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신성인' 이웃이 불난 5층 창문에 매달린 딸 극적 구조
딸 구조 직후 함께 매달려 있던 50대 부친 추락 뒤 숨져
주민들, 플라스틱 재활용품 모아 '에어 매트' 만들기도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12일 오전 4시20분께 광주 광산구 송정동 한 아파트 5층에서 불이 나 50대 부부가 숨지고 자녀·이웃 등 4명이 크고작은 부상을 입었다. 2019.09.12. (사진=광주 광산소방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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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추석 전날 광주의 한 아파트에서 난 불로 50대 부부가 숨지는 등 일가족이 참변을 겪었다. 화재 당시 이웃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창문에 매달려 있던 딸을 구조했다.
12일 광주 광산소방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20분께 광산구 송정동 한 아파트 5층에서 불이 났다.
현관과 가까운 거실에서 치솟기 시작한 불길은 삽시간에 번졌고 당시 잠을 자고 있던 A(54)씨 가족 등은 급히 대피에 나섰다.
A씨는 딸 B(22)씨는 주방 다용도실 좁은 창문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불길을 피해 탈출을 시도했다.
'불이야', '살려주세요' 등 비명을 들은 같은 아파트 주민들은 창문에 아슬아슬 매달려 있는 부녀를 돕기 위해 화재 현장 주변으로 모였다.
이때 주민 1명이 단지 내 재활용수거장에서 페트병 등 플라스틱 쓰레기를 담은 포대를 들고 와 화단에 놓기 시작했다. 다른 주민들도 덩달아 수거장과 화단을 오가며 재활용 쓰레기 더미를 모아 쌓았다.
부녀가 난간을 놓고 떨어질 상황을 대비해 일종의 '에어매트'를 만든 것이었다.
그 사이 건너편 동 건물 주민 양모(46)씨는 급히 계단을 이용해 불이 난 집 아래층 집으로 뛰어 올라갔다. 양씨는 양해를 구하고 부녀가 매달린 창문 바로 아래 창문에 몸을 반쯤 내민 채 팔을 뻗었다.
딸 B씨가 버티다 지쳐 떨어지는 순간 허씨가 딸의 다리를 붙잡았다. 양씨가 이후 아버지 A씨도 구하려 했으나 A씨는 안타깝게도 화단에 쌓인 재활용쓰레기 더미 바로 옆 지면으로 추락, 숨졌다.
앞서 아들(23)과 아들 친구(24)는 창문으로 뛰어내려 몸을 피했다. 이들은 화상과 찰과상 등을 입고 치료를 받고 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A씨 아내 (51·여)씨는 현관 인근 신발수납장 주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감식을 벌인 경찰은 B씨가 급박한 상황 속에서 현관문으로 대피하려다 불길 때문에 나아가지 못하고 의식을 잃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이른 새벽시간대 발생한 화재에도 주민들이 발벗고 나서 A씨 가족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고 전했다.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12일 오전 4시20분께 광주 광산구 송정동 한 아파트 5층에서 불이 나 50대 부부가 숨지고 자녀·이웃 등 4명이 크고작은 부상을 입었다. 2019.09.12. (사진=광주 광산소방서 제공)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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