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드를 어쩌나"…백악관, 터키·펜타곤과 불협화음
【하사=AP/뉴시스】터키군이 시리아 쿠르드 민병대 소탕을 위해 23일(현지시간) 시리아 북부 국경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8.1.24.
터키 국영 아나돌루통신은 24일(현지시간) 익명의 터키 정부 소식통들을 인용해 백악관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전화 통화에 관해 거짓 성명을 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트럼프가 에르도안에게 역내 미군을 고려해 시리아 북부 아프린에서 진행 중인 군사 작전의 범위와 기간을 제한해 달라고 요청했을 뿐 '폭력 심화'에 관해 우려를 표명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에르도안이 미국 정부가 시리아 쿠르드 세력인 민주동맹당(PYD)·인민수비대(YPG)에 무기 제공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고, 트럼프 역시 더 이상의 지원은 없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앞서 트럼프가 에르도안에게 아프린의 폭력 사태 심화가 우려된다며, 민간인 피해나 양국 군대 간 갈등을 촉발할 만한 일을 피하기 위해 주의해 달라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터키 정부뿐만 아니라 국방부와도 아프린 사태에 관해 혼선을 빚고 있다. 백악관이 터키를 달래려는 신호를 보내는 반면 미 국방부는 쿠르드 지원 중단은 없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정부가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인 터키와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 협력자인 쿠르드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고 뒤섞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건의 발단은 미군이 지난 14일 시리아 북동부에서 쿠르드 민병대와 3만명 규모의 국경보안대를 창설하겠다고 발표하면서다. 쿠르드족을 테러 세력으로 보는 터키 정부는 당연히 강력히 반발했다.
NYT에 따르면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시리아 국경대 창설은 백악관이나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진지하게 논의된 적도 공식적으로 제안된 적도 없다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은 아프린에 주둔하는 쿠르드 세력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며, 법적 의미가 있는 동맹(터키를 의미)과 전투 임무에서의 파트너(쿠르드)는 엄연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앙카라=AP/뉴시스】23일(현지시간) 터키 앙카라에서 시리아 민병대 퇴치 작전에 참가했다가 숨진 터키 군인의 장례식이 진행됐다. 사진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식에서 발언하는 모습. 2018.1.24.
국방부는 다만 기존의 국경보안대라는 표현을 바꿔 '국경에 조성될 '군이 시리아 내부 임무를 주로 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리아 북부와 국경을 맞댄 터키의 우려를 감안한 처사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지난 20일에만 시리아에서 쿠르드족인 시리아민주대(SDF) 도움 아래 공습을 실시해 IS 조직원 150명을 제거했다며, IS 완전 소탕을 위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강조했다.
특수작전부대를 이끄는 제임스 제라르 소령은 "SDF 파트너들은 여전히 매일 같이 성과를 내며 희생하고 있다"며 "우리는 함께 ISIS(IS의 다른 명칭) 테러리스트 적발, 표적,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버트 포드 전 주시리아 미국 대사는 중동연구소(MEI) 칼럼에서 터키가 미국 우려를 무시하고 군사 작전을 펼쳐 미국을 나약해 보이게 만들었고, 쿠르드족은 미국을 신뢰할 수 없는 동맹이라고 비판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터키와 쿠르드 사이에서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국이 어떻게 시리아 동부 안정과 시리아의 진정한 통치 개혁이라는 정치적 목표를 달성할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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