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작물도 없는데”…태풍 피해 제주 농가 ‘근심’
열흘새 태풍 3개 강타…“농지 잠기고, 작물 부러지고”
코로나19로 행정 지원 예산 확보 어려워…“걱정 크다”
[제주=뉴시스] 양영전 기자 =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지나간 7일 오전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 인근 한 당근밭 일부가 빗물에 잠겨 있다. 2020.09.07. [email protected]
지난달 26일 제8호 태풍 ‘바비(BAVI)’에 이어 지난 2일 9호 태풍 ‘마이삭(MYSAK)’이 제주지역 농가에 큰 피해를 준 가운데 7일에는 10호 태풍 ‘하이선(HAISHEN)’이 할퀴고 가면서 농민들은 이전 태풍의 피해 복구를 하지도 못한 채 또 타격을 입게 됐다.
이날 제주도 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바비로 인한 농경지 침수 등의 피해는 300여㏊, 마이삭으로 인한 피해도 1255㏊로 예상됐다.
태풍에 의한 농가 피해의 경우 10일 이후까지 접수를 하기 때문에 피해 규모는 예상치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태풍 피해는 주로 강풍과 폭우로 인한 농경지 침수 등으로 나타났다.
동부지역에서는 당근밭의 피해가 컸다. 폭우에 밭 대부분이 잠기거나 당근들이 강풍에 못 이겨 뽑히거나 부러진 것이다.
제주 서부지역에서는 비트, 양배추, 콜라비 등 월동채소들이 태풍의 직격탄을 맞았다. 월동채소들의 경우 8월 중하순부터 파종과 정식이 이뤄졌는데 어린싹들이 강풍에 못 이겨 뽑히거나 빗물에 잠겼다.
[제주=뉴시스] 양영전 기자 =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지나간 7일 오전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인근 한 당근밭 곳곳이 빗물에 잠겨 있다. 2020.09.07. [email protected]
제주시 한경면 한원리에서 월동채소를 재배하는 김창선씨는 “8월에 파종한 양배추, 브로콜리, 콜라비 등의 피해가 크다. 마이삭 때 밭이 침수되면서 다 뒤집어졌다”며 “그 때 온전했던 배추들도 이번 하이선으로 피해를 봤다. 시기가 늦어서 마땅한 대체 작물을 심기도 어려워 걱정이 크다”고 호소했다.
당근 주산지인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 고홍기 이장은 “마이삭 내습 당시에 7월말에서부터 8월초에 파종한 당근들이 강풍에 다 누어버렸다. 이후 8월13일부터 파종하기 시작한 당근들은 막 싹이 나기 시작하는 단계였지만 밭이 침수되면서 뒤집어졌다”고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작년 태풍 내습 당시에는 행정 지원을 통해 월동무로 대체해 어느 정도 피해를 복구했지만, 올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관련 예산 확보가 여의치 않은 것 같아 걱정이 된다”고 우려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짧은 기간 태풍 3개가 피해를 주면서 강수량이 많아 침수된 농경지가 많다. 초창기 생육 단계에 있는 채소들이 큰 피해를 봤다”며 “아직 접수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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