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지드래곤 증명, 듣는게 아니라 보는것…음악

그룹 '빅뱅'의 리더 지드래곤(25)이 특히 그렇다. 패셔니스타인 지드래곤의 음악은 매우 패셔너블하다. 힙합 리듬과 쉬운 멜로디, 귀에 박히는 가는 목소리의 랩이 기반인 음악도 유행을 앞서간다. 패션과 그에 따른 퍼포먼스에서 이런 점이 도드라진다.
31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펼쳐진 '2013 지드래곤 월드투어-원 오브 어 카인드(ONE OF A KIND)'에는 지드래곤의 이런 성향이 오롯하게 녹아들어갔다. 지드래곤이 자동차를 타고 질주하다 막다른 골목에서 차량이 부딪히는 가상의 영상으로 출발한 콘서트는 유리가 박살난 차에 타고 있는 지드래곤이 무대 위에 등장하면서 포문을 열었다.
일렉기타가 주축인 강렬한 메탈 사운드와 무거운 랩이 뒤섞인 힙합 장르의 신곡 '미치고(Go)'가 귓가를 때리면서 처음부터 공연장은 들썩였다. 브로콜리의 윗부분을 연상케하는 빨간 머리가 시선을 확 끌었다.
솔로 정규 1집 타이틀곡 '하트브레이커'로 무대를 이어갔다. '원 오브 어 카인드' 무대에서는 영상 속 자동차 사고로 튀었던 '유리 파편'들이 지드래곤을 둘러쌌다. 힙합그룹 '에픽하이' 멤버 타블로가 피처링한 '불 붙여 봐라', 그룹 '2NE1'의 리더 씨엘이 힘을 보탠 '더 리더스'를 이어 불렀다.
힙합 광풍이 몰아친 뒤에는 봄의 열기가 피어났다. 은빛과 흰색이 섞인 수트를 입고 나온 지드래곤은 감미로운 곡 '버터 플라이'를 들려줘다. 백댄서들이 나비 모양의 천을 막대에 연결해 무대 위 곳곳을 돌아다니며 낭만적인 분위기를 무르익게 했다. 밝은 분위기의 '미싱 유'를 들려줄 때는 이 곡을 피처링한 김윤아가 영상을 통해 힘을 싣기도 했다.
어쿠스틱 기타와 드럼의 심벌즈 등 최소한의 악기만 연주를 보탠 '그 XX', 앨범에서는 모던록 밴드 '넬'의 김종완이 함께한 곡 '투데이'는 전자 사운드의 효과적인 사용으로 세련미를 갖췄다. 힙합 모자를 쓰고, 레게 머리를 덧댄 뒤 미국 록밴드 '머룬5'의 동명곡을 샘플링한 '디스 러브'로 흥겨운 무대를 이어갔다.
강렬한 메탈 사운드로 편곡한 '악몽'과 '쉬스 건'은 화룡점정의 무대였다. 지드래곤은 무대 곳곳을 종횡무진했다 . 특히 '쉬스 건'의 강렬한 후주에서는 발버둥을 치거나 무대 위에 드러눕기도 했다.

공연장에 운집한 1만1500여 팬들은 앙코르 대신 "사랑해"를 외쳤다. 플로어석을 한 바퀴 돈 뒤 무대 위에 오른 지드래곤은 팬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앞으로 더 자주 공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4년 간 많은 일이 있었고 제 입으로 말하기는 그런데 한층 성숙한 것 같다. 앞으로 더 좋은 음악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미치고'를 다시 한번 들려주며 무대를 마무리했다.
화려한 영상, 퍼포먼스가 음악과 어우러졌다는 점에서 콘서트는 인상적이었다. 3년4개월 전인 2009년 12월 벌인 첫 단독 콘서트 '샤인 어 라이트(SHINE A LIGHT)'보다 진일보했다. 지난 공연은 스타일이 너무 과해 폭력성과 선정성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다. 감각적인 경향만 강했다.
이번에는 그러나 음악을 중심에 놓고 영상과 퍼포먼스를 결합했다는 점을 높이 사고 싶다. 그렇게 음악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군데군데 뚫려 있는 공사 중인 건물 형상의 무대 장치 틈새로 영상을 효과적으로 사용했다. 여러개의 대형 스크린을 엮어서 하나의 배경 그림을 만드는 효과도 주목할 만했다.
지난 공연보다 강렬해진 사운드도 만족스러웠다. MTV, NBC, ABC 등에서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뮤직 디렉터 키보디스트 길 스미스를 비롯해 내로라하는 연주자들이 힘을 보탰다.
약 2시간30분 가량 진행된 콘서트는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스 잇' 투어의 안무 등을 담당했던 트래비스 페인과 스테이시 워커가 지휘했다. 빅뱅의 동생 그룹 2NE1이 게스트로 나서 '내가 제일 잘 나가' '아이 러브 유' 등을 불렀다. 이날 공효진 이수혁 황정민, 전날에는 한가인 등이 다녀가기도 했다.
전날 공연을 포함, 모두 2만3000명이 즐겼다. 지드래곤은 8개국 13개 도시에서 26회 공연한다. 55만명을 끌어모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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