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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 '넥스트스텝Ⅲ' 연습실 가보니..."K-안무, 세계에 보여줄 것"

등록 2023.03.30 15:23:48수정 2023.03.30 17: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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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스텝 III 최호종 '야수들' 시연. (사진=국립무용단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넥스트 스텝 III 최호종 '야수들' 시연. (사진=국립무용단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한국 무용수들이 전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요. 피의 문제인지, 근육의 문제인지 감정조절 등이 외국 무용수들과 확실히 다르죠. 반면 안무가들은 약합니다. 많이 발전하고 있지만 확 나아지진 못했죠. (개인의 문제라기 보다) 매니지먼트의 문제 같아요. 한국 무용의 발전을 위해 젊은 안무가들을 키워내겠습니다."(국립무용단 예술감독 손인영)

국립극장 전속단체 국립무용단이 '넥스트 스텝Ⅲ: 안무가 프로젝트를 통해 3명의 젊은 안무가를 발탁했다. 한국 무용계가 주목하는 신진안무가 정보경과 국립무용단 스타 무용수 출신 박소영·최호종이다.

넥스트 스텝Ⅲ에는 내부 3편, 외부 11편의 작품이 출품됐고, 이중 3개 작품(내부 2·외부 1)이 선정됐다. 현대적이면서도 한국만의 개성을 고스란이 담은 작품들이다. 선정 안무가들은 30분 이내의 작품을 오는 4월20~22일 달오름극장에 올려 관객 평가와 전문가 심사를 통해 발전 가능성을 검증받는다. 이중 선정된 한 편의 우수작은 초단편 영화 형태의 댄스 콘셉트 필름으로 제작된다. 국립무용단의 정규 레퍼토리로 확장할 기회도 주어진다.
국립무용단 손인영 예술감독. (사진=국립무용단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국립무용단 손인영 예술감독. (사진=국립무용단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손인영 예술감독은 30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라운드 인터뷰에서 "우리의 무용이 세계를 향해 가야 한다는 것, 한국 무용의 발전을 위해 젊은 암무가들을 키워야 한다는 것을 꾸준히 생각해왔다"며 "넥스트 스텝Ⅲ을 통해 우리 무용단 뿐 아니라 외부에도 문을 열고, 폭넓은 경합을 통해 경쟁력을 키웠다"고 했다.

손 감독은 "젊고 기발한 친구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데 잘 지원하고 포장하겠다. 씨앗이 보이면 한 해만 쓸 게 아니라 해외에도 보여주고 싶다"며 "몇년간 프로젝트를 하다보면 '대한민국의 안무가 좋더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이어 "이번에는 내부 2명, 외부 1명으로 정해 놓고 3명을 선정했지만 외부에 대한 문을 점점 넓혀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정보경 안무가. (사진=국립무용단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정보경 안무가. (사진=국립무용단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11대 1의 외부 안무가 경쟁을 뚫고 넥스트 스텝Ⅲ에 선정된 정보경은 떠오르는 신진 무용가다. 2010년 스페인 빌바오 액트페스티벌에서 동양인 최초로 공연예술 경쟁부문 최우수상을, 2019년 안무한 '원'으로 대한민국무용대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받았다. 이번 무대에서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모든 것이 언젠가 메아리처럼 되돌아와 울림을 준다는 의미를 담은 '메아리'를 선보인다. 그는 텅 빈 무대를 오직 무용수와 조명으로만 채우고, '수제천'을 재해석한 음악에 맞춰 삶과 죽음, 가상과 현실의 공존을 실험한다.

정보경은 "외부 문호개방 첫 해에 참여할 수 있게 돼 굉장히 영광"이라며 "혼돈의 태풍이 지나간 후 예술가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를 끊임없이 생각했고, 철새의 모습으로 가장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을 담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어디론가 떠나고 다시 돌아오는 삶의 형태적 모습이 마치 메아리 같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국립무용단 '넥스트스텝Ⅲ' 연습실 가보니..."K-안무, 세계에 보여줄 것"


안무가 박소영은 2016년 국립무용단에 입단해 단단히 내공을 다진 무용수로, 창작가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2020년 '변신'으로 서울무용영화제 관객 베스트상을, 2022년 '새끼'로 젊은 안무자 창작공연 우수 안무자 상을 받았다.

이번에 올리는 '라스트 댄스'는 안무가가 무대 위에서 경험한 공황장애의 순간을 토대로 만든 작품이다. 죽기 전 마지막 춤을 뜻하는 제목처럼 죽기 3초 전 주마등처럼 스쳐 가는 삶의 순간들을 춤으로 유쾌하게 풀어낸다. 막다른 곳에 이르러 마주하는 해방감과 죽음 앞에서 오히려 삶의 이유를 찾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박소영은 "라스트 댄스는 자살하려는 주인공의 이야기"라며 "부정적인 감정과 우울증, 트라우마 극복하고 긍정의 기회를 찾는 스토리"라고 소개했다.
안무가 최호종. (사진=국립무용단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안무가 최호종. (사진=국립무용단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최호종은 독보적 실력으로 국립무용단을 대표하는 무용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스타 무용수다. 2022년 무용극 호동에서 호동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같은 해 '도메스틱 와일드'로 서울무용영화제에서 관객이 뽑은 베스트 작품상을 수상, 연출자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최호종의 '야수들'은 '한국인의 가족주의'에서 출발했다. 가족을 연상시키는 네 명의 무용수가 놀이를 주고받으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차 변해가는 모습을 담았다. 현실의 고통을 헤쳐나가며 야수가 돼가는 한국인, 그리고 해체되는 가족을 초현실적으로 그려낸 "웃픈" 작품이다. 무용수들은 놀이를 주고받으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거칠어지고, 피폐해간다. 각자가 입은 의상을 가위로 찢어가며 삶의 야수적 모습을 표현한다.

최호종은 "가족주의 통해 생기는 모순들, 한국 사회의 변화 등을 가족놀이 안에서 웃프게 녹여냈다"며 "한을 어떻게 표현할까 하다가 '체념'에서 시작하기로 했고, 이를 표현하기 소재 가위로 옷을 찢고, 찢긴 옷을 입에 무는 장면을 넣었다"고 했다.

한편 국립무용단은 공연에 앞서 4월8일 오후 2시 세 안무가와 함께하는 관객 행사 '안무가 데이트'를 개최한다. 아이디어의 잉태부터 발전 과정까지 각 안무가의 창작 과정을 상세하게 소개하는 자리다. 참가 신청은 오는 31일 오후 2시부터 국립극장 홈페이지에서 이뤄지며, 선착순 20명까지 참가할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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