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단체 '3·10항쟁' 폭력 책임 경찰에 있나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10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 되자 보수단체 회원들이 경찰버스를 부수고 있다. 2017.03.10. photo@newsis.com
직접적 인과관계 입증 어려워…오히려 방어적 대응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친박(친박근혜)집회 주최 측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직후 발생한 폭력사태의 1차적 책임이 경찰에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대통령 탄핵무효 국민저항 총궐기 운동본부'(국민저항본부)는 산하에 '3.10항쟁 사망자/부상자 진상규명위원회'를 꾸려 지난달 10일 발생한 유혈사태에 대한 경찰의 책임 소재를 따지고 있다.
이들 주장의 골자는 경찰의 관리상 과실, 과잉대응으로 사상자가 속출했다는 것이다.
국민저항본부는 이 같은 시각을 바탕으로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 직후 발생한 폭력시위를 '3.10 항쟁'으로, 경찰과 충돌 과정에서 사망한 시위자들을 '열사'로 지칭하고 있다.
당시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안국역 일대에 차벽을 설치하고 병력을 배치한 상황이었으며 시위대는 헌재 방향으로 진출을 강행하면서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복잡한 차벽이 문제 키워" vs "탄핵 찬반 집단 격리 필요성"

【서울=뉴시스】홍찬선 기자 = 헌재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을 결정했다. 즉 사상 첫 탄핵심판으로 파면당한 대통령으로 기록되게 됐다.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 도로에서 탄핵 인용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태극기를 들고 헌재로 진입을 시도, 이를 막는 경찰들과 대치를 벌이고 있다. 2017.03.10. mania@newsis.com
탄핵 선고 당일 안국역 일대에 차벽을 설치한 것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려워보인다. 찬반 시민들이 동시간대 같은 공간에서 일촉즉발이 될 수도 있는 집회를 열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이 차벽을 설치한 방식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견해는 관점에 따라 엇갈릴 수 있다.
그간 경찰은 대체로 차벽을 과도하게 설치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차벽 설치 자체가 시민들의 집회와 시위 행위를 잠재적 소요 유발 대상으로 간주한 것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 헌재 앞은 탄핵 찬반 집단의 엄격한 분리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이전부터 친박집회에서 반대 측 시민들을 상대로 한 욕설·폭행 등 과격행동이 발생했었던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랬다.
실제로 친박 시위대는 대통령 파면 이후 시위를 벌이면서 차벽 범위 내에서 경찰과 취재진, 시민들을 마구 구타했다. 맨주먹 뿐만 아니라 막대기, 돌, 음료수 병 등 흉기까지 동원됐고 그 결과 수십명이 부상했다. 시위대는 경찰 버스를 파손하고 밧줄을 걸어 차벽을 무너뜨리려고도 했다.
◇"사상자 발생원인 제공"…경찰 책임 직접적 인과관계 부족

【서울=뉴시스】홍찬선 기자 = 헌재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을 결정했다. 즉 사상 첫 탄핵심판으로 파면당한 대통령으로 기록되게 됐다.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 도로에서 탄핵 인용에 반대하는 태극기 집회에서 시민들과 경찰들이 채류탄을 터트리며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2017.03.10. mania@newsis.com
시위대 김씨는 버스에서 떨어진 무게 약 100㎏의 스피커에 맞아 압사했다. 스피커가 추락한 원인은 다른 시위대 정모(65)씨가 경찰버스를 탈취해 차벽에 강하게, 반복적으로 충돌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국민저항본부는 '충돌로 스피커가 흔들렸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시동장치를 철저히 관리하지 못해 정씨가 차량을 탈취해 운행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경찰의 책임을 묻고 있다.
아울러 시위 참가자 일부가 경찰로부터 압박을 당하거나 방패에 맞아 다쳤다고 증언하고 있다. 부상이 경찰의 폭행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직접적인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진압 과정에서 공권력이 부당하게 행사된 부분이 있다면 마땅히 문제 삼아야 한다. 하지만 이번 시위에서는 경찰이 사상자 발생을 직접적으로 유발했다고 보기에 무리가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기존 시위에 비해 방어적 대응…경찰 "집회 관계자들이 과열시켜"
국민저항본부는 경찰의 과잉 대응이 있었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경찰은 친박단체의 무력 시위에 과거와 비교하면 오히려 완화된 방식으로 대처했기 때문에 '대응이 과했다'고 보기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파면을 선고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부상을 당한 경찰이 119구급대에 의해 이송되고 있다. 2017.03.10. scchoo@newsis.com
경찰이 민중총궐기 시위를 진압할 때는 강력한 물대포와 최루액이 난무했다. 백남기씨는 경찰의 직사 살수에 맞아 의식불명에 빠져 끝내 운명했다. 살수와 최루액에 맞은 참가자 수십명이 눈과 얼굴을 심하게 다쳤다.
반면 지난달 10일 안국역 인근에서 경찰은 대체로 방어적인 자세로 시위대의 헌재 방향 진출 시도만을 저지했다. 물대포는 없었다. 최루액도 경찰과 직접 마주하던 시위대 일부를 상대로 사용됐을 뿐이다.
김씨와 이모(73)씨, 김모(66)씨 등 알려진 사망자들은 경찰의 강제해산이 시작되기 전에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의 무력 진압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해 사망한 시위대는 없었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이다.
수사기관은 상황을 극단적으로 몰아간 친박집회 관계자들이 사태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집회·시위에서 충돌이 발생하면 물리력을 행사한 사람이 1차적 수사 대상이 된다. 물리적 충돌을 유도하거나 지시한 혐의가 있는 사람은 공모 또는 공동정범으로 처리된다.
이 같은 맥락에서 서울 종로경찰서는 시위 집행부인 정광용 박사모(박근혜를사랑하는모임) 중앙회장과 사회자였던 손상대씨를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사법처리 절차를 밟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시위는 연단에서 있었던 선동으로 인해 과격해진 부분이 있었다"며 "현재 정 회장 등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조사는 선동을 포함한 전체적인 폭력시위 책임을 묻고자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s.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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