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여자 축구팀 우승, 트럼프의 난제?…백악관 초청할까
백악관 초청이 관례지만 우승 전부터 설전
성 소수자 주장 "X 같은 백악관에 안 가"
트럼프 대통령 "우승부터 해라" 맞서
【리옹=AP/뉴시스】메건 래피노(미국)가 7일(현지시간) 프랑스 리옹에서 막을 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에서 골든 부츠(득점왕)와 골든볼(최우수선수) 상을 받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래피노는 결승전 1골 포함 이번 월드컵에서 6골 3도움을 기록했다. 미국은 네덜란드를 2-0으로 누르고 우승하며 지난 1991년, 1999년, 2015년에 이어 통산 4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019.07.08.
8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축구팀을 백악관으로 초청할지 관심이 집중된다고 보도했다. 보통 국가 대표팀이 세계대회에서 우승하면 백악관으로 초청하는 게 관례다. 하지만 여자 축구팀의 경우 우승의 주역이자 성 소수자인 메건 래피노 주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 설전이 이어진 바 있어 사정이 다르다. 래피노는 백악관이 초청해도 가지 않겠다고 우승 확정 전부터 거듭 밝혀왔다.
래피노는 결승전 전 언론 인터뷰에서 "X 같은 백악관에는 가지 않겠다"(I'm Not Going To The FXXking White House)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참지 않고 트위터를 통해 "메건은 말하기 전에 우승부터 해야 한다. 일을 끝내라!"고 받아쳤다. 또 "메건은 그와 그의 팀을 위해 많은 것을 해준 우리나라, 백악관, 성조기를 무시하면 안 된다"며 다시금 선수에게 애국심을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인종 차별에 항의하며 경기 전 국가연주 때 무릎을 꿇은 미국프로풋볼(NFL) 선수 콜린 캐퍼닉을 향해 애국심이 없다고 비난했다. 당시 캐퍼닉은 백인 경찰이 흑인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하는 사건이 터지자 반발하는 의미에서 이 같은 시위를 벌였다. 무릎 꿇기 시위는 다른 종목으로도 번졌다.
【모리스타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미 뉴저지주 모리스카운티 모리스타운 공항에서 백악관으로 돌아가기에 앞서 기자들에게 얘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란의 상한 초과 우라늄 농축 선언에 대해 "조심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2019.07.08.
트럼프 대통령이 축구팀을 초대한다 해도 과거 스포츠팀으로부터 당했던 굴욕이 반복될 수 있다.
래피노는 결승전을 앞둔 6일 기자회견에서 "모두와 이야기해보진 않았지만 나와 (동료 선수인) 알리 크리거는 물론이고, 백악관에 가는 선수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트럼프 정부 들어서 대통령이 미국 4대 프로 스포츠(야구·농구·풋볼·아이스하키) 우승팀을 백악관으로 초청하는 관례에 보이콧(거부)이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적인 발언에 반발해서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우승을 차지한 프로농구(NBA)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프로풋볼(NFL)팀 필라델피아 이글스는 아예 팀 차원에서 초청에 응하지 않았다. 5월 프로야구(MLB)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른 보스턴 레드삭스도 백악관에 초청됐지만 불참자가 많았다.
여자 축구팀의 남녀 동일 임금 요구도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대표팀 선수 28명은 남자축구 대표팀과의 '차별 보수'를 이유로 미 축구연맹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유세 당시 남녀 동일 임금을 주장하는 활동가들을 향해 "(남자만큼) 일을 잘하면 똑같이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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