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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의 연속된 헛발질…묵묵부답 일관하는 정몽규[韓축구 진단①]

등록 2024.05.04 12:00:00수정 2024.05.04 19:5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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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스만 선임부터 황선홍 '투잡' 무리수 헛발질 계속

정몽규 회장 3선 체제부터 축구협회 행정력 무너져

40년 만에 올림픽 본선 불발…정몽규 회장은 또 숨어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6일 서울 축구회관에서 대표팀 사안관련 KFA 임원회의를 마친 후 브리핑을 하기 위해 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4.02.16.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6일 서울 축구회관에서 대표팀 사안관련 KFA 임원회의를 마친 후 브리핑을 하기 위해 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4.02.1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안경남 기자 = 40년 공든 탑을 무너트린 대한축구협회의 헛발질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한국 축구는 지난달 2024 파리올림픽 남자 축구 최종예선을 겸한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8강에서 승부차기 끝에 신태용 감독이 이끈 인도네시아에 져 탈락했다.

이로써 한국은 이 대회 3위까지 주는 올림픽 본선 직행 티켓은 물론 대륙 간 플레이오프를 통해 마지막 기회를 얻을 수 있는 4위에도 들지 못하며 짐을 쌌다.

1988년 서울 대회부터 코로나19 사태로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대회까지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올림픽 본선 무대에 올랐던 한국 축구엔 대재앙과 같은 결과였다.

올림픽 본선 최다 연속 진출 신기록(9회)을 보유했던 한국의 자랑거리는 이번 탈락으로 멈췄다. 이제는 8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로 한국의 턱밑까지 쫓아 온 일본에 신기록마저 내줄 위기다.

더 심각한 건 한국 축구가 아시아에서도 더 이상 '호랑이'로 불리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올초 열린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요르단에 0-2로 완패해 탈락한 데 이어 U-23 연령에서도 인도네시아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 대표팀 감독을 일방적으로 임명했다며 시민단체로부터 강요, 업무방해,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고발 당하자 서울 종로경찰서가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사건을 배당 받아 수사에 착수했다고 19일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13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튀니지의 경기에서 클린스만 감독과 대화하고 있는 정몽규 회장. 2024.02.19. kmn@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 대표팀 감독을 일방적으로 임명했다며 시민단체로부터 강요, 업무방해,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고발 당하자 서울 종로경찰서가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사건을 배당 받아 수사에 착수했다고 19일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13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튀니지의 경기에서 클린스만 감독과 대화하고 있는 정몽규 회장. 2024.02.19. [email protected]

아시아 축구의 평준화가 가속하는 가운데 한 경기의 실수로만 보기엔 문제가 심각해 보인다.

한국 축구의 연속된 헛발질이 낳은 결과다.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로 세계 무대와의 격차가 좁혀진 듯했지만, 이후 협회의 누적된 실책으로 한국 축구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4년간 일관된 철학으로 한국의 두 번째 원정 월드컵 16강을 지휘한 파울루 벤투 전 감독과 재계약에 실패한 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한 것부터 삐끗했다.

확실한 전술 철학을 확립한 뒤 그에 맞는 지도자를 찾았던 벤투 감독 때와 달리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에서 축구협회는 귀를 닫은 채 그를 사령탑에 앉혔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6일 서울 축구회관에서 대표팀 사안관련 KFA 임원회의 입장발표를 마친 후 인사를 하고 있다. 2024.02.16.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6일 서울 축구회관에서 대표팀 사안관련 KFA 임원회의 입장발표를 마친 후 인사를 하고 있다. 2024.02.16. [email protected]

2006 독일 월드컵에서 조국 독일을 3위에 올려놨지만 이후 실패를 거듭한 클린스만 감독을 향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쏟아졌지만 협회는 아랑곳하지 않았고, 결국 아시안컵에서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정몽규 회장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협회의 일 처리는 독단적이었다.

엄청난 후폭풍이 불었고, 비판 여론을 못 이긴 협회가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한 뒤 정해성 위원장 체제로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를 새로 꾸려 새 감독 선임 작업에 나섰다.

클린스만의 실패로 국내 사령탑 선임에 무게가 실린 가운데 홍명보 울산 HD 감독과 김기동 FC서울 감독, 김학범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 등이 물망에 올랐으나, 모두 프로축구 새 시즌을 앞두고 자리를 옮기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정식 사령탑 선임을 추진했던 전력강화위는 3월 태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2연전 준비까지 시간이 촉박하다고 판단했고, 올림픽 본선을 준비에 한창이던 황선홍 감독에 '임시 사령탑'을 맡겼다.

[인천공항=뉴시스] 김명년 기자 = 황선홍 U-23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4.27. kmn@newsis.com

[인천공항=뉴시스] 김명년 기자 = 황선홍 U-23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4.27. [email protected]

황 감독은 태국과 2연전에서 1승 1무를 기록했고, 물리적 충돌로 논란이 됐던 주장 손흥민(토트넘)과 차세대 간판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의 합작골을 끌어내 논란을 잠재웠다.

또 올림픽 최종예선 전초전 성격으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 초청 대회인 서아시아축구연맹(WAFF) U-23 챔피언십에서 황 감독 없이 나선 U-23 대표팀은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우려했던 황 감독의 '투잡'은 결국 '무리수'가 됐다.

코치진과 꾸준한 소통을 통해 공백을 최소화했다곤 했지만, A대표팀을 오가면서 온전히 올림픽 예선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여기에 대회 직전 U-23 대표팀의 핵심 멤버였던 유럽파 배준호(스토크시티), 양현준(셀틱), 김지수(브렌트포드) 차출에도 실패하면서 전력 약화가 불가피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거취 논의를 위한 2024년도 제1차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가 열리는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앞에서 시위하는 축구 팬들과 취재진이 몰려 있다. 2024.02.15.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거취 논의를 위한 2024년도 제1차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가 열리는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앞에서 시위하는 축구 팬들과 취재진이 몰려 있다. 2024.02.15. [email protected]

해외파 차출 전담반이 있는 일본은 유럽파 5명을 모두 불러 모았다. 반면 감독이 직접 소속팀을 찾아 차출을 호소해야 하는 한국은 그러지 못했다.

축구협회의 안일한 일 처리가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와 함께 황선홍이라는 한국 축구의 자산까지 망가뜨린 것이다.

이처럼 연속된 헛발질에도 축구협회 수장인 정몽규 회장은 아무런 입장 표명 없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축구계에선 정몽규 회장의 3선 체제부터 행정력이 무너졌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3월에는 승부조작에 가담한 축구인들을 기습 사면했다가 역풍을 맞은 뒤 전면 철회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일어났고, 올해 6월 예정됐던 천안축구종합센터 건립이 늦어져 각급 대표팀은 소집 때마다 훈련장을 떠돌고 있다.

올림픽 예선도 너무 쉽게 생각한 나머지 해외파 차출에 소극적이었고, 감독에게 투잡을 시켰다.

정 회장을 향한 사퇴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최종 책임자인 그는 황선홍과 정해성 위원장 뒤에 숨어 여론이 잠잠해지기만 기다리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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