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고 긁고 뚫어야 나왔다…한지에 빠졌던 화가 권영우
【서울=뉴시스】무제, 1980 한지 84.5 x 66.5 cm 사진: 박준형 Courtesy of the artist’s estate and Kukje Gallery 이미지제공 국제갤러리
초기에는 동양화 전공자 답게 패널에 한지를 붙여 제작했다. 60~70년대 한지는 그에게 '백색 연작'시리즈를 선사했지만 그는 만족하지 못했다.
한지와 지독한 사랑에 빠졌던 화가 권영우(1926~2013). 한지와의 밀월은 '찢김'으로 더 강렬해졌다.
한지와 한몸이 되고싶어 한 것이었을까. 손톱으로 긁고, 찢고, 뚫고, 붙이며 종이와 함께 리듬감에 취했고 백색에 빠졌다. 필묵을 빼고 몸으로 만난 한지와의 격렬한 몸부림은 오히려 한국성이 도드라졌다.
【서울=뉴시스】무제, c.1970s 한지, 45 x 55 cm 사진: 박준형 Courtesy of the artist’s estate and Kukje Gallery 이미지제공 국제갤러리
사후 그의 진가는 더 빛나고 있다. '종이 화가'로 닉네임을 얻으며 단색화의 대열에 섰다.
권영우 마케팅은 국제갤러리에서 본격화했다. 2015년 런던에서 열린 프리즈 아트페어의 '프리즈 마스터'에 한국의 대표적인 단색화 작가로 소개한 후 국제갤러리에서 그의 개인전을 열며 꾸준히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오는 23~26일까지 열리는 아트바젤 홍콩에도 선보인다. 동시대의 재조명되는 작가들을 특화하여 소개하는 캐비넷 (Kabinett) 섹터에 '권영우 아카이브' 전을 마련했다.
【서울=뉴시스】바닷가의 환상, 1958 한지에 채색, 137.5 x 138 cm 사진: 박준형 Courtesy of the artist’s estate and Kukje Gallery 이미지제공 국제갤러리
이 전시에는 '종이 화가'가 되기전 1958년에 제작된 권영우의 초기 작품 '바닷가의 환상'도 나왔다. 당시 국전 문교부장관상을 수상한 이 작업은 당시 동양화의 답습을 벗어난 실험적인 작품으로 초현실적인 심상을 보여준다. 전시에는 전문 아카이브 섹션도 마련해 생전에 진행한 작가 인터뷰 영상과, 작가가 사용한 미술 도구들 등도 소개한다.
'종이 화가'로 불렸던 권영우는 그림인지 입체인지 설치인지 모호한 '종이 작품'에 대해 생전 이렇게 말했다.
【서울=뉴시스】권영우(1926–2013)는 1946 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의 1 기로 입학하여 동양화를 전공하고 1957 년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64년부터 1978년까지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교수로 부임하였고, 1978 - 1989년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체류하여 작품활동에 전념했다.1998 년 대한민국 예술원상 수상, 2001 년에는 은관 문화 훈장을 수여 받았다. 소장처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 런던 대영박물관 등 유수의 기관 및 미술관 등이 있다. 작가는 2013년 서울에서 작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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