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규제 공백에...투자자 피해 어쩌나
하루인베 투자자 "7개월 전 금융당국에 신고"
법조계 "실질적 피해 구제는 민사소송 통해야"
[서울=뉴시스] 지난 14일 오후 '출입 금지' 경고 문구가 붙어있는 하루인베스트 사무실 내부는 에어컨이 켜진 채로 잠겨있었다. (사진=이지영 기자) 2023.06.23 *재판매 및 DB 금지
24일 업계에 따르면 하루인베스트와 델리오에 가상자산을 예치한 투자자들은 최근 입출금 중단에 대한 대응에 나섰다. 앞서 하루인베스트는 지난 13일 파트너사 문제를 이유로 돌연 입출금을 중단한 바 있다. 이어 하루 만인 지난 14일 델리오 역시 하루인베스트 여파를 원인으로 입출금을 막았다.
투자자들이 직접 대응에 나선 배경은 불안함이다. 각 사가 입출금 중단 이후 '투자자 보고 회의' 및 'CEO 서한' 등을 통해 사태 진화를 노렸지만, 손실 규모와 상환 시기 등 핵심 내용은 밝히지 않아 불안감을 고조시킨 것이다. 또 회사가 구체적인 보상 방안을 열흘 넘게 공개하지 않아 '시간 끌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도 우려를 부추겼다.
먼저 이번 논란 시발점인 하루인베스트에 예치한 투자자들은 금융당국에 호소했다. 특히 이들은 논란이 터지기 7개월 전인 지난해 11월 이미 하루인베스트 운영 방식을 신고하며 피해를 막으려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직접 신고했다는 하루인베스트 투자자 A씨는 "지난해 11월 22일 FIU에 하루인베스트의 불투명한 운영방식에 대해 신고한 적이 있다"며 "당시 FIU 담당자가 조금만 살폈다면 이번 사태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A씨가 FIU에 전송한 이메일 전문에 따르면 일부 하루인베스트 투자자들은 이미 이번 사태를 예견하고 금융당국에 알린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해당 메일을 통해 "최근 FTX 사태 등으로 걱정이 돼 하루인베스트에 자산증명을 요청하였으나 거부당했다"며 "현재 락업돼있는 자산에 대한 인출도 거부한 상태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금융당국에 문의한다. 업체에 대한 조사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델리오 투자자들은 지난 20일 출범한 투자자협의체 '대표단'을 통해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이다.
해당 대표단은 델리오 예치 투자자의 내부 의사결정체로 델리오와 소통 창구 역할을 수행한다. 델리오 예치 투자자의 이익을 대변하고, 이들의 의견을 신속하게 수렴해 이번 사태 복구 방안을 빠르게 마련하겠다는 방침인 것이다. 특히 델리오 투자자 중 대학교수와 변호사, 개발자 등 총 10명으로 구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정상호 델리오 대표 요청에 따라 만들어진 협의체라는 점에서 투자자 소통에 한계가 있을 거란 지적도 제기된다.
한편 투자자들은 집단 소송을 통해서도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 이들 법률대리인을 맡은 엘케이비앤파트너스에 따르면 소송을 준비 중인 국내 투자자만 수백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싱가포르와 캐나다, 프랑스 등 전 세계에서 소송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투자자까지 합산하면 수천 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법조계는 실질적 피해 구제 방안으로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제시했다. 코인 예치 서비스에 대한 규제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관련 피해를 보전받기 위해서는 민사적인 해결 방안이 가장 확실하다는 진단이다.
권오훈 차앤권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현행법상 코인 예치 서비스는 가상자산사업자(VASP)로 등록할 의무가 없다"며 "일부 업체가 가상자산 지갑업체로 등록하긴 했지만, 예치 서비스에 대한 검증을 받은 것이 아니다. 규제 공백이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해당 업체들에 예치한 투자자들이 실효적인 피해 보전을 받으려면 민사 소송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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