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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용택 "'모두가 첫날처럼', 나를 믿어가며 쓴 시들"

등록 2023.05.26 07:00:00수정 2023.05.26 08: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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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시인. 뉴시스DB *재판매 및 DB 금지

김용택 시인. 뉴시스DB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늘 보던 나무들이 새로 보이면 그게 사랑이지요. 아니면 이별이거나. 이 시집에 실린 모든 시의 제목을 ‘모두가 첫날처럼’이라 해도 그리 큰 무리는 없을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의 일상이나 세상의 모든 일들이 ‘새로운 첫날’을 그것도 ‘우리 모두의 첫날’을 위한 노력일 것입니다."

'섬진강 시인'으로 유명한 김용택 시인이 열네번째 시집 '모두가 첫날처럼'(문학동네)은 고희를 훌쩍 넘긴 시인의 삶에 대한, 앎에 대한 통찰을 한층 깊이 있게 만날 수 있다.

1982년 연작시 '섬진강'을 시작으로 41년간 시를 써왔다. 섬진강을 배경으로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안의 보편적인 삶의 모습을 절제된 언어로 노래한 그는 한국 서정시를 대표하는 이름으로 자리매김했다. 고향인 전북 진메마을에 머물고 있는 김용택은 지금도 시를 통해 삶을 어루만진다.

2년 만에 출간된 55편의 시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쓰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 하루 한 편씩 쓰기 시작한 글이 500여편이 모였고 그 중 찾아낸 것이 지금 시집에 담긴 시들이다.

그의 시에는 유독 '나비'가 자주 등장한다. 전작 시집의 제목도 '나비가 숨은 어린나무'다. 김 시인에게 나비는 곧 "배경이 없이 자율적으로 사는 삶"을 의미한다. 시골에 머물며 관찰한 나비는 "권력을 이용하지 않고 날개를 펴는" 존재이자 시인에게 삶의 무상함을 알게 해주는 꿈같은 존재다.

"우리는 이렇게 살다 죽고 오랜 세월이 흐르고/그때도 새들은 날고 나뭇가지들은 바람에 흔들릴 텐데/사랑이 무엇인지 알고 뒤돌아보며 슬퍼하지요/슬픔으로 아름다움을 설명할 수 있는 별들의 표정을 나는 알아요/한숨을 땅에 묻으면 새싹이 돋아나는 아픔이 인생이라는 것을 압니다" ('슬픔으로 아름다움을 설명할 수 있는 별들의 표정을 나는 알아요' 중)

삶의 무상함에는 슬픔도 있지만 결국 시인은 그 안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날아다니는 새들과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보며 시인은 여전히 그 자체로 아름다운 세상을 느낀다.

시인은 "이번 시는 ‘곱게’ ‘쓰고’ 싶었다"면서 "우리가 사는 세상에, 새들에게, 구름을 데리고 가는 바람에게 모욕을 주는 시를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이번 시집의 시들은 내가 조금씩 나를 믿어가며 쓴 시들입니다. 언어가 가지고 있는 그 뜻을 정확한 곳에 개입시키고 그것이 무한한 세계를 얻어갈 때, 그 말의 뜻이 어느 곳에 멈추어 ‘시의 집’을 지어 식구들을 늘리고, 그리고 그곳에서 내 사랑이 정착하지 않고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갈 때, 시는 무한을 향해 나가간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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