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역자 색출 미명, 장흥 민간인 학살' 유족들 국가 손배 승소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군·경이 70여년 전 전남 장흥에서 공산세력 부역자를 색출하겠다며 자행한 학살로 숨진 희생자의 유족들이 국가로부터 위자료를 받는다.
광주지법 제14민사부(재판장 나경 부장판사)는 군·경에 의한 장흥 민간인 학살 희생자 9명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소송 원고로 참여한 유족 35명에 대해 상속 분에 따른 위자료를 각기 333만여 원~1억6750만여 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국군 20연대는 1948년 11월부터 전남 장흥군 유치산에 숨어든 여순사건 주도 세력에 대한 진압 작전을 벌였다.
1950년 10월에야 장흥 일대를 수복한 경찰은 공산세력 점령기 부역 혐의자 색출 작전을 펼치면서 장흥 대덕면 일대 주민들을 집단 살해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회)는 지난해 7월 당시 상황을 목격 또는 경험한 이들의 증언과 군경 자료, 국회 양민학살보고서 등을 토대로 '장흥 민간인 군·경 학살 사건'의 희생자 34명에 대해 진상 규명 결정을 했다.
위원회 조사 과정에서 '벼를 베러 논에 나간 주민들이 총에 맞았다' '경찰 지시로 당시 국민학교에 갔다가 총소리 직후 숨진 한 주민은 아내에 의해 수습됐다' '경찰에 감금됐던 주민들이 사살됐다는 소문이 나서 저수지에 가보니 사체가 있었다' 등의 참고인 진술이 나왔다.
재판부는 위원회 조사 중 나온 참고인 진술 내용이 대부분 일관되고 구체적이며 위원회의 진실 규명 결정 등에 비춰 모순되는 부분이 없어 상당 부분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국가 공무원들의 불법 행위는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할 의무를 위반한 행위일 뿐만 아니라 헌법상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생명권·적법절차에 따라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다. 국가는 소속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인해 이 사건 희생자들과 그 유족인 원고들에게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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