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명 사망 멕시코 이민수용소 화재, 경비원들 구조않고 신속대피
치우다드후아레스 시내 수용소에서
감시카메라 동영상 공개..유족들 항의
[치우다드후아레스( 멕시코)= AP/뉴시스] 멕시코 국경의 치우다드 후아레스 국립 이민수용소 화재 참사로 40명이 사망한뒤 몰려든 유족들에게 3월 28일 자원봉사자가 생수를 나눠주고 있다.
28일 확인된 내부 감시카메라에는 경비원들이 문이 잠긴 방안에 있는 수용자들에 대한 아무런 구호조치도 하지 않은 채 서둘러 달아나는 광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번 화재는 문을 잠그고 강제로 출입을 막은 수용소에 항의하기 위해 추방이 예고된 이민자들이 방문 창살에 매트리스를 쌓아놓고 불을 질러 일어난 것으로 확인되었다.
화재가 난지 몇 시간뒤에 수용소 앞에는 흰색 천으로 싸인 시신들이 줄줄이 안치되어 참혹한 상황을 말해주었다. 치우다드후아레스는 텍사스주 앨페소 국경 건너편으로 멕시코쪽 이민들이 미국에 입국하기 위해 가장 잘 이용하는 곳이다.
국립 이민자수용소 측은 29명의 부상자들은 "약에서 중증" 수준의 연기흡입 증상으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화재가 났을 때 이 시설에는 중남미에서 온 68명의 남성이 머물고 있었다.
멕시코의 이민자 수용 시설은 방을 외부에서 잠가놓은 예가 많아 항의와 폭동이 뒤따르곤 했다. 지난해 10월 티후아나 이민자 수용소에서 베네수엘라 억류자들이 폭동을 일으켜 경찰과 방위군이 출동한 적도 있다.
감시카메라에 찍힌 동영상에는 경비원 복장의 두 명이 카메라 프레임 안으로 급히 달아나는 장면, 최소 한 명 이상의 이민자들이 다른 쪽의 감방 철창안에서 구조를 외치는 장면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경비원들은 감방문을 열어주는 대신 서둘러 달아났고 몇 초뒤 이 시설은 검은 연기가 꽉차면서 전소되었다.
이 동영상은 멕시코 내무장관 아단 아우구수토 로페스가 멕시코언론의 호아킨 로페스 도리가 기자의 질문에 확실한 현장 장면임을 확인해 주었다.
[치우다드후아레스( 멕시코)= AP/뉴시스] 멕시코 국경의 치우다드후아레스시내 이민수용소에서 화재로 40명이 숨진 뒤 베네수엘라출신의 어린 자매가 수용소 앞에서 서로 위로하며 앉아있다. "비인간적 이민정책은 이제 그만"이라고 쓴 펼침막이 보인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이번 화재가 이민들 스스로 곧 추방될 것을 알고 항의를 위해 불을 낸 것이라면서 " 그런 행동이 이처럼 끔찍한 재난을 만들지 상상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지 검찰은 정부가 사망자들을 위해 냉동 트레일러를 세내서 시신을 안치해 주었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수용소 앞에는 28일 부터 100여명의 이민들이 몰려와서 수용되어 있는 가족과 친지들의 안부를 확인하느라 북새통을 벌였다.
2세와 4세 두 자녀를 데리고 온 엄마 카투스카 마르케스(23)는 함께 이민을 온 오빠 올란도 말도나도의 생사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면서 "어떻게 경비원들이 전부 달아나고 안에 있던 이민들만 죽을 수가 있는지, 어떻게 그들을 꺼내주지도 않았는지 알아야겠다"며 항의했다.
수용소 당국은 아직 이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고 있다.
당국은 이민 가족들을 수 십명씩 검거한 뒤 한 가족의 남성 한 명씩만 수용소에 감금하고 나머지는 풀어주었고, 이들은 거리에서 구걸로 연명하며 가족이 석방되기만을 기다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치우다드후아레스에서는 갈수록 늘어나는 미국행 이민자들로 수용시설이 꽉차면서 몇 주일째 이민들과 현지 당국의 대립과 갈등이 증폭되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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