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어요."

벤스케는 올해 70세가 됐다. 그동안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려고 했다면 다음 30년은 지휘자로서 음악에 대한 사랑을 더 많이 보여주겠다는 생각이다. 지난해 말 겪은 부상이 삶과 음악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사고가 일어났을 때 단 2초 안에 내 인생이 끝날 수 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인생에서 뭐가 정말 중요하고, 뭐가 덜 중요한 지에 대해 생각할 기회였어요. 이제 객원 지휘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직책이 없다는 것이 좋아지기 시작했거든요. 저는 1988년부터 여러 교향악단의 감독직을 맡아왔어요. 라티, 타피올라, 레이캬비크, BBC 스코틀랜드, 미네소타 오케스트라…. 거의 40년간 교향악단을 이끌었죠. 이제 내 인생의 마지막 장에 있다고 생각해요. 좀 더 자상한 지휘자가 되려고 해요. 연주자에게 더 좋은 연주를 하도록 강요하는 대신, 더 좋은 연주를 하도록 초대하는 방향으로 가고 싶습니다."
지휘자 오스모 벤스케. 2023.03.24. (사진=서울시향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지휘자 오스모 벤스케. 2023.03.24. (사진=서울시향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벤스케는 서울시향에 대해 "한국 최고의 오케스트라", "이미 세계적인 교향악단"이라고 평가했다. 또 서울시가 시향의 순회공연과 서울시향만의 공연장을 지원해줬으면 한다고 애정어린 부탁을 전했다.

"서울시향은 정말 훌륭한 연주자들을 가지고 있고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교향악단 중 하나입니다. 만약 서울시향이 공연하는 장소에서 리허설을 할 수 있다면, 엄청난 발전과 큰 차이를 만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케스트라가 악기이듯 공연장 또한 악기이기 때문에 훨씬 더 효과적으로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어요. 뉴욕필, 미네소타 오케스트라, 시카고 심포니, LA필 등 세계 유수 교향악단들은 공연하는 장소에서 연습을 하죠. 서울시향만의 공연장을 가질 수 있다면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서울시향과의 시간은 아쉽고도, 자랑스럽다. 벤스케는 "잘츠부르크, 암스테르담, 빈, 런던에 있는 세계 최고의 공연장에서 연주하며 순회공연을 통해 서울시향이 얼마나 잘하는지 보여줄 수 있었고, 자랑스러웠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지난 3년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죠. 계획했던 대편성의 곡들을 할 수 없었지만 우리는 함께 많은 곡을 연주했어요. 저는 서울시향 연주자들과 아주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시향 연주자들은 재능있고 기량이 뛰어납니다. 우리는 열심히 일했고, 그들은 제가 원하는 소리에 점점 더 가까워졌어요. 앞으로 서울시향 단원들을 매우 그리워할 것 같습니다."
지휘자 오스모 벤스케. 2023.03.24. (사진=서울시향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지휘자 오스모 벤스케. 2023.03.24. (사진=서울시향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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