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경찰, 입법원 포위 시위대에 "해산 안하면 발포" 경고
대만, 홍콩 법 개정해도 범죄인 인도 안 받겠다 선언
【홍콩=AP/뉴시스】 홍콩 의회 격인 입법회가 국내외 반발에도 12일 '범죄인 인도법(도망범 조례<逃犯條例>)' 개정안에 대한 2차 심의를 강행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법 개정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심의를 저지하기 위해 입법부 청사 주변 도로를 봉쇄했다. 사진은 입법회 인근 폐쇄된 도로에서 한 남성이 옛 식민 종주국인 영국 국기를 흔들고 있다. 2019.06.12
12일 홍콩 사우스모닝차이나(SCMP)와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부터 수천명의 시위대가 홍콩 입법부로 접근하는 외곽 도로에 장애물을 쌓았다. 시위대는 전날 늦은 밤 부터 입법회 주변을 둘러싸고 밤샘 시위를 벌였다.
이에 홍콩 정부는 주요 도로를 봉쇄하는 한편 필요한 경우 시위대에게 무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SCMP는 홍콩 경찰이 '해산하지 않으면 발사한다'는 경고문도 내걸었다고 전해 자칫 유혈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위대 대부분은 청년층이다. 범죄인 인도법에 반대하는 학생과 직장인 등은 이날 수업 거부와 동맹 파업을 결의한 바 있다.
하지만 입법회 역학 구도를 생각하면 범죄인 인도법 심의를 막기 어려운 상황이다. 법 개정을 위해서는 의원 정수의 과반수가 필요한데 친중 성향인 건제파(建制派)가 다수를 점하고 있다.
NYT는 홍콩의 민주화를 요구하며 일어났던 대규모 시위인 2014년 우산혁명을 연상시킨다면서 대규모 시위에도 시위대는 홍콩 정부의 어떤 양보도 얻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친중파인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홍콩이 도망자의 안식처가 되는 것을 막고 국제적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법 개정을 강행하겠다고 천명했다. SCMP는 이르면 27일 범죄인 인도법에 대한 최종 표결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콩=AP/뉴시스】 홍콩 의회 격인 입법회가 국내외 반발에도 12일 '범죄인 인도법(도망범 조례<逃犯條例>)' 개정안에 대한 2차 심의를 강행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법 개정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심의를 저지하기 위해 입법부 청사 주변 도로를 봉쇄했다. 사진은 시위대들이 입법회 인근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쌓고 있다. 2019.06.12
홍콩은 영국, 미국 등 20개국과 인도 조약을 체결했지만 중국과는 반환 후 20년이 지나도록 맺지 않고 있다. 중국 사법제도의 불투명성에 대한 우려는 물론 중국 정부의 요구에 따라 홍콩내 반중인사 또는 인권운동가를 중국으로 송환하는데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야권과 시민사회에서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한 남성이 범죄인 인도조약이 체결되지 않은 대만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한 뒤 홍콩으로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홍콩 당국은 이를 명분 삼아 법 개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당 남성을 대만에 인도하려면 다음달말까지는 법 개정이 완료돼야 한다는 논리다.
반면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만 정부는 국가 주권을 소멸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 일련의 움직임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법 개정에 근거한 어떤 이관도 받아들이기를 거부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홍콩 정부가 법 개정의 명분으로 삼은 범죄 용의자 인도를 거부하고 나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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