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혁신이 힘이다⑦] AI가 지배하는 은행 "이제는 선택 아닌 필수"
빅데이터·IoT 등에도 진출 가속화
직접 핀테크사 선정해 육성하기도
【서울=뉴시스】조현아 천민아 기자 = 4차 산업시대를 맞아 금융시장의 중심이 자본에서 융복합 영역으로 옮겨가면서 은행들의 '디지털 혁신'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가 됐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등 신기술로 무장한 정보통신기술(IT) 업체들이 금융과 IT 산업간의 경계를 허물어트리고 있는 만큼 은행들도 선도적인 변화와 혁신을 꾀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구글과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등 거대한 IT 기업들이 '핀테크 산업'에 적극 뛰어들면서 금융산업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지 오래다. 이들 기업은 지급결제 시장을 비롯해 기업대출, 신용카드, 보험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금융 플랫폼으로서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다. 페이스북은 한 발 더 나아가 '리브라'라는 암호화폐 출시 계획까지 세워두고 있다.
국내에서도 IT기업들의 금융산업 침투가 빨라지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로 세를 확장하고 있는 카카오를 비롯해 결제 사업을 기반으로 금융전담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을 설립하는 네이버, 간편송금 플랫폼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 등이 경쟁에 동참하고 있다.
다급해진 은행들도 디지털 혁신에 가속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은행권 수장들은 하나같이 "우리의 경쟁 상대는 아마존과 애플과 같은 IT 기업"이라고 선언하면서 앞다퉈 IT인프라·기술력을 확보하고 디지털 플랫폼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은행들의 발빠른 대처로 얼굴 인식만으로 결제가 가능하고, 영업점 창구에서 로봇이 고객 상담을 대신해 주는 모습이 먼 미래가 아닌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눈에 띄는 부분은 인공지능이다. 신한금융지주는 금융권 최초의 인공지능 기반 투자자문사 '신한AI'를 자회사로 출범했다. 카이스트와는 'AI금융연구센터'를 신설해 투자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KB국민은행 역시 지난 7월 경기 김포에 'KB통합IT센터'를 열고 인공지능 등 디지털 역량을 총동원하기로 했다. 네이버와 AI기술 협업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외연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우리은행 또한 네이버 라인과 AI기술 협약을 체결하고 인공지능을 결합한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했다.KEB하나은행은 인공지능 챗봇 서비스 하이(HAI)로 아시안뱅커지에서 '인공지능 챗봇 서비스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스페이스워크와 협약을 맺고 인공지능 건축설계 기술을 기반으로 한 부동산 투자자문 서비스를 만들기로 했다.
블록체인 분야에도 뛰어들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블록체인 기반의 신용결제 시스템 특허를 취득했다. KB국민은행은 블록체인 전문기업 '아톰릭스랩'과 블록체인 자산관리 네트워크를 조성할 전망이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지난 7월 이동통신3사와 삼성전자 등과 공동으로 블록체인 네트워크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모바일 전자증명 사업 출범하기로 했다.
그와 별개로 우리은행은 카카오 계열사 그라운드X와 블록체인 기반의 금융서비스를 개발하기로 했고 KEB하나은행은 블록체인 글로벌 결제 플랫폼 GLN으로 해외 각국을 누비고 있다. NH농협은행은 블록체인 기반 부동산 투자자문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다.
빅데이터 분야에서도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서울시와 '데이터 경제 활성화' 업무협약을 맺었다. KB국민은행은 아주대와 빅데이터를 활영해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를 고도화한다. 그 밖에 우리은행은 기업정보관리 시스템 '빅아이'를 도입하고 KEB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은 각각 자체 빅데이터 시스템 '하나 빅데이터 플랫폼'과 'NH빅스퀘어'를 구축했다.
IoT는 주로 동산관리 플랫폼에 이용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1월 금융권 최초로 IoT기반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KB국민은행도 IoT를 이용한 동산관리 플랫폼을 도입한 상황이다. 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역시 관련 시스템을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
자체 기술 개발이나 기존 기업들과의 협업에 그치지 않고 직접 핀테크사를 선정해 투자하고 육성하는 '핀테크랩' 지원도 활발하다.
신한금융은 '신한 퓨쳐스랩'을, KB금융은 'KB이노베이션 허브'를 운영중이다. 우리은행의 '우리핀테크랩'과 KEB하나은행의 '1Q애자일 랩', NH농협금융의 'NH디지털혁신캠퍼스'도 점점 덩치를 키워나가고 있다.
하지만 넘어야 할 벽도 있다.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낡은 규제가 디지털 혁신 가속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 자본의 은행지분 소유를 제한한 은산분리 규제, 빅데이터 활용을 어렵게 만드는 개인정보보호 규제 등이 대표적이다. 규제 완화를 통해 디지털 혁신 경쟁에 한층 불을 지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디지털 금융시대의 경쟁 환경은 리스크 요인이기도 하지만 은행 산업의 새로운 수익원 창출과 지속성장을 위한 기회 요인이 될 것"이라며 "은행들은 디지털 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응해 지속 성장을 위한 기회 창출에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