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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잇따라 암 판정…"의료대란 와중에" 의사의 눈물

등록 2025.03.16 11:01:00수정 2025.03.16 11: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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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회 한미수필문학상 장려상 '어느 부부와의 약속'

전공의 사태에 환자와 약속 못지킨 의사 내적갈등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지난 4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2025.03.04.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지난 4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2025.03.04.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부부가 불과 4개월의 시간차를 두고 모두 직장암을 진단받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이를 본 담당 의사는 10여년 외래 진료를 보면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말을 무심코 내뱉었다. "아이고, 이를 어째."

16일 한미약품에 따르면 이 이야기는 최근 24회 '한미수필문학상' 시상식에서 장려상을 수상한 작품 '어느 부부와의 약속'(이수영 화순전남대병원 대장항문외과)에서 다뤄졌다.



이야기는 저자에게 직장암 수술을 받은 한 남성 환자와 그를 살뜰하게 간호하던 그의 아내가 몇 달 새 다시 찾아온 것으로 시작된다.

그의 아내가 머뭇거리며 내민 소견서는 '직장암으로 의뢰드린다'는 내용이었고, 소견서의 주인공은 남편이 아닌 58세 여성의 것이었다. 아내였다.

그의 아내는 진행성 직장암이었다. 간이나 폐 등 다른 장기에 전이는 없고, 남편과 마찬가지로 항암방사선치료를 먼저 한 후 수술 할 계획이라고 저자는 환자에게 알렸다.



"저희 부부는 교수님께서 책임져 주셔야 합니다"라는 부부의 말에, 저자는 "걱정하지 말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부부가 다녀간 지 얼마 안 돼 의과대학 정원 증원이 발표됐고 전공의들이 잇따라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아내의 수술은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일정이 두 번이나 연기되자, 그의 아내는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다른 병원에서 수술을 받겠다며 수술을 취소했다.

이 때 저자는 어쩌지 못하는 의료현장 상황과 환자에 대한 죄책감 사이에서 견딜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비록 내가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환자의 신뢰를 무너뜨려버렸다는 사실이 견디기 힘들었다"며 "곪아 터진 시스템으로 야기된 문제를 개인이 해결하기란 불가능했고, 내가 노력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서 더 힘들었다"고 말했다.

환자와의 약속도 못 지켰는데, 전공의들에 동참하지 않고 병원에 남아 수술을 하는 게 맞는 건지 고민하는 시간의 연속이었다고 회상했다.

손을 꼭 쥐고 진료실을 나서는 부부의 뒷모습에서 애틋함을 느낀 저자는 "환자와 의사 사이의 신뢰 관계가 무너지는 현 사태가 하루 속히 해결되길 빈다"고 강조했다.

이 작품 외에도 이번 한미수필문학상에는 의료현장에서의 잊을 수 없는 사연과 이를 지켜본 의사의 고뇌가 담긴 작품이 많다.

▲아동학대 신고 의사의 무거운 책임감과 고뇌의 이야기(무거운 통화) ▲자신의 어머니처럼 마흔두살에 '유전성 조기 발병 알츠하이머'를 진단받은 젊은 환자를 보며 의사는 때로 치료자가 아닌, 기억의 동반자가 돼야 한다고 느낀 사연(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평생 엄격한 철칙으로 대장암 수술을 하며 환자를 살리던 외과의사가 결국 자신도 대장암으로 생을 마치며 교수로서의 죽음을 맞이한 이야기(의사는 죽어서 무엇을 남기는가) ▲엄마로 사느라 몰랐던 정욕을, 76세에 남자친구가 생긴 후에야 생전 처음 느꼈다는 할머니 환자를 보며 느낀 산부인과 의사의 만감(한 할머니의 잠 못 이루는 밤) ▲거스를 수 없는 죽음 앞에서 깊은 무력감과 죄책감을 느꼈던 전공의 시절의 경험(그녀의 마지막 편지) ▲하루 동안 신생아 집중치료실을 그리면서 소아과 의사 부족 현상과 전공의 사직 사태, 생명을 책임진 사람의 중압감을 풀어낸 이야기(혼자 하는 인계) ▲22살인데도 어릴 때부터 진료받던 소아청소년과를 다니는 '최고령 환자'와 배우자에 이어 그 최고령 환자(딸)와도 작별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풀어낸 글(최고령 환자) 등이 있다.

한편, 한미수필문학상은 2001년 제정된 뒤 24년 동안 의사들이 의료 현장에서 겪은 다양한 경험과 감정을 기록한 수필을 시상한다. 한미약품이 후원한다. 올해는 총 129편의 작품이 접수돼 치열한 심사를 거쳐 14편의 수상작이 선정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songy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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