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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잉원 방미·마잉주 방중...내년 대만 총통 선거 변수될까?

등록 2023.04.01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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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해 긴장고조·미중관계 악화 기성사실화

미중, 차이잉원·마잉주 환대·홀대 논란

[뉴욕=AP/뉴시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한 호텔을 나서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언론 브리핑을 통해 "차이 총통의 미국 방문은 관례적인 미국 경유의 일환"이라며 "중국은 이를 구실로 대만해협 주변에서 공격적인 활동을 강화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2023.03.30.

[뉴욕=AP/뉴시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한 호텔을 나서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언론 브리핑을 통해 "차이 총통의 미국 방문은 관례적인 미국 경유의 일환"이라며 "중국은 이를 구실로 대만해협 주변에서 공격적인 활동을 강화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2023.03.30.

[서울=뉴시스] 문예성 기자 = 중미 순방길에 미국을 경유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연일 미국과의 연대를 강조하는 메시지를 내놓고 대만 전·현직 최고지도자 중 처음 중국을 방문한 마잉주 전 총통은 ‘하나의 중국’ 메시지를 설파하고 있다. 대만 전·현직 총통의 엇갈린 행보가 대만해협 정세, 내년 대만 총통 선거 표심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되고 있다.

'민주주의 영광 위한 여행'과 성묘

차이 총통은 이번 중미 순방 및 미국 경유 외교를 '민주주의 파트너들과 함께 글로리(영광)의 여행‘이라고 칭했고, 마 전 총통은 성묘를 방문의 이유로 들었다.

이런 가운데 차이 총통은 연일 미국에 대한 강한 호의를 표하고 연대를 강조했다.

차이 총통은 30일(현지시간) 저녁 뉴욕에서 열린 현지 교민 대표들과 가진 만찬행사에서 “대만은 (미국과 기타 우호국가와의) 우정을 당연한 일로 여기지 않을 것이며, 대만 옆에 서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미국 및 기타 민주주의 파트너들과의 관계는 현재 그어느때보다 더 중요하다”면서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는 대만이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과 단결해야만 더 강대하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출발에 앞서 그는 사실상 중국을 겨냥해  "외부의 압력은 세계로 나아가려는 대만의 의지를 막지 못할 것이며 세계로 나아가려는 대만의 결심은 갈수록 더 확고해질 수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냉정하고 자신감이 있으며, 굴복하지도, 도발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이 길은 비록 험난하지만, 대만은 외롭지 않다"고 선언했다.

이런 발언들은 미국 등 민주주의 파트너들과의 연대를 강화해 위협적인 중국에 대항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마 전 총통은 30일 중국 대만 문제 담당인 중국공산당 대만판공실 쑹타오 주임(장관급)과 만나 양안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마 전 총통은 ”양안(중국과 대만)은 반드시 교류를 유지하고 협력해야 하며 전쟁과 충돌을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면서 ”그래야만 중화민족의 진흥을 이루고 더 안전하고 아름다운 미래를 열 수 있다“고 밝혔다.

1950년 홍콩에서 태어나 1952년 대만으로 이주한 마 전 총통의 본관은 후난성 샹탄이다.

그는 샹탄 바이스진에 있는 마씨 조상의 묘소에 제를 올릴 예정이다. 그곳에는 그의 할아버지 마다지(馬大基, 호 리안)도 잠들어있다.

마 전 총통은 이번 방중을 통해 양안이 '한 뿌리, 한 혈통'이며 이를 통해 자신이 속해 있는 제1야당 국민당은 여당과 다른 정치 기조를 갖고 있음을 보여주려 했다. 이는 같은 혈통을 강조해 대만 독립을 막으려는 중국 시진핑 지도부와도 이해가 맞아떨어졌다.

마 전 총통의 방중 자체가 중국의 전략에 편입됐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난징=AP/뉴시스] 마잉주(가운데) 전 대만 총통이 28일(현지시간) 중국 장쑤성 난징에 있는 쑨원 묘인 중산릉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2023.03.28.

[난징=AP/뉴시스] 마잉주(가운데) 전 대만 총통이 28일(현지시간) 중국 장쑤성 난징에 있는 쑨원 묘인 중산릉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2023.03.28.

두 사람의 방문으로 대만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더 고조되고, 미중 관계가 더 악화될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해졌다.

또한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가 미중간 대리전이 될 수 있다는 전망에도 무게가 실리게 됐다.

환대냐 홀대냐

차이 총통과 마 전 총통 방문을 대하는 미국과 중국의 태도가 환대인지 홀대인지를 두고 논란의 여지가 있다.

마 전 총통이 상하이 공항에 도착할 때 중국은 차관급인 천위안펑 대만판공실 부주임을 파견해 홀대 논란이 제기됐다.

중국에서 국빈 방중한 외국 정상의 경우 차관급 영접이 의전 관례다. 그러나 74년 만에 대만 전 최고 지도자의 첫 방중임을 감안할 때 직급이 떨어진 인사를 파견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반면 차이 총통이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당시에는 대만 주재 미국 대사관 격인 미국재대만협회(AIT)의 로라 로젠버그 신임 회장과 대만의 주미 대사격인 샤오메이친 주미 대만경제문화대표부(TECRO) 대표 등이 직접 전용기에 올라가 차이 총통 일행을 맞았다.

또한 마 전 총통은 방문하는 도시마다 현지 최고 당간부들과 회담하는 등 환대를 받은 반면 차이 총통은 뉴욕에 머문 이틀동안 최대한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로 키(low key)' 일정을 소화했다.

차이 총통은 30일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가 주는 글로벌리더십상을 수여받았는데 이 행사마저 중국을 의식한 듯 비공개로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대냐 홀대냐의 논란에 마침표를 찍는 것은 결국 이들이 만나게 될 사람이다.

차이 총통은 내달 5일 귀국길에 경유할 로스앤젤레스(LA)에서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을 만날 예정이다. 미국 서열 3위의 하원의장을 만난다는 사실은 대만 민진당의 사기를 북돋아주고 중국을 자극하기 충분한데 약 20명의 미국 의원들이 매카시 의장과 함께 차이 총통을 만난다는 설도 있다.

반면 7일까지 중국을 방문하는 마 전 총통이 지금까지 만난 중국 측 최고 직급의 인사는 대만판공실의 쑹타오 주임이다.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회동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쑹타오의 윗선인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 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만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왕 주석은 서열 4위이고 시진핑 3기 지도부의 대만 통일 전략을 만들어낼 임무를 맡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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