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클로즈업 필름] 양조위·유덕화로 끝 '골드핑거'

등록 2024.04.10 06:08:00수정 2024.04.15 10:42:23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클로즈업 필름] 양조위·유덕화로 끝 '골드핑거'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어쩌면 이게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홍콩 대중문화 전성기를 이끌었던 두 전설을 다시 한 작품에서 보기까지 20년 넘는 세월이 흘렀다는 걸 생각해보면, 벌써 환갑을 넘긴 두 배우가 또 한 번 함께할 수 있는 기회는 그리 쉽게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량차오웨이(梁朝偉·62)와 류더화(劉德華·63), 아니 양조위와 유덕화. 두 사람이 영화 '골드핑거'(공개 4월10일)에서 또 한 번 손잡았다. 2003년에 나온 '무간도' 이후 21년만이다. 이들을 한 데 모으는 데 성공한 장웬지앙 감독의 새 작품은 범작에 지나지 않지만, 그래도 관객은 이 영화를 좋아해줄 것 같다. 그들이 한 장면에서 마주선 모습은 양조위와 유덕화를 사랑해마지 않았던 이들에게 선사할 수 있는 최고의 팬서비스이니까 말이다.
[클로즈업 필름] 양조위·유덕화로 끝 '골드핑거'


'무간도' 3부작 각본을 쓴 장웬지앙 감독이 시나리오와 연출을 모두 맡았다는 점에서 '골드핑거'가 그 트릴로지 같기를 바라는 관객이 많겠지만, 이번 영화는 '무간도'와 다르다. 1980년대 홍콩을 배경으로 부동산·금융 부문을 주무르며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인 카르멘 그룹 수장 청이옌(양조위)과 그를 쫓는 반부패 수사관 류치위안(유덕화)의 이야기는 굳이 비교하자면 마틴 스코세이지식(式) 갱스터 영화처럼 보인다. 스코세이지 감독이 '무간도'를 리메이크한 '디파티드'(2006)를 내놨다면, 장웬지앙 감독의 '골드핑거'는 화법이나 전개 방식을 볼 때 스코세이지 감독 특유의 이른바 '갱스터 생로병사'를 홍콩 버전으로 변형한 듯하다.

다만 '골드핑거'는 이 작품이 표방하는 스코세이지 영화에는 모든 면에서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무간도'가 되살려냈던 홍콩 누아르 특유의 파토스 역시 찾아보기 어렵다. 홍콩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기의 명암을 그리며, 이걸 청이옌과 류치위안 두 사람의 대립으로 상징해 드러내는 건 한국 관객에게 새롭게 다가갈 것이다. 그러나 너무 많은 부분을 대사로 설명하고, 각 에피소드가 하나의 이야기로 연계돼 있지 못하고 반복해서 분절되는 건 최대 약점이다. 다소 유머러스하게 느껴지는 대목이 적지 않게 나온다는 점은 홍콩 영화 특유의 비장함을 기대했던 관객에겐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클로즈업 필름] 양조위·유덕화로 끝 '골드핑거'


그래도 양조위와 유덕화가 있다. '골드핑거'를 이끌어 가는 건 캐릭터 혹은 스토리가 아니라 이들 배우의 존재감이다. 유덕화는 그 얼굴에 서린 특유의 차가움으로 류치위안이 된다. 어떤 흔들림도 없이 목표를 향해 돌진해 나가는 류치위안은 유덕화가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역할이다. 특유의 무표정으로 속내를 숨기다가 순간 흔들림을 드러내는 연기는 아마도 관객이 애정하는 그의 연기일 것이다. 60대 중반을 향해 가고 있는데도 여전히 날이 서 있는 듯한 얼굴도 그렇고 체중 역시 그대로여서 오래된 홍콩 영화 팬에겐 그 모습이 유독 반갑게 느껴질 것이다. 유덕화는 양조위와 함께 있을 때 그 매력이 배가 된다는 점에서 두 배우는 참 좋은 콤비라는 생각도 든다.
[클로즈업 필름] 양조위·유덕화로 끝 '골드핑거'


그래도 더 흥미로운 쪽은 양조위다. 양조위는 특유의 눈빛을 버린다. '중경삼림' '동사서독' '해피투게더' '화양연화' '무간도' '2046' '색, 계' 등을 지나온 그의 눈은 양조위라는 배우의 상징. 그런데 청이옌에게선 그 특유의 우수(憂愁)가 없다. 대신 그는 능글맞다. 너무 능글 맞아서 징그러워 보일 정도로 나아간다. 이 얼굴은 그간 양조위에게서 보지 못한 것이라서 아직도 그에게 새로운 무언가가 남아 있다는 게 놀랍게 다가온다. 물론 양조위의 눈을 기대한 관객은 이 연기가 맘에 쏙 들지 않을 순 있다. 그래도 그가 아직도 참신해지려는 한다는 걸 '골드핑거'에서 확인할 수 있고, 그러면 양조위를 왜 위대한 배우로 부르는지 납득이 간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