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베를린장벽 그래피티’ 정태용씨에 500만원 선고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독일 베를린시가 통일을 염원하는 의미에서 서울시에 기증한 베를린 장벽에 그라피티로 인해 훼손됐다. 시민들이 11일 오후 그라피티로 훼손된 서울 중구 청계천 인근 그라피티가 돼 있는 베를린장벽을 살펴보고 있다. 2018.06.11. [email protected]
수원지방법원 형사12부(김병찬 부장판사)는 공용물건손상 혐의로 기소된 정씨에 대해 국민참여재판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정씨는 지난해 6월6일 오후 11시30분께 청계천 베를린장벽에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써 공용 물건을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정씨는 서독 쪽 벽면에는 분홍, 파랑, 노랑 등을 칠했고 동독 쪽에도 '날 비추는 새로운 빛을 보았습니다. 내 눈을 반짝여줄 빛인지' 등의 글귀를 써넣었다.
이 장벽은 독일 베를린시가 한반도의 통일을 염원한다는 의미에서 2005년 서울시에 기증한 것이다.
검찰 측은 "독일 시민들이 통일 기원하며 그린 그림과 글씨가 정씨의 그라피티로 덧씌워져 복구가 불가능해졌다"며 정씨의 그라피티로 인해 공용 물건인 베를린장벽의 효용이 손상됐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서울시의 허락 없이 멋대로 스프레이 뿌려서 시민들이 베를린장벽을 볼 기회 잃었다"며 "예술행위도 타인에게 피해를 끼쳐선 안 된다. 만약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되면 공용물건에 그라피티 해도 된다고 인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변호인 측은 "독일 베를린장벽에도 그라피티를 하는 부분이 있다. 베를린장벽에 그라피티를 하는 것은 베를린장벽을 베를린장벽답게 사용하는 것"이라며 "검찰은 그라피티로 베를린 장벽의 효용이 손상됐다고 하는데 오히려 공용 물건의 효용이 증진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청계천 베를린장벽은 사실상 방치 상태로, 이미 낙서도 많았다. 보전될 가치가 있었는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독일 베를린시가 통일을 염원하는 의미에서 서울시에 기증한 베를린 장벽에 그라피티로 인해 훼손됐다. 시민들이 11일 오후 그라피티로 훼손된 서울 중구 청계천 인근 그라피티가 돼 있는 베를린장벽을 살펴보고 있다. 2018.06.11. [email protected]
자신이 만든 브랜드 홍보를 위한 행동이었는지 묻는 질문에는 "연관 짓지 말아 달라"고 짧게 답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예술적 활동을 한다는 명목으로 서울시 소유 베를린장벽에 그라피티로 작품을 훼손한 점은 유죄로 인정되며, 피고인의 법정 태도로 보면 반성하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악의적으로 베를린장벽을 손상하려고 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다른 범행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많지 않은 점, 가정 문제로 고통 받아 그로 인해 이 사건에 이른 정상이 보인다"고 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이날 재판에서 배심원 7명 가운데 6명은 유죄, 1명은 무죄 판단을 했다. 양형을 논의한 결과 배심원 7명 가운데 4명이 벌금 500만원, 2명이 벌금 500만원에 집행유예 2년, 1명이 벌금 300만원에 집행유예 1년 의견을 냈다. 앞서 검찰은 정씨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한편 서울시가 손해배상 비용 등으로 정씨에게 3000만원을 청구한 민사재판에서 재판부는 2000만원을 강제조정 결정했다. 하지만 서울시와 정씨가 반발해 조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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