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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 누수 이대로 좋은가[기자수첩]

등록 2024.04.03 14:21:09수정 2024.04.03 17: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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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 누수 이대로 좋은가[기자수첩]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부산소재 A의료기관에 방문한 B(27·남)씨를 포함한 20명은 '여성형 유방증, 유방통증' 진단을 받고 유방 절제술을 받았다. 이들은 수술 뒤 이와 관련해 실손의료보험금을 수령했다.

여성형유방증(여유증) 환자가 최근 몇 년 새 급증하는 추세다. 여유증은 남성 유방에 한쪽이나 양쪽의 유선조직이 과도하게 발육된 상태를 의미하는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11월 기준 2년 전보다 관련 수술환자 수가 62%나 증가했다. 이 기간 동안 남성들의 여유증이 급증할 만한 특별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술환자가 이처럼 증가한 양상이 실손보험금의 급증과 궤를 같이한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여유증으로 지급된 실손 보험금은 23억3000만원에서 69억1500만원으로 3배가량 증가했다. 기간을 지난해까지 확대하면 지급된 보험금은 106억7200만원으로 2019년 대비 약 4.6배 뛰었다.

이는 일부 의료기관이 성기능 수술(음경 확대술 등)을 하고 여유증 수술을 한 것처럼 의무기록을 조작하거나 여유증 수술 시 패키지 형태로 남성 수술(유두성형·체형성형 등)을 동반해 실손보험금을 청구케 하는 사례가 발생한 데서 기인한다.

B를 포함한 20명은 대부분 야윈 체격의 소유자로 가슴 비대 증세나 호르몬 불균형에 의한 병적 여성형 유방증 증상이 없음에도 보험사로부터 정액의 수술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수술을 한 것처럼 영수증을 발급받았다.

실손보험금 누수는 백내장 다초점렌즈에서 골수줄기세포 주사 치료를 포함한 다양한 주사제 치료로 매일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진료비가 제각각인 비급여 인기항목, 도수치료는 안과에서까지 성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 분야는 워낙 전문성이 높은 탓에 의사들이 적극 방어에 나서면 법조계조차 보험사기를 증명하기란 쉽지 않다.

의사들이 개입하는 보험사기, 이로 인한 실손 누수를 줄이기 위해선 관련 법 강화와 금융당국의 조사 권한 강화가 필수적이다. 지난해 1월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관련법이 제정된 지 8년 만에 처음으로 개정작업이 이뤄진 것인데, 앞으로 보험 사기행위를 알선·권유 등만 해도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의료인, 의료기관 종사자 등에 대한 가중처벌 조항은 개정안에서 빠졌다.   

역대 금감원장은 보험사기를 뿌리 뽑겠다며 경찰·보험업계와 긴밀히 협력해 의사·환자가 보험사기에 가담하는 행위를 손보려 했지만 권한의 부족으로 매번 실패로 돌아갔다. 이번 개정안에는 금융당국의 보험사기 조사권한을 강화한 만큼 앞으로 금융당국의 활약이 기대된다.

실손보험은 약 3800만 명이 가입한 '제2의 국민보험'으로 불릴 만큼 손해율이 떨어져 보험료가 오르면 국민 대부분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만큼 새 나가는 꼭지들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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